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4일부터 29일 GS25는 ‘펫스톤 기획전’을 통해 반려석 3종의 판매 행사를 진행했다. 그저 돌을 주워다 파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의견부터 반려동물처럼 애정을 줄 수 있다는 의견까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반려견과 반려묘 그리고 반려석에 이르기까지 ‘반려’라는 이름 뒤에 수많은 명사들이 붙고 있는 현재 ‘반려’는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단어다.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함께하는 반려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반려OO, 나의 단짝

반려(伴侶)란 한자 그대로 짝 또는 친구를 뜻하며 한 개인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는 것 앞에 붙는다. 본래 이러한 목적을 갖고 키우던 동물을 부르던 ‘애완동물’ 호칭이 ‘반려동물’로 법령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며 일상적인 사용빈도 또한 늘어났다. 흔히 반려동물이란 용어의 사용은 개와 고양이에 국한돼 왔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선호가 다양화되며 종을 막론하고 개인이 정서적 안정감을 얻고자 기르는 모든 동물을 반려동물이라 칭하게 됐다. 또한 동물뿐 아니라 식물과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정서적 안정을 이끌어내는 ‘단짝’과 같은 존재의 명칭 앞에 ‘반려’를 붙이는 추세다.

‘2021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 29.7%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의미하는 펫(Pet)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인 ‘펫코노미(Petconomy)’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반려동물 시장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부와 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8년부터 2년간 2조8천9백억 원에서 3조4천억 원으로 성장했고 2027년에는 약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이하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한 ‘코로나 블루’가 반려동물의 입양을 부추기기도 했다.

조익현(24) 씨는 5년째 반려묘 ‘몽이’와 함께 살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키운 반려묘에 대한 애정이 무척 각별하다. 조 씨는 “인간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던 와중 반려묘를 키우게 됐다”며 “어려움이 해결됐다기 보다 존재만으로 행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려묘를 기르며 관련 공부 또한 시작했다. 유튜브 영상과 인터넷 정보를 찾으며 반려묘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자 노력한다. “수의사가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고양이가 ‘가장 조용한 학대’를 당하는 동물일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며 “고양이가 환경적으로 까다로운 면이 있음에도 그것을 감수할만큼 고양이로부터 받는 행복이 크다”고 전했다.

청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류호림(연극영화학부·2) 씨는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외동딸인 류 씨에게 반려견은 또다른 형제다. 류 씨는 “양육비용이 적지 않고 이동반경에 제한이 생기는 등의 불편은 있지만 그만큼 귀여운 동생들이다”며 “뿐만 아니라 반려견을 기른 후 가족과의 대화 주제가 늘어나 좋다”고 전했다.

최은별(사회·4) 학우의 반려곤충으로 넓적사슴벌레를 기르고 있다. 길러온 곤충의 종을 전부 기억할만큼 최 학우는 어렸을 적부터 오랫동안 곤충을 길러왔다. 최 학우는 “반려곤충에게도 반려견 혹은 반려묘 만큼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핸들링이 불가능하고 유의미한 교감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들에게 쓰는 진심과 정성에 차이는 없다”고 전했다. 최 학우는 처음 홍다리사슴벌레를 데려온 새벽 반려곤충의 날갯짓 소리를 들으며 뭔가가 살고 있다는 느낌에 묘했던 기분을 회상했다. 최 학우는 “반려곤충을 돌보는 것만으로 얻는 충족감이 있다”며 “기온이나 습도에 예민한 곤충을 조심스레 보살피며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렇듯 반려문화는 기존의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곤충과 식물 그리고 심지어는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모했다. 기성세대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모습이지만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다양한 위로를 주고 있다.

인간관계의 양상 변화, 반려문화 확산을 부추기다

동식물 혹은 사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교감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은 식물을 농작물로서 길렀고 동물을 가축 혹은 사냥의 용도로 길들였다. 무생물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섬겨온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신과 동등한 혹은 더 소중한 존재로서 이들과의 관계를 쌓은 것은 분명 달라진 양상이다.

이선이(사회) 교수는 “인간은 오래전부터 생존을 위한 도구적 의미로 동식물들을 사육해왔다”며 “구전설화를 통해 인간과 주변 동식물 간의 애착관계 또한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간이 처음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건 약 1만 년 전이며 기원전 7천 년경부터 곡물 재배를 시작하며 농업혁명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애착관계 형성이 주가 됐다는 점이 현대 사회의 특징이라며 “인간은 반려대상을 설정함으로서 자신의 정서적인 욕구를 충족하고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혜전대학교 애완동물관리과 김석은 교수의 논문 ‘반려동물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 반려동물의 효과가 드러난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착과 만족감이 높을수록 그로부터 받는 정서적 지지가 커지고 자율성과 유능함 그리고 친밀함과 같은 감정을 받는다. 사회적 배제를 경험한 집단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 크게 일어나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사회정서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반려동물 효과’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반려문화는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확장되고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 2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지난 해 10월 8일부터 13일까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농진청 농산업경영과와 함께 진행한 반려식물 인식조사 결과 코로나 19 확산 이후 20~30대의 반려식물 관심 증가도는 61.1%로 60대 이상보다 높았다.

성창현(기계·3) 학우는 1년 전 군대 동기로부터 율마를 선물 받았다. 그는 선물받은 율마를 반려식물이라 자랑스레 말한다. 독립 후 처음으로 기르게 된 식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성 학우는 “물을 주고 가만히 두기만 해도 크니 힘든건 없다”며 “처음 받았을 때보다 3배 이상 큰 모습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늦어도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고자 노력한다. 성 학우는 “안정감이 느껴진다기보다 다른 생명체를 책임지고 있다는 느낌에 애틋해진다”며 “부모님께서 키우는 본가의 식물들과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동물에 비해 상호작용이 덜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보살피는 행위 자체로 심리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지난 해부터 애완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체스피스’의 대표 여인화 씨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기성세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젊은 층에서는 개의치 않고 꾸준히 소요가 있으며 매달 약 3백 개에서 4백 개 가량이 팔린다”고 전했다. 특히 “애완돌과 함께 편지를 발송하는데 그것을 보고 마음에 위로가 됐다는 반응이 많다”며 “일시적으로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했었는데 자식을 보며 애완돌이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된다는 후기를 접했다”고도 전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세대를 일컫는 이른바 ‘Z세대’의 특징도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Z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며 기성세대에 비해 보다 간접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보다 느슨하며 일방향적이다. 인간관계를 최소한으로 맺으며 관계를 맺더라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필요할 때만 만나는 이들을 일컬어 ‘살코기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자녀를 낳지 않는 대신 반려동물 또는 반려물을 마련하려는 추세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노명우(사회) 교수는 “사회적인 상호작용의 방식이 비대면 혹은 SNS를 통해 이뤄지면서 그 양은 분명히 증가했다”며 “하지만 이는 인격적 관계의 형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노 교수는 “현대인의 특징 중 하나는 인격적 관계의 주도권을 갖고 싶어하는 것이다”며 “인간이 주도권을 갖는 반려문화의 특징이 인격적 관계의 형성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최근의 반려문화 강세 원인을 짚었다.

 

소비의 대상 vs 애정의 대상

이 교수는 반려문화가 단순히 정서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말한다. 이 교수는 “공통된 반려동물 혹은 반려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생활과 취향을 드러내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다”며 반려문화가 유행이 아닌 ‘상징’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 말한다. 다시 말해 공통된 반려동물 혹은 반려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집단적인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려문화의 성장과 함께 가장 먼저 활성화된 곳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2010년대 초부터 반려동물 커뮤니티가 인터넷 카페 플랫폼에서 활성화됐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이름을 딴 유튜브 개인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다. 수십만 구독자가 넘는 반려동물 유튜브 채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같은 종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반려카페와 반려펜션 등 본래 반려동물을 받지 않던 장소에서 반려동물을 함께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 그곳에서 새로운 인간관계가 발생한다. 실제 애견카페를 방문했던 류 씨는 “반려견과 주인이 같은 공간에 있는 카페의 경우 반려견을 통해 처음보는 사람과 대화를 해봤다”며 “반려견끼리 친밀해지거나 싸우는 것에 따라 그것이 하나의 대화소재가 된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반려동물을 매개로 다양한 동아리 및 동호회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 교수는 “생존을 추구했던 과거와 달리 현대인은 행복을 추구한다”며 “사회가 개인화될수록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가 강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결국 인간은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한 훈련은 반려문화에서 터득 불가능하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노 교수 또한 “인격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자기희생적 요소와 자기만족적 요소는 떼놓을 수 없다”며 “현재의 반려문화에서 자기만족적 요소만 극대화된다면 반려대상에 대한 무책임으로 이어져 동물권 침해와 같은 또다른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려라는 단어 뒤 수많은 단어들은 그 개수만큼이나 현대인의 삶이 다양해졌음을 가리키는 지표다. 혹자는 반려문화를 인간관계로부터의 도피라고 해석한다. 반려문화는 인간관계의 확장을 위한 발판일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반려문화는 혹은 목적지 그 자체다. 무언가가 자신으로부터 떠나지 않을거라는 확고한 믿음과 신뢰는 현 사회의 그 어디서든 찾기 힘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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