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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의 풍요 속 쌓여가는 쓰레기의 소리 없는 아우성 – 녹색시민 구보 씨의 하루
  • 이자민 기자
  • 승인 2022.08.3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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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과 아침 신문을 즐긴 뒤 옷을 입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점심으론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은 어느 날이었다. 구보 씨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그는 하루 동안 약 54kg의 자원을 소비했고 자신이 세상에 끼친 영향을 몰랐을 뿐이다. 모두가 한 번쯤 경험 해 봤을 흔한 날이지만 우린 그 하루가 만들어 낸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인식하진 못한다.

우리는 구보 씨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일상을 당연하게 영위하고 있다. 일회용 컵에 음료를 마시면 쓰레기가 만들어진다는 마음 한 켠의 불편함은 있지만 ‘나 하나쯤이야’라며 합리화한다. 일회용 컵 하나에 담긴 음료가 불러일으킨 쓰레기의 나비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커피 한 잔들이 모여 원시림 하나가 파괴됐고 조류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 가거나 엄청난 크기의 원시림을 파괴할 수도 있다. 햄버거 속의 쇠고기 패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초지의 손실과 메테인으로 인한 공기 오염이 초래된다. 햄버거 하나가 환경을 파괴하거나 자연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하지만 우

리 사회와 이곳 지구에서는 햄버거 속 패티와 커피 원두는 한 개일 수 없다.

그저 삶을 사는데 왜 의도치 않게 다량의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그건 바로 우리가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삶 각 분야의 잉여 생산품은 쓰레기와 오염을 초래한다.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병폐가 가득한 이 시대를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소비사회라고 칭한다. 소비자는 새로운 물건을 사도록 재촉당하고 강제되며 회유된다. 고수익과 소비를 촉진을 위한 경쟁적 대량 생산은 지극히 구조적이다. 더 편리하고 멋지고 맛있는 신상품은 우리의 반복적 소비를 유도함과 동시에 쓰레기를 양산한다. 일상 속 필수품이 되어버린 상품들과 그것의 편리함에 잠식된 현대인은 다량의 쓰레기 발생을 인지해도 멈출 수 없는 소비의 늪에 빠진 것이다. 편리함 속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다량의 소비는 규모의 생산으로 그리고 쓰레기로 이어진다. 쓰레기로 뒤덮여가는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다수의 이해관계가 혼재된 소비사회에서 구조적 모순을 한 명의 개인이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소비의 감축이다. 단적인 예로 과거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껌의 경우 소비가 줄어들자 시장 자체가 축소되었고 껌의 종류와 생산량 모두 줄어들었다. 소비가 줄면 생산이 줄고 생산 규모가 작아지면 생산 과정에서 비롯되는 환경의 파괴도 줄어든다. 생활필수품을 지금 당장 구매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다음에 구매하게 될 땐 그 물건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소비를 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시야 밖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더욱 많음을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지향해야 한다. 친환경적 생산 방식의 상품이나 다회용품을 구입하는 등 환경친화적인 녹색소비를 할 것을 권하는 바다.

구보 씨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시민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어갈수록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소비들이 상당한 양의 쓰레기를 양산 중임을 인식하게 된다. 끔찍한 소비의 결과를 알게 된 구보 씨는 녹색 시민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환경을 보호할 방법은 다양하다. 시위를 할 수도 있고 채식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 속 작은 실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구보 씨처럼 소비의 이면을 인식하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노력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녹색 시민 구보 씨는 혼자서 구조적 병폐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낮은 자세로 자신의 일상과 소비를 되돌아본다. 지금은 작아 보이는 우리의 실천은 분명 거대한 나비효과로 되돌아온다.

이자민 기자  jasmineljm@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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