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스타벅스에서 스타벅스 50주년을 맞이하는 ‘리유저블 컵 데이’가 열렸다. 하루 동안 음료를 구매하면 일회용 컵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리유저블 컵이 제공되었다. 재사용이 가능한 컵을 제공함으로써 ‘지속 가능성’이라는 스타벅스의 친환경적 가치를 고객에게 전하는 취지였다.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고 그날 하루 동안 스타벅스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컵을 얻기 위해 여러 잔의 음료를 구매하기도 하며, 행사는 조기에 마감되었다. 필자가 저녁 시간에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모든 리유저블 컵이 소진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 제공 행사가 환경을 보존하는 데에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으며, 친환경적 가치를 그저 마케팅의 수단으로만 이용했다는 비판이 있다. 이번 행사에서 제공된 리유저블 컵 또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환경오염의 가장 큰 주범이 되는 플라스틱을 수십만 개씩 찍어낸 것이다. 스타벅스는 자사에서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다회용 컵의 사용 횟수를 20회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일회용 컵 대신에 사용하는 다회용 컵은 50회 이상 사용해야 종이컵 하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환경을 위해 사용한 스타벅스 컵이 오히려 환경을 해치고 있었다.

 이는 ‘그린 워싱’이다. 그린 워싱은 녹색을 뜻하는 green과 세탁을 뜻하는 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환경친화적인 것처럼 꾸미는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한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기업이나 그 같은 행태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의도적으로 숨기면서 친환경 포장 도입이나 사회적 활동 등만 부각시켜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하여 비윤리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행보 또한 위장환경주의에 해당한다.

 국내 패션 기업 ‘노스 페이스’는’ K- 에코 테크’라는 이름의 친환경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버려진 페트병을 가공하며 만든 실을 활용하여 제작된 친환경 플리스를 자사의 주력 상품으로 출시하며 친환경적 패션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버려진 500ml 페트병 32개를 활용하며 옷 한 벌을 만들면 새 원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온실 가스 배출이 63% 감소하고 에너지 자원의 59%를 절약할 수 있다’라며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 보호 효과를 강조한다. 환경오염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기업의 환경적 책임의식을 보여준 사례다

 기업은 생산 과정에서부터 환경 보호 의식을 가져야 한다. 환경 보호를 마케팅이 아닌 생산과정에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스페이스’의 친환경 소재 의류 출시 이후 동종 업계에서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 많은 상품이 출시되었다. 친환경이 하나의 경향이 된 것이다. 이것이 대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올해 날씨는 유난히 예측하기 어려웠다. 지구의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체감할 수 있었다. 기후 위기의 원인이 되는 환경 문제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일회용품 사용으로 파생되는 쓰레기 문제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이제는 모두가 환경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을 떼어야 할 때이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의 행보를 인지하고 소비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기업 또한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환경 마케팅을 중단해야 한다.

 강북구청은 2019년부터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을 금지하여 오로지 텀블러에 담긴 음료만 반입이 가능하다. 그러자 청사 주변 카페가 연합하여 여러 카페가 다회용이 가능한 공유 컵을 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고객은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마시고 지정된 공간에 컵을 반납하면 된다.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를 낸 것이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같은 지역 내 카페의 연대와 실천이 큰 물결을 일으켰다.

 기업의 자체적인 환경친화 정책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자본을 가진 기업이라면 지역 사회와 연계하여 위와 같은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더 큰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진정한 환경 마케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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