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을 뛰어넘는 초고층 빌딩에서 3차원 형태의 곡선을 형상화해 자유분방한 입면을 자랑하는 건물에 이르기까지 건축기술 발전이 눈부시다. 이런 건축술의 발전은 그 동안 인류가 생각에 머물렀던 무수히 많은 공간 아이디어를 현실로 가능케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통계청의 한 발표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은 증가한 반면 건축산업분야의 생산성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는 기술의 발전과는 반대로 건축분야의 생산성은 과거보다 훨씬 못하다는 의미다. 이유를 따져보면 첫째로 건축산업의 특성상 빈번하게 발생하는 설계 변경사항을 건축생산 과정에 효과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기술의 분업화로 건축산업 참여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생겨난 건축산업의 BIM기술은 건축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건축산업의 생산성 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하고도 매우 유용한 도구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인류는 펜과 종이로 도면을 그려 건축설계를 했다. 이후 2차원 컴퓨터 지원설계 프로그램인 CAD의 등장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평면에 머물렀다. BIM기술은 여기에 3차원적 입체성을 도입한 기술이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BIM을 사용한 설계가 일반화돼 있다. 필립 번스타인 예일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BIM은 과거 이천년간 유지해 온 건축생산방식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BIM이란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약자로 기존의 건축생산과정에 컴퓨팅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해 다양한 건축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건물이 지니고 있는 설계 및 엔지니어링 정보와 건물을 짓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공사 정보, 유지관리 단계에서 필요한 자재나 장비에 관한 정보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공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설계 변경 요인을 차단한다. 이를 통해 수많은 건축생산 참여 주체 사이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증진시켜 건축과정의 낭비요소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의 요체는 3차원 파라메트릭 설계이다. 건물을 구성하는 각종 요소를 매개 변수의 조정을 통해 반영하고 정보의 기능을 매개 변수 변경으로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건물을 구성하는 각종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관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설정해야 하며 다양한 정보인 도면, 시방서, 계약, 공정, 원가, 품질 등을 BIM 설계모형에 직접 연계시킴으로써 해당 정보를 실시간으로 변경, 저장, 관리하도록 해 건축생산과정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다수의 프로젝트 참여자 사이에 발생하는 무수히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건축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설계, 원가, 품질 등의 공사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이 과정을 통해 시공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낭비요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유지관리 단계에서도 건물의 효과적인 운영과 관리를 도모할 수 있게 해준다.

BIM기술은 현재 진행형인 기술이다. 이 기술의 활용과 보급은 향후 건축산업 전범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마치 자동차 산업에서의 정보기술의 고도화가 무인 자동차 생산시대로의 변화를 주도했듯 건축분야의 BIM 기술의 발달은 머지않아 현장 인력의 획기적인 감소를 일궈 냈다. 이런 BIM기술은 궁극적으로 건축현장이 자동으로 제어되는 무인 건축 현장시대의 도래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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