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깊은 마음의 생태학>
-저자: 김우창 지음/감영사 출판
-가격: 2만 7천원
 

지난 학기 나는 이 코너에 창조‧융합적 사유의 정수를 보여주는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마음의 생태학>을 소개했었다. 그때 베이트슨의 저서 표지 사진 대신 김우창의 <깊은 마음의 생태학>의 사진이 잘못 실렸다. 그리고 다음 호에 정정기사가 나왔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아주책방에 소개하려는 책이 바로 그때 나온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다. 사진 한번 잘못 나온 것이 한 번의 우연으로 그치지 않게 된 셈이다.

6~70년대 한국 인문학계는 척박했었다. 그 환경 속에서도 이 책의 저자는 사유의 깊이와 광대함 그리고 특유의 사변적이면서도 구체성을 놓치지 않는 촘촘한 글쓰기를 선보였다. 비평의 신기원을 이뤄낸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인문 지성인 것이다. 그의 전공은 영문학이나 그의 사유는 통합적이다. <궁핍한 시대의 시인>을 신호탄으로 그가 현재까지 생산해 내는 비평의 깊이와 넓이는 영문학을 넘어 문화와 문명을 가로지른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은 그의 치열한 지적 여정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이다.

김우창 사유를 대표하는 용어는 바로 심미적 이성이다. 여기서 심미적인 것은 즉물적이거나 감각적 쾌락의 차원에 머무는 아름다움이 아니다. 삶의 현실 속에 발생하는 구체적 감각들의 생생한 움직임들과 역동적으로 조우하면서 깊이를 더해가는 사유의 고매함에서 체험하게 되는 아름다움을 지칭한다. 이러한 미적 경험에 내재돼 있는 개체적 유동성을 보편성의 차원에서 포착하고 그것을 사유의 깊이의 근원으로 변형시키는 것이 심미적 이성이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에서 김우창은 심미적 이성을 생태학적 상상력의 차원에서 새롭게 추동시키면서 심미적‧생태학적 관점에서 마음을 탐구한다. 여기서 심미적인 것은 타자를 도구화하려는 일체의 유아론적 인간 중심주의를 탈피하는 것이다. 이는 대상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깊이를 통해 타자와의 역동적 관계망 속에서 자기를 초월하는 경험을 의미한다. 이렇게 생태학적 관계망 속에서 유아론적이고 유한한 자신을 넘어선 초월과 무한의 중심에 마음을 위치시킨다. 이런 면에서 김우창의 사유는 예전에 소개한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마음의 생태학>과 그 맥을 같이한다.

저자는 노르웨이 생태학자 아르네 네이스의 깊은 생태학의 ‘깊이’를 전유하며 근대 서양 철학의 핵심 데카르트부터 현대 자연과학 및 생태학을 거쳐 동양적 마음학을 점검한다. 이를 통해 ▲도덕과 윤리 ▲신자유주의 ▲전체주의 ▲진화론과 사회생물학 ▲집단주의 등에 내재된 유아론적 인간 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깊은 마음의 움직임과 그것에 대한 경외감을 정치한 논리와 압축적이며 시적인 언어로 그려낸다.

이 책은 예술, 인문, 사회, 자연과학 등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사유의 깊이를 독자에게 선사하는 책이다. 최근 우리말로 출간된 책들 중 심오함과 실용성을 겸비한 인문학적 사유 훈련을 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책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이 책은 우리의 마음에 깊이와 중심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자기 계발서로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세속적 성공론으로 가득 찬 흔히 볼 수 있는 자기 계발서와는 다르다. 좀 더 높은 차원의 자기 계발의 체험이다. 이 책은 우리 존재의 근원에 한 줄기 빛을 선물해 줄 수 있는 인문학적 자기 계발의 신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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