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치킨과 제로떡볶이 그리고 제로햄버거는 언제 나오나요?”

지금은 제로시대. 온갖 음식군에서 설탕과 칼로리를 뺀 제로 제품이 출시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제로 버전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설탕 또는 칼로리가 없는 제로 음식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콜라 정도에 불과했다. 콜라가 아닌 대다수 제로 제품들은 해외에서 직접 구매해야 하거나 소규모 웰빙 가게에서 비싸게 판매됐다. 그러나 지난해 펩시 제로를 시작으로 대기업이 제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기 시작하며 제로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추산에 따르면 2019년 4백52억 원 규모였던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은 2020년 7백86억 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2천1백89억 원까지 커지며 폭발적으로 커져가고 있다. 롯데는 싸이와 아이유 같은 스타들을 내세우며 제로 제품에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롯데의 탄산음료사업 매출은 1분기와 비교해 22.6% 상승한 2천2백70억 원을 기록했다.

제로 제품 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MZ세대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연관 있다. 탄산음료의 최대소비층은 MZ세대다. 2019년 기준 전체 탄산음료 구매 비율에서 20대 27% 30대 25% 40대 29%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MZ세대 사이에서 건강 관리와 신체 운동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가 발생한 이후 건강관리 시장은 2020년 2백14조 원에서 지난해 2백53조 원으로 급격히 커졌다. 지난해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MZ세대 72%는 신체 건강 관리를 자기 개발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건강 관리가 당연시된 상황에서 헬시 플레저 (Healthy Pleasure)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헬시 플레저는 건강 관리를 위해 무작정 강도 높은 운동과 식단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은 음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며 신체를 관리하는 걸 의미한다. 제로 음식은 맛은 기존 음료와 비슷하면서 건강에 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들로부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대학생 변준영(21) 씨는 “칼로리와 설탕에 대한 부담이 없어 햄버거 세트 메뉴를 시킬 때도 제로 음료로 바꿔 주문하는 등 평소 제로 음료를 즐겨 마신다”고 말했다.

제로 음식이 활발히 출시되는 가운데 설탕세 도입은 제로 음료 출시를 촉진시킬 수 있다. 설탕세는 당류가 첨가된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당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의 소비를 줄여 여러 질병이 발생하는 걸 막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는 법이다. 현시점에선 전세계 42개 국가가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설탕세 도입을 추진했었다. 지난해 3월 강병원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9명이 설탕세를 도입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법안에 따르면 당 함량에 따라 기업에 음료 1백L당 최대 2만8천 원까지 세금이 부과된다. 정책 실효성 여부에 찬반이 갈리며 입법까지 가진 않았지만 건강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높아지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제로 음식은 설탕 없이 어떻게 단맛을 낼 수 있을까. 기업들은 음식에 설탕을 넣지 않는 대신 다양한 종류의 감미료를 첨가한다. 첨부되는 감미료의 종류는 음식마다 다르다. 주로 사용되는 감미료는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이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제로 음식은 대다수 두 감미료를 포함하고 있다. 수크랄로스는 설탕 대비 6백 배 강한 단맛을 가진 감미료다. 현재까지 안전성에 대해선 유해하다는 연구과 유해하지 않다는 연구가 양립하고 있다. 아세설팜칼륨은 설탕보다 2백배 달콤한 감미료다. FDA에 의해 안전성이 승인된 감미료지만 수크랄로스와 마찬가지로 현재까지도 유해성에 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 외에도 제로 음식에 주로 사용되는 감미료는 ▲스테비아 ▲아스파탐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등이 있다. 모두 두 감미료처럼 설탕과 비교했을 때 수백배 단맛을 가지고 영양이 없으며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위 감미료들과 다르게 섭취시 혈당을 증가시키며 설탕과 흡수율이 크게 다르지 않는 감미료도 존재한다. ‘말티톨’이 대표적이다. 칼로리와 당 흡수율이 0에 수렴하는 다른 감미료들과 다르게 말티톨은 1g당 2.1kcal이 존재하며 설탕 대비 60% 혈당을 상승시킨다. 다이어트를 위해 대체당 식품을 먹거나 당뇨 환자라면 말티톨이 들어간 제로 음식은 피해야 한다. 음료 제품군엔 말티톨을 사용해 만든 제로 음식이 없지만 과자나 초콜릿 등 제로 음식엔 말티톨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기에 영양성분표를 보고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특히 롯데가 출시한 ‘ZERO 디저트 브랜드’ 제품군 6종은 모두 말티톨이 포함돼 있다. 또한 탄수화물 수치도 높기 때문에 섭취시 혈당이 상승하며 칼로리도 꽤 포함돼 있다. 당뇨를 앓고 있는 A씨는 “제로라는 말에 안심하고 과자를 먹었는데 혈당이 크게 올라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제로 제품군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보기 위해 실제 1형 당뇨 환자에게 제로 제품을 먹인 후 혈당 수치의 변화를 파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지속성 인슐린을 맞은 상태로 끼니를 먹은 후 2시간 이후 제품군들을 섭취했으며 초속성 인슐린은 맞지 않고 측정한 혈당이다. 식전과 식후 1시간 그리고 식후 2시간의 혈당을 측정했다.

▲제로몽쉘 ▲제로젤리 ▲제로콜라 ▲제로쿠키를 섭취하기 전 후 결과를 측정했다. 이 중 제로콜라를 제외한 음식들은 모두 말티톨이 포함돼 있다. 실험결과 제로몽쉘을 먹기 전 혈당은 121이었지만 섭취 1시간 후 128 섭취 2시간 후 158로 혈당이 상승했다. 제로젤리와 제로쿠키는 혈당이 더 크게 상승했다. 제로젤리를 먹기 전 혈당은 126이었지만 섭취 1시간 후 혈당은 181로 상승했고 2시간 후엔 196까지 올랐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식후 혈당이 180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한다. 제로쿠키를 먹기 전 106이었던 혈당은 1시간 후 124 2시간 후 172로 상승했다. 반면 말티톨이 없던 제로콜라는 섭취 전 167에서 1시간 후 155 2시간 후 145로 오히려 떨어졌다. 지속성 인슐린을 맞은 당뇨병 환자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정상인처럼 조금씩 혈당이 떨어진다. 제로콜라가 혈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말티톨처럼 혈당을 높이는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제로음료들은 마음껏 먹어도 될까? 이런 질문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당뇨병협회에서 내놓은 입장문을 바탕으로 제로콜라를 먹어도 된다고 주장해왔다. 2020년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하 심평원)은 공식블로그를 통해 당뇨병협회로부터 제로콜라는 자유롭게 섭취할 수 있는 음료수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제로콜라는 혈당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포만감을 주기에 당뇨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존 입장을 변경해 당뇨와 상관이 없다는 의견을 철회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설탕 대신 열량이 없는 인공감미료를 사용했을 때 혈당개선이나 체중감량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평원 관계자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당뇨병학회 지침 내용이 변경돼 새로운 권고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2021 당뇨병 진료지침’에 따르면 총 열량이나 탄수화물 섭취에 제한이 없는 인공감미료 사용의 이득은 근거가 부족하다. 제로콜라가 장내 미생물 환경에 영향을 가할 수 있으며 제로콜라 속 포함된 카라멜 색소는 일반 콜라와 마찬가지로 몸에 좋지 못하다.

제로음식을 먹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심평원은 당류 섭취를 줄이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제로칼로리 음료를 활용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제로음식 속 감미료에 대한 위해성 여부가 입증되진 않았지만 일반 음료와 비교하면 건강에는 이로운 만큼 적당히 섭취한다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적당히’ 먹으며 건강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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