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편집을 거쳐도 글은 완벽하지 못하다. 학보사 입사 전까지 글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느낌대로 쓰는 것이 필자의 글쓰기 방식이었다. 학보사에서의 글쓰기 또한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보사의 보도기사와 기획기사를 비롯한 모든 글은 플로우 차트가 우선이다. 글의 논리구조를 철저히 계획하고 글을 쓴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플로우차트가 생소했고 작성하는 것이 어려웠다. 솔직히 플로우 차트를 왜 쓰나 싶었다.

지난 661호에서 ‘펜끝에서’라는 코너를 맡았다. 다섯 개의 소재와 플로우차트가 버려졌다. 문제제기의 원인 분석 그리고 주장하는 바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담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리가 안된 글을 작성했다. 그래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질문받을 때마다 당연하게도 말문이 막혔다. 수차례 거절당하고 나니 플로우 차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공유폴더 속 올라온 플로우차트의 예시를 수십 번 봤고 참고해 쓰고 싶은 말들을 빈 종이에 적어내렸다.

마감 이틀 전 여섯 번째 플로우차트를 완성했고 그에 맞춰 초고를 제출했다. 플로우차트를 보며 각 문단마다 써야할 문장을 막힘없이 작성할 수 있었다. 소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장으로의 과정을 초고에 녹여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래 글을 쓰기 시작하면 마무리가 항상 애매했고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곤 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다. 왜 플로우 차트를 쓰는지.

글로 생각을 완벽히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글을 쓸 수는 있다. 그러기 위해선 쓰고 싶은 소재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정리한 플로우차트를 준비해야 한다. 플로우차트는 쓰고 싶은 글을 더 명확하고 논리적이게 표현할 수 있게 만든다. 평소 계획에 의해 쓰여진 글은 필자의 의도와 진심을 표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보사를 통해 플로우 차트에 의해 쓰여진 글이 더 자연스럽게 글의 의도를 나타내고 중심이 되는 주제를 확실히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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