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들이 입학하고 선배들과의 어색한 자리에 참석했을 때 선뜻 입을 열기가 쉽지 않다. 입을 열었어도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많이 부족하다. 그럴 때 이야기하기 좋은 주제가 바로 ‘MBTI’다. 간단한 방법으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고 직관적인 주제이면서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자기소개를 진행할 때 MBTI를 활용하면 그 사람에 대한 약간의 정보들을 유추해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

MBTI란 성격 유형 검사 중 하나로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해 만든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이다.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내향·외향 지표 ▲정보 수집을 포함해 인식 기능을 나타내주는 감각·직관 지표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판단 및 결정을 내리는 감정·사고 지표 ▲인식 기능 및 판단 기능이 실생활에 적용되어 나타나는 생활 양식을 보여주는 인식·판단 지표 등 4가지 기준에 따라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뉘게 된다.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무료로 검사를 참여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그러나 MBTI를 맹신하면 개인이 보유한 성격 유형을 존중해주고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성격 유형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틀에 가둬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본인의 MBTI 성격 유형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면 대체적으로 이런 반응이 나온다. “아 너는 그런 사람이겠구나. 혹시 000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혹은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온 것 같은데 너는 000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MBTI 성격 유형일거야”와 같은 반응이다. 물론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겠지만 성격을 규정하고 틀에 가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또한 MBTI 성격유형 검사는 나온지 꽤 오래된 검사이기도 하다. MBTI뿐만 아니라 MMPI나 BIG5같은 더욱 신뢰성이 검증된 검사들도 많다. 물론 앞에서 말한 MMPI와 BIG5보다 MBTI가 접근성이 우수하여 MBTI가 부상한 것은 맞다.

많은 전문가들은 MBTI 맹신에 대해 주의를 요하고 있다. 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간이 검사는 기존 MBTI 검사 내용을 활용해 저작권을 우회해 만든 형태이기 때문에 문항이나 방식이 달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MBTI 결과는 좋고 나쁨을 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외향형은 ‘인싸’ 내향형은 ‘아싸’가 아니라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이나 경로가 다른 것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사람의 성격은 제각각이다. 1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1백 개의 성격이 있듯이 사람의 성격은 MBTI의 16가지 유형으로만 구분할 수 없다. 16개의 유형으로만 사람을 구별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판단 오류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계에서도 MBTI를 신뢰성이 높다고 평가하지 않으며 앞서 말한 MMPI나 BIG5같은 신뢰성 높은 다양한 검사가 있으니 우리는 MBTI를 재미 요소와 간단한 이야깃거리로 그쳐야 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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