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대학생들이나 있는 언론이 뭐가 중요하나 싶을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대학언론은 학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쥔 강력한 사드나 마찬가지다. 대학언론은 대학의 부정이나 비리가 발생했을 때 대학을 견제하는 수단이다. 학교나 교내 단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문제를 보도할 수 있는 감사 기구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언론들은 그렇지 못한 자리에 놓여있다. 학교로부터 모든 예산을 받고 운영되기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번 마감마다 교내 부서를 돌며 취재를 진행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본보는 학생들이 편집권을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상황이 낫다. 거의 대다수 학교의 대학언론에게 편집권은 먼나라 이야기다. 엄연히 학생들로 운영되는 학생 단체지만 지금도 학교와 학생이 편집권을 두고 갈등하는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대다수 학교가 학보의 자금줄을 쥔 상황에서 학교는 절대적인 갑이다. 결국 대학언론 소속 학생들에게 학교는 건드릴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다.

지난해 11월 숭실대학교 「숭대시보」에선 학교가 언론을 탄압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숭대시보 국장이 장범식 총장을 비판하는 내용을 실으려 하자 주간교수와 총장이 숭대시보 기자를 전원 해임한 것이다. 장 총장은 한술 더 떠 기자들을 조주빈에 빗대 조롱했다. 조주빈도 학보사 기자였는데 학교에서 제재를 받지 않아 괴물이 됐다는 발언을 했다. 장 총장의 말대로라면 자신을 비판하려 했던 숭대시보 기자는 전부 악질 성범죄자들이며 자신은 범죄를 막기 위해 언론을 탄압했을 뿐이라는 기적의 논리가 완성된다.

이어진 전영철 숭실대 신문방송국 전문위원의 말은 대학언론에 대한 학교 단체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 하다. 전 위원은 숭대시보가 학교로부터 모든 예산을 받고 운영되기 때문에 사실상 관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돈 받았으니 닥치고 학교 말을 따르라는 뜻일까? 이쯤 되면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조차 잊은 듯하다. 언론의 역할은 홍보가 아닌 감시와 비판이다. 학생들이 자신들을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학언론은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대학언론은 마땅히 학생에게 소유돼야 하며 그 권력 역시 학생들이 가진다. 더불어 학교를 운영하는 비용이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온다는 걸 잊었나 보다. 학생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기구를 학생들이 운영하겠다는데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을까?

우리 학교 학보사는 정론직필(正論直筆)과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이념을 가지고 있다. 정론직필은 바른 주장을 펴며 사실을 올곧게 전한다는 뜻이며 실사구시는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우리가 정직하고 올바르게 담긴 사실을 전달할 수 있는 건 학교로부터 자유로운 위치에 있어 눈치를 보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와 같은 자유를 누리고 있는 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더 이상 학보들이 눈치 보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있는 언론 자유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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