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偉人). 사전적 의미로는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을 일컫는다. 어릴 적 위인전에서 만나는 위인들은 하나같이 훌륭하다. 탁월한 재능과 뛰어난 능력으로 역사에 남을 업적을 새기며 기록 속에 남는다. 뛰어난 개발력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립한 빌 게이츠는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기틀을 다졌다. 마틴 루터 킹은 군중들을 연설에 빠지게 만드는 리더십으로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며 오늘날 인권 운동의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역사 속 위인들의 실제 모습은 인간적이다 못해 엽기적이다. 뜻하지 않게 실수가 잦고 세상의 질타를 받기도 한 위인들의 이면은 위인전 속 묘사와는 상반된다. 책 <찌질한 위인전>은 ‘위인’으로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인간미가 넘치다 못해 찌질한 ‘사람’ 9명의 삶을 조명한다. ▲김수영 ▲넬슨 만델라 ▲리처드 파인만 ▲마하트마 간디 ▲빈센트 반 고흐 ▲스티브 잡스 ▲어니스트 허밍웨이 ▲이중섭 ▲허균의 이면이 드러나는 셈이다. 인도의 독립을 이끈 민족운동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 식민지배 당시 인도 청년들에게 전쟁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영국의 식민 통치가 인도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는 지금 보면 아찔한 말들을 남긴 것이다. 아이폰을 탄생시킨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사람을 도구 다루듯 천대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에게 질문한 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바로 해고했다는 일화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그가 보인 동정심 없는 모습에서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가졌으리라 추측하기도 했다.

So What? 이 책은 위인들의 실체를 폭로하는 고발이 아니다. 훌륭한 업적을 이뤄냈다고 완벽한 사람이라는 법은 아니라는 점을 꼬집는다. 완벽(完璧)은 흠이 없는 완전한 옥을 말한다. 찬란하게 빛나는 옥처럼 반짝이는 사람이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완벽할 수 없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어처구니없는 슈팅으로 골을 날린 축구선수도. 9회말 1아웃 만루에서 병살타를 친 야구선수도.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에 일어나는 수많은 일 중 하나일 뿐이다. 이를 굳이 표현하자면 인간미라 하겠다.

그러나 사람들은 잘못에 가혹하다. 작은 흠결에도 낙인을 찍기 일쑤며 그 잘못이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더라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에서 실수로 페널티킥을 헌납한 장현수는 무수한 비난을 받았고 그 비난은 정당한 것처럼 여겨졌다. 말 한마디와 실수로 인민재판대에 오르는 행위가 과연 옳은가? SNS와 방송 그리고 사석까지 입 한 번 잘못 놀리면 처절하게 비난당하는 세상. 간디가 한 말을 우리나라 사람이 똑같이 했다면 어떤 비판을 받았을까.

이제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깨닫자. 위인들도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않았다. 부족한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메우는 노력과 가치를 존중하고 기억해야 한다. 한 연예인이 민주화라는 단어를 비하 용어로 써 논란이 된 적 있었다. 그녀는 논란 이후 한국사 자격증을 따며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구설수가 아니라 실수를 메운 노력이 기억되는 사회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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