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 지구온난화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5년 파리 협정이 채택됨에 따라 국제사회는 파리 협정의 목표인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하기 위한 노력에 함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2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안'을 확정해 25일부터 시행 중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0%로 감축하고 2050년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탄소중립이 실현됐을 때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내용을 전망한 것으로 세부 정책 방향과 전환 속도 등을 가늠하는 역할을 한다. 총 두 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된 본 안은 기술 전환과 에너지 전환 그리고 흡수원 확보 등의 방식을 활용해 탄소중립에 도달한다.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로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안을 의결했다. 이는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으로 기존 26.3% 감축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의 입법 취지와 국제 동향 및 국내 여건 등을 고려해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2050 탄소중립, 에너지 대전환

탄소중립은 에너지 대전환이라고 할 만큼 에너지 기술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기준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온실가스의 약 87%가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고 석탄 발전량은 줄여나가는 추세다. 정부는 전력수급 기본방향과 장기 전망 그리고 전력 설비 시설에 대한 15년 장기계획을 포함한 종합 전력정책인 전력수급기본계획을 2년마다 수립하고 있다. 2020년 12월에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원자력 발전 및 석탄 발전량의 감축과 신재생 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 방향이 제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가기후기술정책센터 박민희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대책에 대해 “연말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지난해 10월에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반영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기술력이 부족하진 않지만 지리적 여건과 자원 부족으로 인한 사업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친환경 산업의 기술 수준 국제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태양광 발전 기술과 최고기술 보유국 간의 격차는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신재생 에너지는 국토의 면적이 작고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가 의존하기 힘든 영역이다. 이제찬(환경)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 활용도가 높은 영국의 경우 바람이 많이 부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풍력에너지 사용이 용이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역별 지리 특성에 적합한 신재생 에너지 활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재생 에너지는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정책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배출량 감소와 더불어 중요한 요소는 탄소 흡수 및 제거량이다. 산림 흡수원과 해양 흡수원 그리고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 기술을 통해 최대 1억9백만t을 제거한다. 2020 기후기술수준조사녹색기술센터와 2020 기후기술수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수준은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78% 수준이며 기술격차는 5년으로 평가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 기술의 현황에 대해 이 교수(환경)는 “국내의 기술력이 부족하진 않다”며 “비용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까진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직접공기포집 기술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개발 사업이 진행된 적은 없으나 이산화탄소 포집제 연구·개발에서 개발한 포집제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포집용으로 적용한 사례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할 수 없다는 기업, 미룰 수 없는 탄소중립

산업 부문의 경우 2018년 2억6천만t에서 80.4% 축소된 5천1백만t 배출을 목표로 한다. 연료 전환을 통한 배출량 감축과 에너지 효율화로 산업계 탄소 배출량을 달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0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대상 업체 1백26개 업체로부터 받은 응답에서 68.3%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2030 NDC가 ‘과도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에 대해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 이규진 연구교수(지속가능교통연구센터)는 “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명시된 이행사항을 전혀 실천하지 않고 2020년 목표 배출량을 초과해온 게 문제”라며 지금까지 기술 전환을 준비하지 않고 과도하게 탄소배출을 해온 기업들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전 세계적 흐름에 따라 ‘RE100’ 등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재정적 여유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당장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대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 경기도의회 탄소중립위원회 김진일 의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많은 어려움이 있으니 재정 지원 등의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업들에 탄소중립의 설비나 기술 전환이 결국에는 기업에 이득이 된다는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 연합은 ▲과도한 온실가스를 배출한 오염원에 대한 탄소세 부과 ▲산업 분야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기준과 규제적용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 촉진의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방향성을 바탕으로 유럽은 GDP가 상승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은 줄어드는 녹색성장에 돌입했다.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기 위한 초기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결국 친환경적 경제 성장에 성공한 것이다. 이 교수(지속가능교통연구센터)는 “탄소를 줄이며 성장도 하는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노력과 개인의 노력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선 두 가지의 사항을 전제한다. 바로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혁신 및 상용화와 국민 인식과 생활양식 변화이다. 탄소중립 달성은 부차적인 목표이고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혁신과 국민 인식 변화를 통한 사회적 수용성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 수원환경운동센터 홍은화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원은 전환 부문과 산업 부문이기에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은 기술 혁신을 통한 탄소중립 노력에 애쓰는 한편 국민은 탄소중립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가 친환경 기술 혁신에 조세를 투입하는 상황을 이해해줘야 한다. 실제로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탄소 배출량은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교수(지속가능교통연구센터)는 “탄소 배출량 감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기반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생활양식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사무국장 역시 “탄소배출엔 기업의 책임이 크지만 개인들이 환경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환경적 실천에 막연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김 의원은 “환경 교육 등을 통한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국민 인식 개선은 신재생 에너지 활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폐기물 자원화의 경우 기술이 마련됐지만 유해물질 등을 우려하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현상으로 인해 시설 건립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교수(환경)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기준선 안에서 배출한다”며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폐기물 처리 시설 등에 대한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대책 준비와 국민 인식 형성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친환경 전환이 앞으로의 기업 발전을 위해 필수적임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는 비용이 많이 드는 변화일지 몰라도 세계 경쟁력을 위해선 피할 수 없다. 국민들 역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선 탄소중립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기업과 국민들은 탄소중립을 달성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tip.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각 회원국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과 역량을 고려하여 자발적으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것인지를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공식적으로 제출하는 계획

tip.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DAC)

팬을 돌려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필터로 분리하는 방식

tip. 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tip. 에너지 포집·저장·활용기술(Carbon Capture·Utilization&Storage·CCUS)

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 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지중 등에 저장하는 기술과 더불어 이산화탄소를 활용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유용자원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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