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뇌종양에 걸린 칠순 노인으로 치매 증상이 있는 사람으로 오일남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드라마 내부에서 오일남은 치매 증상으로 인해 바지에 오줌을 싸고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며 방금 있었던 일을 기억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는 연기지만 실제로 다수의 노인은 이러한 알츠하이머 질환을 겪고 있으며 영화에 나온 장면들보다 더 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료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에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들은 나아지길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의사들과 연구자들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답을 찾고자 한다.

알츠하이머는 어떤 병인가?

급속히 증가하는 노인 인구와 맞물려 ‘치매’ 환자는 매년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 관심 질병통계 기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치매 환자 수를 살펴보면 2015년 38만 6천6백7명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19년에는 55만 1천8백45명이 치매로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치매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알츠하이머다.

알츠하이머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을 정도의 심각한 지적기능의 상실을 가져오는 치매(dementia)증에 이르게 하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즉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병으로 아직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개발되진 않았지만 약물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은 독일의 의사였던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Alois Alzheimer)가 1906년에 처음 인지 저하가 있다가 사망한 여성의 뇌 부검 소견에서 ‘아밀로이드 반’과 ‘신경섬유 매듭’이라는 특징적인 병리 소견을 알아낸 후 알츠하이머병이라 명명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발견 당시 알츠하이머 환자 수는 극소수에 불과했으나 오늘날 65세 이상의 10퍼센트 그리고 85세 이상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노인들에게 영향을 주는 치매증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 됐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아밀로이드 가설과 타우 가설 그리고 염증적 가설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학계에서는 유해한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나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축적돼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정상인의 경우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소량 만들어지고 이후 분해돼 실처럼 풀린 형태로 뇌척수액에 녹아 있다. 그런데 이 단백질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베타 아밀로이드가 과다하게 생성돼 분해되지 않고 뇌세포 주변에 쌓이면서 플라크를 형성한다. 이러한 아밀로이드의 침적은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기 10년 내지 15년 전부터 시작된다. 이로 인해 생긴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뇌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시스템인 시냅스를 교란시키고 파괴해 치매를 유발한다.

또 다른 원인으로 뇌 신경세포에서 발견되는 타우 단백질도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행 질환의 주범으로 꼽힌다. 정상적인 타우는 뉴런의 구조 및 안정성 유지와 세포 내 영양분 운반 등에 도움을 주지만 비정상적인 형태로 접히게 될 경우 끈끈하고 잘 분해되지 않는 성질로 변하면서 뉴런 안에 ‘신경 섬유 다발(neurofibrillary tangle)’을 형성하고 뉴런의 기능을 교란하다가 결국 죽음으로 이끈다. 변형된 타우는 한 뉴런에서 인접한 다른 뉴런으로 퍼져나간다. 일련의 과정이 반복돼 뇌 조직에 넓게 확산되면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질환이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을 제거해 치료하려는 무수한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방법

현재까지의 알츠하이머는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조기 치료와 예방만이 최선이다. 최근까지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는 주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원인물질로 보고 이를 표적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항체치료제 등으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한 후에도 중증 치매가 지속되거나 베타 아밀로이드가 증가해도 치매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 등 발병 기전이 여전히 불명확해 치료제 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는 알츠하이머를 완치시키거나 중단시킬 수 있는 치료는 없는 상태이고 연방 식품 의약청(FDA)가 승인한 네 가지 약 ▲타크린 (tacrine:Cognex®) ▲도네페즐 (donepezil hydrochloride: Aricept®) ▲리바스티그민 (rivastigmine: Exelon®) ▲갈란타민 (galantamine:Reminyl®) 만이 이 병에 관련된 증상을 완화 시키고 병의 진전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비교적 다양한 원인이 나왔는데도 치료 방법이 없는 이유는 근본적 원인이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최상돈(생명) 교수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는 근본적인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경계 질환이라 손상된 조직 재생이 어렵고 그 원인에 타고난 유전적인 소인도 있어 치료에 한계가 있다”며 많은 원인이 제시됐지만 그것이 원인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연구와 성과는 현재진행형이다. 최 교수 연구팀은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화합물을 발굴했다. 이 연구는 우리 학교 김욱(응화생) 교수와 김문석(응화생) 교수 그리고 최 교수가 우리 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설립한 희귀 면역 질환 치료제 개발사 에스앤케이테라퓨틱스 및 환인제약 공동 연구팀이 참여했으며 위 연구에 대한 논문은 미국화학학회에서 발행하는 ‘ACS 케미칼 뉴로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인공지능 분자 역학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진행된 이번 연구는 In-Silico-Screening 기법을 사용해 체내외의 해로운 물질을 인식하는 단백질인 NLRP3라는 물질에 대응하는 물질을 여러 개 찾아 기계학습으로 공통점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나열해 판별한 화합물을 직접 구매해 실험을 진행하고 이 중 효과가 있는 물질의 특성을 분석해 신물질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NLRP3 같은 물질이 포함된 단백질 덩어리인 인플라마좀이 체내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데 NLRP3에 신물질이 결합하면 인플라마좀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해 염증 반응이 완화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염증을 통한 조직 손상이기에 인플라마좀이라는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중요한 단백질 복합체의 기능을 제어함으로써 염증반응을 완화할 수 있다”며 이번 결과가 염증성 질환이라는 특성이 있는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또한 최근 터진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에 대한 이슈가 터지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일종인 ‘베타 아밀로이드 52(Aβ·52)’를 발병 원인으로 지목한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의 2006년 논문 중 해당 단백질을 검출된 사진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하지만 최 교수에 따르면 이 논문 외에도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혹은 결과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관여하고 있다는 많은 연구 결과물들이 있어 전체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알츠하이머 치료에 대한 연구가 잘못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는 의학계에서도 큰 과제로 남아있고 아직은 치료할 수 없는 병이다. 하지만 계속된 연구는 결국 유미의한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최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가능성에 대해 “모든 질병은 치료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다만 그 시기는 과학이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를 극복하기 위한 의사들과 연구자들의 노력이 멈추지 않는 한 알츠하이머는 정복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알츠하이머가 불치병이 아닌 금세 치료될 수 있는 병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Tip.In-Silico-Screening은 컴퓨터를 이용해 화합물 합성 등의 모의실험을 하는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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