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개최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이하 개막식) 중 중국의 소수 문화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했다. 이를 두고 한국 문화를 중국 문화로 편입시키려는 문화공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러한 반응을 의식한 주한 중국대사관은 대변인의 이름으로 “한복은 한반도의 것이지만 중국 조선족의 것이기도 하다며 문화공정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고 논란을 일축하려 했다.

중국의 문화공정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일에는 유명 패션 잡지 ‘VOGUE’가 인스타그램에 한복 풍 의상을 입은 여성의 화보를 게시한 후에 한족의 전통 의상인 ‘Hànfú’(이하 한푸)라고 소개해 비판받았다. 화보 속 여성이 지난 2년간 “한복은 중국의 한푸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제목의 영상을 지속해서 올려 구설에 오른 인물이었기에 한국인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이처럼 극단적 애국주의를 가진 일부 중국인들의 근거 없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복은 한국의 전통 의복으로 4세기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발견될 만큼 1천6백년 전부터 향유돼 왔다. 반면 청나라 이전까지의 중국 역사에 속하는 중국 왕조의 복식을 뜻하는 ‘한푸’라는 용어는 21세기 이후에 등장한 한푸 부흥집단이 임의로 정해놓은 것으로 한복과 관련이 없다.

더불어 앞선 논란에서 중국 네티즌의 무지성적인 태도가 한국인의 반중 정서를 더욱 심화시켰다. 사태와 전혀 상관없는 한국 연예인의 SNS 댓글 창을 한복이 중국의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과 악성댓글로 도배한 것이다. 우리 학교 한상준(사학) 교수는 중국인의 문화적 열등감에서 이번 논란이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위기의식을 느낀 극단적 민족주의자로부터 억지 주장이 시작됐고 중국 내에서 이를 지지하는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역사적 맥락과 사실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억지 주장은 문화공정으로 이어졌다. 연이은 중국의 문화 왜곡 논란으로 한국 국민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며 논란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3건에 달한다.

문화공정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항의해야 하지만 중국에 대한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무작정 담을 쌓기에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 의존도가 깊어 서로 손해를 보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과 달리 성숙하고 교양있는 문화시민의 자세로 이번 논란에 대처해야 한다. 즉 한국의 강점인 문화콘텐츠 산업과 소프트파워를 통해 왜곡과 오류를 바로잡아 문화공정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전통 의복인 한복과 갓이 알려졌던 선례가 있다. ‘HanbokFromKorea’ 해시태그와 함께 한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SNS에 게시하는 한복챌린지도 마찬가지다. 유명 연예인과 많은 재외 교포가 참여하였고 전 세계에 한복을 홍보하는 데 일조했다. 본질적 매력을 활용한 설득을 통해 중국인의 태도와는 상반되는 우리 국민의 지성과 지혜를 보여줬다.

우리 정부도 국민의 앞선 노력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중국 정부에 직접적으로 잘못된 정보의 시정을 요청하여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국가 차원의 노력이 더해지고 한국의 강점인 소프트파워를 활용한다면 자연스레 중국의 문화공정은 힘을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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