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근처 미용실의 핑크 택스
우리 학교 근처 미용실의 핑크 택스

 

같은 상품이더라도 ‘여성용’ 혹은 여성이 많이 소비한다는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핑크 택스(pink tax)’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 ‘GirlTalkHQ’는 핑크 택스 탓에 여성 소비자가 남성 소비자에 비해 1년에 약 2천 달러를 더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핑크 택스는 의식주와 관련된 전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욕시 소비자보호원이 2015년 24개의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8백여 개의 상품을 조사 및 비교한 결과 여성용의 가격이 남성용에 비해 평균 13% 높다. ‘생로랑(SAINT LAURENT)’과 ‘구찌(GUCCI)’ 그리고 ‘발렌티노(VALENTINO)’ 등과 같은 해외 명품 브랜드는 동일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용이 남성용에 비해 최대 1백14만 원 더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다. ‘유니클로’의 ‘ezy 앵클 팬츠’의 남성용은 허리 부분에 겉감이 덧대어져 있어 밴드가 겉에서는 보이지 않고 고무줄이 내장되어 있기에 허리둘레에 맞게 조절할 수 있지만 여성용은 그렇지 않다. 동일한 이름의 다른 제품인 것이다. 국내 제품도 마찬가지다. 작년 3월 ‘무신사 스탠다드’에서 출시한 남성용 슬랙스가 여성에게도 인기를 끌자 여성용이 새롭게 출시됐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 데 반해 기능성은 저하돼 비판을 받았다. 서울의 한 의류 매장 관계자는 “최근 여성 고객 중에서도 남성 의류를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며 “동가격 대에서 남성 의류가 여성 의류에 비해 튼튼하고 원단의 질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식품계에서는 최근 ‘HERGRY’의 다이어트 시리얼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여성 소비자를 타겟으로 분홍색 색상과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운 해당 시리얼의 가격은 약 4만 원으로 1만 원 이내에 판매되는 다른 다이어트 시리얼과의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여성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여성용 홍삼은 일반 홍삼 성분 중 생리통 완화에 도움되는 성분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홍삼보다 가격이 30% 높다. 일각에서는 최근 가파르게 가격이 상승 중인 마카롱 또한 핑크 택스의 사례라며 지적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주거 공간에서도 핑크 택스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년 전에 비해 여성 1인 가구의 수가 2.6배 증가한 데 반해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약 20%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전용 주거 공간이 새롭게 등장하였다. 우리 학교 주변 여성 전용 주거 공간 4곳과 혼용 주거 공간 4곳을 비교해본 결과 여성 전용 주거 공간의 입주 비용이 약 10만 원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 전용 주거 공간의 가격이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안전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인해 수요는 증가 추세다.

2020년 미국 뉴욕주의 경우 핑크 택스 금지법을 제정해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5백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며 캘리포니아주는 성차별적 가격을 책정한 기업에게 최대 4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밖에도 영국의 생활용품 매장 ‘부츠(boots)’는 핑크 택스가 부과된 일부 품목의 가격을 조정했고 대형 유통 업체 ‘테스코(TESCO)’와 미국 온라인 소매업체 ‘박스드(Boxed)’ 또한 여성용 제품 가격을 남성용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했다. 미국의 면도날 배송 기업 ‘달러 셰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은 제품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가격으로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국내 기업도 핑크 택스를 없애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성별에 상관 없이 입을 수 있는 젠더리스 의상을 제작하는 ‘퓨즈서울’의 김수정 대표는 “여성이 핑크 택스 없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튼튼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많은 브랜드들이 노력해야 한다”며 기업의 합리적인 상품 출시를 장려했다. 현재까지 정부에서 핑크 택스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러나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핑크 택스 철폐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20년 ‘여성의당’은 핑크 택스 신고 제도를 통한 기업의 패널티 부과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와 같이 핑크 택스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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