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수천만의 다이어터들은 제로 음료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단백질을 늘리는 키토제닉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당 없이 맛을 내는 제로 음료의 수요가 상승했다. 다이어트 트렌드의 변화는 수많은 종류의 제로 음료와 음식들을 만들어냈다. 제로 음료 외에도 탄수화물과 당을 최소화한 여러 음식들이 개발되고 있다.

제로 음식들이 출시되면서 당뇨 환자들은 뜻하지 않게 이득을 보고 있다. 당뇨 환자들은 체내 췌장이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탄수화물과 당 섭취를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 이는 키토제닉 다이어터들의 식습관과 겹친다. 결과적으로 다이어터들을 위한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당뇨 환자들의 식단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뇨 환자들은 제로 음료나 키토제닉 음식을 먹으려면 해외 직구를 하거나 소규모로 판매되는 비싼 당뇨식을 구매해야 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제로 음료는 코카콜라 제로와 나랑드사이다 2종이 전부였다. 국내 대기업들이 줄지어 제품을 내보내며 당뇨 환자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제로 음료나 음식을 만들 능력이 없어서 제로 음료를 출시하지 않았던 걸까? 충분히 만들 능력이 있었지만 만들지 않았을 뿐이다. 칠성사이다 제로와 펩시 제로 모두 10년 전 출시됐지만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며 단종됐다. 최근 제로 칼로리 열풍이 불고 나서야 다시 출시될 수 있었다.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에 움직인다. 수요가 큰 사업을 위주로 움직이며 수요가 작아 크게 이익을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 빠르게 사업을 정리한다. 당뇨 환자들이 제로 음료를 섭취한다고 해도 수요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은 제로 음료 출시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이어트 열풍과 함께 다시 제로칼로리 음료 수요가 폭증하면서 다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다.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제품을 단종한 건 비판받을 행동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엔 언제나 규모의 경제에 밀려 조명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제로음료를 마시는 당뇨인은 예시일 뿐이다. PKU(페닐케톤뇨증) 환자는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선천적으로 아미노산 대사에 이상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사각지대를 위해 발벗고 나선 기업들이 있다. CJ는 PKU 환자를 위해 단백질 함량을 줄인 햇반 저단백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국내 수요가 2백 명에 불과해 판매할수록 적자를 보는 제품이지만 햇반은 현재까지도 저단백밥을 판매하고 있다. 매일유업도 몸에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을 가진 아이를 위한 특수 분유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역시 제조과정에 많은 수고가 필요해 판매할수록 손실을 보는 제품이다.

제품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추앙받던 시대는 끝났다. ESG 경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환경과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 오늘날 소비자들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통해 기업을 파악하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행동이지만 이에 앞서 사회에 공헌하는 행동도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윤을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기업들이 사각지대를 찾아나서며 소수를 위한 제품을 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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