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서 진행한 시위를 둘러싸고 수많은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전장연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출근 시간대 지하철을 점거하고 장애인 이동권 증진과 복지예산 증가를 비롯해 장애인 인권 처우 개선을 요구 중이다. 하지만 시위가 일반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불법적이라는 점에 있어 많은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심상정 당시 21대 대선 후보가 토론회에서 장애인 예산에 대해 언급하며 잠시 중단됐던 시위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동권 투쟁은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를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역 계단에 위치한 리프트에 탑승한 노부부가 리프트 부실문제로 추락해 동승자 여성이 사망했다. 이후 여러 장애인 단체가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주장하며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고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는 2004년까지 전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은 여전히 많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정치적이다. 비장애인에게 최적화된 교통 시스템은 장애인의 불편을 묵인한다. 다수의 사람이 불편을 느끼지 못하니 장애인의 문제는 공론화되지 못한다. 원한다는 이유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것은 권력이다. 그리고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하지만 20년 넘게 지속된 전장연의 시위를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은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시위를 맹렬히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들의 방법론이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시위와 점거의 현장이다. 1978년 미국 휠체어를 탄 장애인 19명은 버스를 막아섰다. 시내버스의 리프트 설치를 요구한 이들은 1990년 ‘미국장애인법’ 제정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2017년 광화문 촛불집회 당시에도 시위대가 도심 교통을 마비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실현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윤석열 당선인은 장애인 이동권과 교통권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윤 당선인은 시내버스에만 도입된 저상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중증 장애인 콜택시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장애인의 적극적인 사회적 정책 요구가 지난 대선에서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전장연 측은 쏟아지는 장애인 혐오 발언들로부터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시위의 방법론에 대한 일부 정치권의 비판은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는 최대 다수의 행복이 아닌 소수자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다. 새롭게 출범할 정부는 또다시 이들과의 약속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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