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EBS에서 방영한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에선 단어를 알지 못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나온다. 학생들은 어휘력 문제를 풀며 글피와 기적소리 그리고 사흘 등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수업 중 가제가 뭔지 아냐는 질문에 랍스터라는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한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문제를 맞추지 못한 학생들을 비난했다. 학교 수준이 낮고 학생들이 무식하다는 비난은 기본이다. 글피를 모르면 상식이 없는 사람이다. 상식은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지식’을 의미한다. 비틀어 말하면 상식을 모르는 사람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말이 된다.

인터넷엔 상식과 관련한 다양한 논란들이 떠돈다. 영국이 섬이라는 걸 아는 게 상식이냐는 논란. 한자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아냐는 논란. 아관파천을 아는 게 상식이냐는 논란이다. 인터넷엔 ‘상식 논란’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수많은 상식 관련 문제들이 떠돈다.

해당 논란들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역사와 언어 그리고 사회 등 인문학적 주제를 다룬 문제라는 점이다. 상식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점들을 보면 모두 인문학적 주제를 다룬다. 과학적 주제를 다룬 상식 문제는 거의 없다. 그만큼 현대 사회엔 기초적인 과학조차 멀리하는 ‘과포자’가 넘쳐난다. 과학은 현대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과학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런 사실은 최근 대통령 후보 경선을 두고 나타난 논란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달 18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는 H2O가 물이 아니냐는 실언을 했다. 해당 발언은 홍 후보가 자신의 공약인 수소 경제 시스템을 말하며 나온 발언이기에 더욱 논란이 됐다. 홍 후보는 해당 논란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책은 내각에 지시하면 되지 내가 수소가 만들어지는 세세한 부분까지 왜 알아야 하냐”라는 말을 남겼다. 과학적 상식은 알 필요가 없다는 뜻일까. 홍 후보가 “영국은 내륙 국가가 아닌가”라고 말했다면 국민들은 해당 발언을 듣고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넘어갔을지, 홍 후보는 SNS에 똑같이 대응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

홍 후보의 말처럼 대통령이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식은 갖춰야 후보의 자격이 있는 것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여당과 국민의힘 최종 경선 후보 8인이 모두 인문계열 출신이다. 후보들이 모든 학문을 수려하게 알아야 할 필요까진 없지만 최소한의 상식은 갖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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