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위를 뜻하는 ‘구독’은 우리에게 낯선 개념이 아니다. 과거에도 우리는 이른 새벽 집마다 신문과 우유가 놓였던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렇듯 구독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지만 현재 떠오르는 구독 문화는 과거의 구독에서 더 나아가 대상과 범위를 가리지 않고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이하 CS)의 보고서에 따르면 구독경제를 이용하는 시장의 규모는 2015년 약 4백70조 원에서 2020년 약 6백조 원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의 금액을 지불하고 소유하던 ‘상품경제’에서 자신의 것을 타인과 공유하는 ‘공유경제’를 넘어 경험과 체험의 ‘구독경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구독경제가 확산되기 전까지 ‘소유경제’의 발전모델로 여겨지던 것은 ‘공유경제’였다. 공유경제 속 소비자는 중개플랫폼을 통해 일정 기간 서비스를 공유한다. 하지만 중개플랫폼의 중개 수수료 상승으로 인해 제품 및 서비스 생산자가 플랫폼에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러한 현상은 공유경제의 활성화를 막았다. 그리고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이하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소비인 ‘언택트 소비’를 지향하는 구독경제가 활발해지며 구독에 대한 대중의 접근이 수월해졌다. 

 

구독의 형태와 구독의 발전 

구독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정기적으로 소모품을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인 정기배송형과 정기적으로 구독료를 지불하고 물건을 대여하는 형태의 렌탈형 그리고 일정 금액을 내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 콘텐츠에 대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구독 형태인 콘텐츠 구독형이 있다. 이중 떠오르고 있는 구독 문화는 정기배송형과 콘텐츠 구독형이다. 

정기배송형은 최근 유통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형태로 이용률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해당 구독 방법은 의식주 제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정기적으로 샐러드를 배송해주는 ‘샐러드 판다’는 모바일 장보기 앱 ‘마켓컬리’에서 샐러드 분야 베스트로 선정되며 다이어트와 식단관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제과는 한 달에 9천9백 원으로 신제품을 포함해 1만 원 이상의 과자 묶음을 제공하는 ‘월간 과자’를 출시했다. 식음료에서 나아가 매달 깨끗한 침구 세트로 바꿔주거나 수건을 살균 처리해 일주일에 한 번씩 배송해주는 서비스와 1인 가구 등을 겨냥한 세탁 구독 서비스 그리고 면도기와 같은 생필품 구독 서비스도 인기다. 김민보(기계·3) 학우는 얼마 전에 와이즐리라는 면도날 구독 서비스를 알게 돼 신청했다. 예전엔 항상 날이 떨어질 때가 되면 면도날을 사왔었지만 이제는 매월 신청한 날짜에 문 앞으로 새로운 면도날이 배송된다. 김 학우는 “어차피 면도날은 주기적으로 갈아야 하므로 정기배송 신청만 해놓으면 번거롭게 면도날을 갈아야 하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고 마트보다 싼 가격에 배송까지 해주니까 훨씬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나 왓챠와 같은 콘텐츠 구독형 서비스 또한 비구독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게임에도 적용되면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또한 기존에 콘솔만을 판매하던 엑스박스와 소니도 게임패스와 소니플러스 등 스트리밍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19로 언택트 문화가 확대되며 직접 영화관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자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 콘텐츠 무제한 이용형 모델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했다. 문정원(21) 씨는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 문 씨는 “과거에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 따로 결제를 해야 하는데 주기적으로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가 업데이트되고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도 없기에 좋다”고 말했다. 

 

구독, 이유 있는 선택 

소비자들이 구독을 선택하는 이유 

OTT(over-the-top)(이하 OTT) 플랫폼 중 하나인 왓챠를 이용하고 있는 홍지수(21) 씨는 “시청 기록을 바탕으로 내 관심사의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주기 때문에 편리해서 자주 보게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구독 서비스는 개인의 취향을 충족시켜 주며 개인의 만족도를 높인다. 실제로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 결과 최근 1년 내 ‘정기 배송형’ 구독 서비스 이용자의 37%가 맞춤추천 기능을 이용한 적이 있었고 그중 70%가 이용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최근 1년 내 ‘무제한 이용형’ 구독 서비스 이용자의 경우 47%가 맞춤추천 기능을 이용한 적이 있었고 그중 70%가 이용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특히나 MZ세대의 경우 구독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온라인 구독 서비스 이용자의 50% 이상이 20대와 30대였으며 그 비중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재운(경영) 교수는 “MZ세대의 경우 온라인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사회에 익숙하며 소유하기보다는 여러 상품을 구독해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MZ세대는 상대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덜하다”며 구독에 거리낌 없이 접근한다고 밝혔다. 즉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새로운 소비 문화가 구독 문화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구독서비스를 시행하는 이유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 내 구독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하나의 기회로 자리 잡고 있다. 조 교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얻는 혜택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먼저 구독 서비스를 시행하면 고객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조 교수는 “구독 형태를 통해 멤버십을 진행하면서 고객과 기업 간의 관계가 맺어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가 맺어짐에 따라 개인이 선호하는 제품 혹은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원하는 상품을 추천해 구매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커리어 지식구독 플랫폼 ‘퍼블리’의 이다은 고객경험 매니저는 구독 서비스를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지속적인 커리어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는 퍼블리의 특성상 멤버십을 통해 장기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적절하다 생각했다”고 답했다. 

조 교수는 “기업이 구독 같은 멤버십으로 소비자와 맺어지게 되면 특정 생태계를 조성해 재구매를 촉진하는 ‘락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고정적 구매자를 확보할 수 있고 구독 서비스로 인해 생기는 소모 비용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주기에 이러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eBook 구독 서비스 플랫폼을 시행하고 있는 ‘YES24’ 북클럽사업팀 이진구 팀장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기업 입장에서 경영과 매출을 예측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일반 상거래에 비해 마케팅과 홍보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덧붙여 IT 기반 플랫폼으로 앱 데이터를 활용해 ▲구매 패턴 ▲사용주기 ▲소비자 행동 요인 ▲취향 등을 획득해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점도 구독 서비스를 택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팔고 나면 끝나는 단순한 소비가 아닌 지속적인 수익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기에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 정기적으로 계절에 따라 다른 꽃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립플라워’의 박경돈 대표이사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경영 안정성을 말했다. 박 이사는 “화훼산업의 경우 비수기와 성수기가 매우 뚜렷하다”며 따라서 “각종 기념일과 같은 성수기가 종료 후에도 경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고 비수기와 성수기 매출 간극을 줄일 수 있는 구독상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구독의 함정  

CS는 2023년에는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소비자와 기업 모두 윈윈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독경제도 함정이 존재한다. 

권경난(경영) 교수는 소비자들이 “구독 문화에 대해 가성비가 좋다는 것과 같이 좋다고 여기는 부분이 사실은 기업들이 구독 문화가 더 이익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함정을 파놓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소비자 행동론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미래에 대해 더 축소하는 경향이 있기에 소비하자마자 지불하는 방식이 아닌 정기적으로 요금을 지불하는 구독의 경우 금액을 축소해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물건의 값어치는 단순히 가격으로 책정되는 것이 아닌 소비할 때의 심리와 필요성이 포함돼있다”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총체적인 가격이 저렴해도 소비하는 상황이 다르기에 무조건 가성비가 있는 소비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파편화된 구독 서비스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문 씨는 “최근 OTT 플랫폼이 많아져 콘텐츠가 나눠졌다”며 “기존에는 TV 수신료만 내면 여러 채널에서 다양한 콘텐츠 볼 수 있었는데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지나치게 나뉘면서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려면 다양한 OTT 플랫폼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OTT 플랫폼들은 구독자 확보를 위해 인기작의 경우 독점작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중복으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게 돼 구독 비용의 부담이 커지는 효과를 낳는다. 저렴하다고 생각했던 가격이라도 여러 개가 모이다 보니 지출되는 고정 비용이 늘어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콘텐츠 시장의 한계와 대기업 독점이라는 함정이 존재한다. 구독 서비스를 진행하며 발생하게 될 함정이 있다. 구독 문화가 활성화되며 소비자들은 점점 빠른 주기로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원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 또한 이에 맞춰 빠르게 콘텐츠와 서비스를 수급해야 하니 비용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구독형 서비스의 경우 신규유입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하지만 콘텐츠를 구독하는 소비자들은 한정적이기에 어느 순간이 되면 구독률이 감소하는 현상이 필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구독 문화가 대기업의 독점과 중소기업들의 몰락을 유도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조 교수는 “구독경제가 주류를 이루는 사회에서는 브랜드 파워와 빅데이터 구축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경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독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빅데이터를 통한 맞춤 추천인데 빅데이터 서비스 구축의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이를 구축할 수 있는 대기업과 구축하기 없는 중소기업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에서 공유경제가 주류로 바뀔 때 사람들은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을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공유경제에서 소유의 경계가 희미해졌다면 이제 구독경제에서는 소유의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마음에 드는 것을 소유하지 않는다. 다만 구독할 뿐이다. 구독 문화는 다양한 장단점이 있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확산할 문화라는 것은 확실하다. 모든 것이 구독 가능한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Tip. OTT (over-the-top media service):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그리고 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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