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0.9%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20년간 상승하던 투표율이 갑작스레 하락한 것이다. 지난 3월에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이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역대 최고였던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2030 세대의 투표율 또한 낮았으리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낮아진 투표율은 정치권에 대한 기대가 바닥을 찍었음을 보여준다.

조용할 틈 없던 선거였다. 지난 5월 당시 윤석열 당선자가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와 경기 지역을 돌며 선거개입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후 윤 대통령의 행보는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세우며 황당한 발언을 일삼았고 기성언론은 이를 집중 비판했다. 전체적인 공약과 후보자의 역량을 포괄적으로 판단해야 할 선거는 결국 ‘김포공항’ 선거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감을 비롯해 각종 자치단체 의원에 대한 관심도는 하락했다.

중요한 정치적 현안들이 자취를 감춘 사이 각 정당에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국민의힘은 선거 초반부터 일부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이 지역구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 후보 선정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돼 사회적인 파장을 낳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성폭력 문제에 휘말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완주 의원이 성폭력 가해로 제명됐으며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586 용퇴론’을 주장하며 당내 잡음이 끊이 질 않았다. 거대 양당 간의 네거티브가 가득했던 대선이 끝나자마자 내부에서의 잡음이 터져나오는 상황 속에서 유권자들이 과연 누구를 찍을 수 있었을까.

언제부터 선거가 이렇게 피곤해졌는지 모르겠다. 분열된 2030 세대의 모습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비판 또한 여전했다. 낮아진 투표율은 정치권에 대한 기대가 바닥쳤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정치권에 대한 피로도와 불신이 가득한 현 상황에서 여야 모두의 성찰이 요구된다. 우리의 한 표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되찾기 위해 정치권 쇄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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