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증후군은 스스로 지어낸 거짓말을 믿는 정신적 상태를 일컫는다. 1955년 출판된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 씨’의 주인공 ‘리플리’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필자가 오늘 소개할 영화는 앞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리플리’다.

리플리는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 낮에는 호텔 보이로 일하며 부유층을 가까이 맴돌지만 그들이 될 수 없다는 것에 열등감을 느낀다. 그러던 리플리는 재벌 ‘그린리프’로부터 망나니 아들 ‘디키’를 데려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리플리는 곧장 디키와 친해지고 디키가 자신을 연모한다고 착각한다. 이를 안 디키는 그의 동성애적 모습을 비난하고 리플리는 분노에 차 싸움 중 디키를 살해한다. 이후 리플리는 디키 행세를 하고 자신이 리플리라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른다. 종국에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하던 ‘피터’마저 죽이게 된다.

리플리는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리플리는 아마 그 누구보다 부유층이 되길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은 디키에 대한 질투심과 열등감을 불러일으켰고 그에 비해 부족한 자신을 초라하다 여겼다. 이런 생각은 리플리에게 자기혐오를 일으켜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디키의 모습을 선택하게 했다.

리플리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해주는 피터를 살해한다. 피터를 살해하기 직전 리플리의 얼굴에 햇빛이 바다에 비쳐 일렁여 깜빡거리는 듯한 불빛이 비친다. 이 연출은 리플리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두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피터와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터의 평온하고 따뜻한 얼굴과는 대조된다. 피터가 살해당하는 모습은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진 리플리의 모습과 함께 보이스오버 돼 나타난다. 리플리의 흐느끼는 목소리와 피터의 멈춰달라는 절규의 목소리는 거짓된 행동과 말에서 벗어날 수 없는 리플리의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듯하다.

리플리는 디키를 처음 만나기 전 망원경을 이용해 멀리서 그를 훔쳐본다. 영화에선 리플리의 디키를 향한 시선을 클로즈업하며 리플리는 단지 부자들을 동경하는 염탐꾼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리플리가 사용한 망원경은 미디어로 변모했을 뿐 우리는 셀럽들을 따라 하고 그들의 삶을 따라 가려 한다. SNS 보고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신을 연예인과 비교하며 살을 빼고 그들의 물품을 구매하려 한다.

최근 유튜버 프리지아의 이른바 짝퉁 논란이 있었다. 논란 6일 후 모든 유튜브 영상들이 비공개·삭제 처리되고 사과 영상이 올라왔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 속 주인공 리플리와 다를 게 없다. 프리지아는 부유층이 되길 원했고 미디어의 빛나는 그들을 원했다. 미디어 속 그녀는 자신이 선망했던 대상이 됐으며 수많은 팬을 얻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이뤄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본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초라한 현실보단 멋진 거짓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리플리에게 피터는 “넌 절대 초라하지 않아”라 답한다. 우리 사회 인간들은 그 누구 하나 초라하지 않다. 기준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비관하기 전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가진 것에 감사하자. 이제 세상에 초라한 현실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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