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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의 역설, 우리는 진정한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는가?
  • 김민좌 기자
  • 승인 2022.09.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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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일인 줄만 알았던 기후변화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는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됐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기업은 ESG 경영을 채택했고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장마 기간 단시간에 폭우가 내렸던 사건과 2019년에 발생한 호주 산불 그리고 짧아지는 봄과 가을 모두 이상기후의 사례다. 파리기후협정과 COP26 글래스고 회담 그리고 IPCC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까지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탈탄소 경쟁 시대에서 친환경이란 이름을 쓴 채 외면되고 있는 사실들 또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린플레이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발목을 잡다.

탈탄소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기 그린플레이션은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친환경에 대한 압박이 직간접적으로 비용 인상 효과를 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그린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친환경 원자재 수요 급증 그리고 친환경 규제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나 태양력과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확대하면서 대부분 전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모든 물건이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으며 비용 전가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예로 전기차는 기존의 자동차보다 제작과정에서 많은 알루미늄을 필요로 하는데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생산에 제한을 두면서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또한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시설의 제작을 위해 사용되는 구리 또한 환경정책으로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치솟는 중이다. 즉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린플레이션으로 인해 가격 상승이 크게 발생한 원자재들이 친환경 산업과 미래산업의 원자재라는 점도 문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의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증가로 인해 코발트 사용량이 대폭 증가했고 국제 코발트 시세는 2015년 톤당 3만 달러에서 작년 8만 달러 이상으로 3배 가량 폭등했다. 즉 배터리와 전기차 그리고 재생에너지 분야 등 친환경 경제 전환 기술에 필요한 원료들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운송과 산업공정 그리고 발전 분야의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발전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미비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와 액화천연가스 모두 가격이 급등했다. 오히려 탄소 감축 비용이 증가했고 더불어 전기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설비를 제작하기 위한 광물 또한 더 많이 사용되면서 결국 환경문제가 재발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 전환과 광물’ 관련 특별보고서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향후 20년간 리튬 수요가 4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고 코발트는 25배 그리고 희토류는 7배 이상 폭증하리라 예측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정책은 역설적으로 전 세계적인 광산개발 붐을 가져오며 또 다른 환경 피해가 늘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으로 급격히 오른 원자잿값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점도 문제다. ‘2050 탄소중립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탄소중립으로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이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기업은 95.7%에 달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원자재를 조달해 중간재를 생산하고 이를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급등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또한 막대한 탄소중립 설비 제작비와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그린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소병천 교수는 “현재의 그린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과도기적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린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막는 프레임에 가깝다”고 밝혔다. 덧붙여 “정책은 일관성이 있고 시장은 일관성에 따라 지속돼야 하는데 화석연료 기업의 압력과 잘못된 착각으로 인해 다시 화석에너지를 확대한다면 시장에 나쁜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며 과도기적 성격에 불과한 그린플레이션으로 인해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장기적 정책적 기조에 변화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린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친환경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해 결국은 화석연료를 포기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될 거라는 것이다. 이유현(행정) 교수 또한 그린플레이션은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중간과정이다”며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ESG 경영 속 종양들

다양한 기후협약들이 맺어짐에 따라 기업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경영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특히 ESG 경영은 그 중심에 있다. ESG란 환경 보호(Environment)와 사회적 책임(Society) 그리고 지배구조(Governance)를 합성한 단어로 2006년 UN PRI(유엔 책임투자원칙)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됐다. 한국도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따라 많은 기업이 ESG 관련 조직을 편성해 경영에 변화를 주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등 금융권은 이미 ESG 전담 조직을 개설해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현대차와 한화 그리고 LG 등 주요 대기업들 또한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99곳 중 ESG 위원회가 설치된 곳은 68곳으로 70%에 달했다.

하지만 한국금융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ESG 펀드의 규모는 지난 수년간 빠르게 증가했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다. 한국 또한 지난 하반기부터 전체 ESG 펀드로의 자금 유출입이 유출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주목받는 ESG 경영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한 ESG 위원회와 대기업들의 독점 그리고 그린 워싱 등의 문제 때문이다.

이름뿐인 ESG 위원회

ESG 위원회는 기업이 ESG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기업의 경영활동을 감시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그렇기에 ESG 경영 전문가나 외부 인사가 필요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기존 운영조직에 ‘ESG’라는 이름만 단 후 명목상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실제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분석한 ESG 위원회의 활동 보고에 따르면 각 기업에 설치된 ESG 위원회는 1년 동안 평균 2.9회 회의를 했다. 게다가 회의 안건의 주제가 ESG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경우는 전체의 31.3%에 불과했다. 나머지 약 70%는 투자와 합병 등 일반 이사회에서 다뤄도 되는 경영 일반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ESG 경영이 가장 필요한 에너지와 철강 그리고 건설 등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위원회 설치에도 소극적이었다.

대기업만 가능한 ESG

ESG 경영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국한된 점도 문제다. ESG 경영이 기업활동 대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ESG 전담 조직을 갖출 여력이 없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ESG 애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ESG 경영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응답 기업 중 53.3%가 ‘ESG 경영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느끼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일부 대기업은 협력사의 ESG 수준을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ESG 경영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들만의 ESG 경영은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를 심화한다.

ESG 경영을 이용한 ‘ESG 워싱’과 ‘그린 워싱’ 또한 ESG 경영에 대한 회의감을 증대시키고 있다. 그린 워싱(green-washing)이란 관련 상품의 표시 및 광고를 과장해 허위인 친환경 이미지로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2013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발간한 ‘그린 워싱 현황과 향후 대응 방향’ 보고서에 의하면 ▲관련성 없는 내용을 연결해 왜곡 ▲내용물이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용기만 친환경인 제품 자체를 ‘환경친화적’이라고 광고 ▲문구나 정확한 의미 파악이 어려운 광범위한 용어 사용 ▲정확한 인증 없이 친환경 제품이라 주장하는 사례 등이 모두 그린 워싱에 해당한다고 명시돼있으나 이는 구분 방법일 뿐 구체적인 법적 제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소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그린 워싱에 대해 정확히 어떤 기업들이 ESG 경영을 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기업들에게 시장에서 투자와 투자 유치와 관련된 기관투자자들의 정확한 평가를 도출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환경과 충돌하는 ‘친환경’

위에 서술한 다양한 문제점 중 가장 큰 문제는 친환경을 위한 에너지가 되려 환경을 파괴하기도 하는 환경가치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로 알려진 신재생 에너지들은 대부분 환경가치의 충돌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풍력발전과 태양광에너지가 있다. 풍력에너지와 태양광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다른 신재생 에너지원에 비해 효율이 높아 RPS제도를 이행하는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에너지원이다. 특히 풍력발전 시설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다른 재생에너지원 중 풍력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해서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개발과정과 발전과정에서 풍력발전 단지의 대형화는 환경문제를 분명 야기한다. 이 교수는 “육상 풍력발전 같은 경우 산림감소와 버드킬 그리고 궁극적인 생물다양성 저감 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특히나 산지 지역이 한정돼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풍력발전의 문제점이 더욱 도드라진다. 이 교수는 “강원도의 경우 생태자연도 1급이기에 풍력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시설의 설치를 지양해야 하나 국내에서는 적합한 토지가 부족해 강원도 산지에 풍력발전을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로 인해 “환경부 본연의 고유 업무인 자연환경 보전의 업무와 기후변화 및 탄소중립 이행 업무의 상충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대응 및 탄소중립이라는 정책목표와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정책목표의 충돌이 환경정책의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러한 환경가치 충돌은 필연적이며 친환경 정책을 시행할수록 심화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결국 어떤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가는 그를 둘러싼 정책환경과 거버넌스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반드시 옳거나 그른 방향이 없기 때문에 친환경 정책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정책에 더욱 더 예민해야할 시기

우리나라의 환경보호재단인 환경재단은 2005년부터 매년 일본의 아사히글라스 재단과 함께 ‘환경위기시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환경파괴에 대한 위기감을 시간으로 표현한 올해 환경위기시계는 위험에 속한 오후 9시 35분이었고 올해 한국의 환경위기시각은 오후 9시 28분이었다.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단어에 집착할 시기는 이제 지났다.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이제는 기업들과 정부들이 붙여놓은 ‘친환경’이라는 제목에 집중할 게 아니라 실제로 기후변화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과 기업들에 투자해야 할 시간이다.

김민좌 기자  rlaalswhk12@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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