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사람이 많을까 쓰는 사람이 많을까?’.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간까지 신문 마감에 골머리를 앓을 때면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대학신문이라는 매체 자체에 수요층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필자를 비롯한 동료 기자들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심지어 어차피 읽는 사람도 없으니 대충 쓰고 말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료 기자들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그들은 본인들의 기사를 읽는 독자가 몇 명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기사 작성의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다. 독자의 수가 아니라 독자 자체에 집중하는 태도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이들은 독자가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러한 고민의 유무가 필자와 동료 기자들의 가장 큰 차이였다.

기자의 기사 작성 과정에 독자에 대한 고민이 포함돼 있느냐는 기사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 기사의 소재와 방향성 그리고 논리구조 모두 독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의 수에 얽매인 필자의 기사에 독자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읽는 이의 수가 적음에 실망한 기사를 써놓고 왜 읽어주지 않느냐며 투정 부린 어린아이 같았던 지난날의 태도에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적어도 기자의 기사 작성 과정에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수를 놓고 저울질하는 태도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양질의 기사를 작성한다면 독자의 수는 자연히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독자의 입장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완성도 높은 기사를 작성하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뿐이다. 더 이상 독자에게 부끄러운 기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한 사람이라도 학보를 읽는다면 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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