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성별 차이(gender gap)는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의 성별 차이로 정의되고 세대 차이(generation gap)는 세대별 차이로 정의된다. 미국 2020 대선에서는 바이든 (Joseph R. Biden Jr.) 대선 후보에 대한 성별 차이와 세대 차이가 드러났다. 미국 여성과 정치 센터 (Center for American Women and Politics)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대선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12%p만큼 바이든 후보를 더 지지하였다. 18세에서 29세 사이의 Z세대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15%p만큼 바이든 후보를 더 지지하였다.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는 나이가 젊을수록 강하게 나타났다. Z세대는 30세에서 44세 집단보다 바이든 후보를 8%p 더 지지하였고 45에서 60세 집단보다 11%p 그리고 65세 이상 집단보다 13%p 더 지지하였다. 이처럼 청년층이 진보정당(후보)을 지지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는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청년층이 기존 질서와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한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20대 대선에서는 대선 후보 지지에 대한 성별 차이와 세대 차이가 미국과 확연하게 다르게 나타났다. 두 후보 지지율의 성별 차이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고 세대별 지지 차이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다르게 나타났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 의하면 윤석열 후보에 대한 성별 지지율 차이는 3.5%p에 불과했으며 진보정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나이가 젊을수록 증가하지 않았다. Z세대는 40대보다 보수적인 윤 후보를 10.1%p 더 지지하였고 50대보다 1.6%p 더 지지하였다. 이처럼 Z세대가 중장년 세대에 비해 보수적인 후보를 더 지지한 결과가 초래된 이유는 Z세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윤 후보를 24.9%p나 더 지지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Z세대에서의 성별 지지율 차이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젠더 갈라치기 전략의 결과로 평가한다. 이준석 대표는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전략이 여성보다 남성을 더 결집할 것으로 전망하였고 윤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을 부인하고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선거 막판에 여성들이 결집하면서 젠더 갈라치기 전략은 윤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지 못했고 젠더갈등만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윤 후보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진중권 평론가마저 “이준석 대표의 2030 정책 즉 20대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는 식의 행태는 정치권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지금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남성과 여성을 결집기 하기 위해서 남성과 여성에 유리한 공약을 제시할지는 몰라도 젠더 갈등이 고착화 될 경우 MZ세대는 장기적으로 자신들에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민주화 이후 형성된 지역 간 갈등구조는 영남과 호남을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반대로 두 지역을 낙후시켰다. 이는 왜냐하면 두 지역은 어차피 견고한 지지를 보낼 것이므로 두 지역 정당은 자신의 지지 지역에 차별적인 혜택을 제공할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두 정당이 각각 남성과 여성으로부터 견고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예측하면 두 정당은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다른 집단에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기성세대는 집단정체성이나 이념적 가치를 기준으로 정당을 선택하기 때문에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이에 반해 청년세대는 정당들이 제공하는 실질적인 혜택을 중시하며 약속된 혜택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지지를 철회하는 경향이 있다. 청년세대의 이러한 정당 지지 행태는 청년세대의 권익 증진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청년세대가 20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청년세대는 캐스팅 보터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두 정당은 청년세대의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을 쏟아 내었다. 청년세대가 이처럼 정당들의 주목을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청년들이 회고적 심판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다.

청년세대는 남녀가 서로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남성의 어머니와 배우자와 딸은 여성이고 여성의 아버지와 배우자와 아들은 남성이다. 남녀는 서로 적이 될 수 없으며 부모세대가 청년세대의 적이 될 수 없다. 청년세대의 적은 청년세대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소수의 기득권 집단이다. 청년세대는 남녀가 서로 연합하여 자신과 같은 사회적·경제적 약자 집단들과 함께 정치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청년세대는 차별, 혐오와 증오의 정치로 젠더와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세력은 여야 할 것 없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청년세대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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