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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만에 국민 곁으로 돌아온 청와대개방된 청와대를 다녀오다
  • 손종욱 기자
  • 승인 2022.05.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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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청와대, 5월 10일부터 활짝 개장

청와대 문이 활짝 열렸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청와대 개방 계획이 실행되며 10일부터 청와대에 일반 관광객 입장이 가능해졌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를 국민 모두가 누리는 열린 공간으로 재구성하겠다고 말하며 청와대 개방을 선언했다. 청와대 개방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이기도 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2017년 청와대 이전 계획을 수립해 2019년까지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2019년 1월 대체 부지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공약을 전면 백지화했다. 윤 정부는 취임 즉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며 당선 직후 청와대이전TF팀을 꾸려 2달간 준비 끝에 청와대 개방이 시작됐다. 개방된 청와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제 막 열린 청와대를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이전에도 청와대를 관람하는 행사는 존재했지만 사전 신청을 통해 1천5백 명만 입장할 수 있었고 월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첫째주ㆍ셋째주 토요일에는 개방하지 않았다. 안내 직원과 동행하에 정해진 장소에서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 제한적으로 운영됐다. 현재 청와대는 하루 최대 3만9천 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개방된 청와대는 제한 없이 연중무휴로 입장 가능하며 사진 촬영도 자유다. 청와대는 지난달 27일부터 청와대 개방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통해 관람 예약을 받았다. 관람 8일 전까지 관람을 신청할 수 있는데 추첨을 통해 관람객을 뽑기 때문에 청와대에 가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갈 순 없다. 기자도 10일 당일 관람을 신청했지만 추첨에서 탈락했고 11일 경쟁률이 낮은 아침 시간대로 신청하고 나서야 당첨될 수 있었다.

화려한 건물 영빈관과 푸르른 잔디밭 녹지원, 사진은 원하는 곳에서 찍으시죠

경복궁역에서 10분 정도를 걸으면 청와대에 도착한다. 입구는 ▲시화문 ▲연풍문 ▲영빈문 ▲정문 ▲춘추문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어느 문을 통해 들어가냐에 따라 보이는 건물이 다르다. 영빈문으로 입구를 조금 지나서니 눈앞에 새하얀 영빈관이 보인다. 영빈관은 해외 국빈이 방문하거나 행사를 진행할 때 공연과 만찬을 진행하는 곳이다. 원래대로라면 취임 후 윤 대통령이 만찬을 열 장소이기도 하다. 건물 앞 해치상이 사람들을 반기는 듯해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하얀 건물이라는 점에서 덕수궁 석조전이 생각난다. 영빈관을 지나 오른쪽으로 향하니 대정원과 청와대 본관이 보인다. 당장이라도 보러가고 싶었지만 맛있는 음식은 나중에 먹자는 생각에 좀 더 걸으면 나오는 녹지원으로 향한다. 푸를 록과 따 지 그리고 동산 원. 녹지원은 한자 그대로 푸르른 땅이 있는 동산이다. 가운데 있는 커다란 나무를 잔디밭이 둘러싼다. 서울에서 온 한 관광객은 “이렇게 자연환경이 잘 조성돼 있는 시설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주변엔 밴드도 있었는데 잠시 후 있을 공연을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녹지원을 둘러보면 전통의복을 갖춘 왕과 신하들이 근처를 산책하는 퍼레이드가 지나간다.

어른들의 청와대 헬기장, 아이들의 텐트장으로 바뀌다

녹지원에서 아래로 향해 춘추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춘추관에 들어서기 전 헬기장을 개조한 대규모 텐트장이 보인다. 어른들의 헬기가 오가던 공간이 아이들로 가득 찬 유원지가 됐다. 수많은 텐트 안에서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뒹굴며 평생 남길 추억을 간직한다. 춘추관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기사를 송고하는 곳이자 기자회견이 열리는 곳이다. 춘추관의 명패는 한자로 적힌 다른 건물들과 다르게 한글로 적혀 있다. 사람들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의도처럼 보인다. 춘추관에서 위로 향하면 상춘재가 보인다. 상춘재는 국내외 귀빈에게 전통 가옥 양식을 소개하거나 의전행사를 진행하던 장소다. 한국인인 기자도 옛날 한옥식 가옥이 인상 깊은데 외국 의전들은 오죽할까.

‘이 좋은 곳에서 자기들끼리만 살았던 거야?’ 청와대 본관과 대통령 관저

윤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을 대통령 취임 직후로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는 구중궁궐로 느껴지기에 국민과 접점이 형성되지 않아 소통이 부재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늘 청와대 본관과 대통령 관저를 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다. 오른쪽에 있는 관저부터 보니 입이 떡 벌어진다. 거대한 한옥 스타일 건물이 마치 대감댁 가옥 같다. 규모부터 인테리어까지 대통령이 사는 궁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관람을 하는데 근처에서 “이 좋은 곳에서 자기들끼리만 살았던 거야?”라는 말이 들려 순간 실소가 나온다. 본관은 관저보다 더 크다. 청와대 자체는 항상 이미지로 본 적 있지만 크기가 어마무시하다. 본관은 1991년 지어졌는데 만들 당시에만 15만 장에 달하는 청기와를 썼다고 한다. 본관을 둘러보는데 오전 11시 30분쯤이 되자 대정원에서 각종 공연이 시작된다. 전통 의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오더니 상모도 돌리고 행렬도 맞추며 각종 쇼를 보여준다. 공연을 보고 숙빈 최씨 등 후궁들의 위패가 있다는 칠궁으로 가려 했는데 지도대로 가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분홍색 옷을 입은 스태프에게 칠궁의 위치를 물어보니 친절하게 답해준다. 청와대 곳곳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고 행사 정보를 설명해주는 스태프가 많아 관광하며 둘러보는데 어려움이 없다. 칠궁은 청와대에서 밖으로 나가야 갈 수 있기에 청와대 밖으로 나와 보러가야 한다. 칠궁을 마지막으로 청와대 관광이 끝났다. 관람을 진행하는데 대략 2시간 30분을 소모했다.

열리지 않은 내부시설, 적은 휴게시설 등 아쉬운 점

이렇게만 보면 청와대가 마치 한국의 디즈니랜드라도 된 것 같지만 아직 개선할 점이 많이 남아있다. 우선 보안 문제로 현재까지는 건물 내부를 볼 수 없다. 당장 개방 전날까지 업무를 보던 장소인만큼 내부 정비ㆍ집기 이전 문제로 내부 공개 예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개방된 청와대를 둘러본 김복선 씨는 “실제로 보니 화려해서 좋았지만 내부 공개가 되지 않아 아쉽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내부가 공개되지 않아 건물만 보게 되니 단조롭다는 말도 있었다. 건설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지환 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건물이 화려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밤에 보게 된다면 조경이 아름다울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또한 잔디를 밟는 행동이 허용되지 않았는데 해당 금지사항을 따로 알리지 않고 구두로만 말렸기에 잔디 위로 올라가는 시민과 안전요원의 실랑이가 반복됐다. 내부에서 음식을 판매하지 않으며 간단한 음료만 마실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별생각 없이 피크닉을 즐길 생각으로 입장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또한 그늘이 많지 않고 휴식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1시간에 달하는 추천 경로를 다 보기도 전에 지칠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문제점들 모두 청와대 입구에서 따로 공지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청와대 개방 홈페이지로 들어가야 확인할 수 있기에 입장한 관광객들에게 따로 공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청와대 개방은 사진 찍을 유원지가 하나 늘어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를 개방하며 “진정한 대통령의 권위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늘 국민 곁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구중궁궐이나 다름없던 청와대를 개방하고 집무실에서 직접 국민들과 마주치며 권위의식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청와대를 비우며 대화와 소통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이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대화와 소통은 사라졌다. 국가안보와 외빈 접견 문제 등 청와대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모두 무시된 채 이전을 강행했다. 청와대를 개방하며 형식적인 소통은 이뤄냈지만 정작 과정에선 소통이 사라지며 모순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드는 건 악마가 아니라 이 곳을 천국으로 만들려는 자들의 소행”이라는 말이 있다. 천국을 만들겠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만을 강행하기보단 자신이 무시하던 악마의 말을 경청하는 윤 정부가 되길 바란다.

손종욱 기자  tou0325@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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