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과 함께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규제를 풀었다.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계획적 발걸음이 시작됐다. 이 조치를 사람들은 위드 코로나라 부르고 있지만 해당 단어는 일본에서 시행한 정책 이름을 그대로 옮긴 이름이다. 우리나라 정부에선 ‘단계적 일상회복’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단계적 일상회복’이라고 지칭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8월만 해도 OECD 백신 접종 완료율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느린 백신 접종 속도를 보였다. 하지만 3분기 본격적인 백신 수급과 함께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11월 2일 기준 백신접종 완료율 74.9%를 기록하며 인구수 1천만명 이상 국가 중 ▲포르투갈 ▲캄보디아 ▲스페인 ▲칠레 다음으로 백신접종 완료율이 높은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는 초반 접종에 뒤쳐지는 듯 했지만 결국 높은 백신 접종률을 이뤄냈다. 오히려 미리 백신을 접종한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단계적 일상회복을 거쳤는지 알고 교훈을 얻을 수 있어 전화위복이 됐다. 우리보다 앞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거친 국가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왔을까.

- 접종률 80% 넘긴 ▲UAE ▲스페인 ▲포르투갈, 단계적 일상회복 대성공

UAE와 스페인 그리고 포르투갈은 2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는 백신접종 완료율이 80%에 육박한다는 점. 두번째는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급격한 확진자 수 증가 없이 안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각 나라들은 어떻게 성공적인 단계적 일상회복을 유지하고 있을까.

먼저 UAE다. UAE는 1인당 GDP가 4만3천 달러에 달하는 부국이다. 인구수도 9백80만 명으로 많지 않다. 절대 군주제 국가이기에 통제가 용이했고 의료 인프라도 잘 설치돼 있어 백신접종에 유리한 국가다. 덕분에 11월 1일 기준 1회 이상 접종률 97.8%ㆍ 접종 완료율 87.8%를 기록하며 인구수가 39만 명뿐인 몰디브 다음으로 높은 접종 완료율을 기록하고 있다. UAE는 백신 접종이 거의 완료되자 일찌감치 방역을 완화했다. 경이로운 백신 접종률 덕에 올해 초 4천명에 달하던 UAE의 일일 확진자 수는 최근 1백명 이내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UAE는 9월 이후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 조치는 유지하고 있지만 방역을 크게 완화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직접 “일상 복귀에 대한 확신을 국민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지난달 1일엔 두바이 세계 박람회를 개최해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두바이 도시 전체에서 개최되는 이번 박람회는 10년간 4백조 원을 들여 만든 초호화 잔치다.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접종 완료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접종 완료율이 86.2%에 달하며 65세 이상은 100%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접종 완료율 70%를 달성한 8월 포르투갈은 식당 착석 인원을 실내 8명ㆍ야외 15명까지 허가했다. 결혼식ㆍ공연은 수용인원 75%까지 입장을 허용했다. 9월 백신접종 완료율이 80%를 넘자 야외 마스크 착용의무까지 해제했다. 다만 실내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에 힘입어 1월 1만3천명에 육박했던 포르투갈의 확진자 수는 1일 기준 4백91명까지 감소했다. 9월 이후 일일 사망자 수는 한자리수를 맴돌고 있다.

포르투갈 옆에 붙은 스페인도 비슷한 상황이다. 접종 완료율 78.8%를 기록한 스페인은 1월만 해도 평균 일일 확진자 수 3~4만 명을 기록했고 8월 한 번 더 대유행을 겪으며 평균 2만 5천명에 달하는 일일 확진자가 발생했다. 스페인은 무서울 정도로 빠른 감염속도에 현재까지 5백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전체 확진자 수 세계 10위에 올랐다. 그러나 백신접종과 함께 방역을 완화하며 최근 1주일 일일 확진자 수는 1천9백여명대까지 감소했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관광 사업에 나섰다. 스페인은 우리나라를 ‘녹색국가’로 분류하며 백신 접종 여부 상관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국경을 개방했다. 한국인이 스페인에 입국할 경우 코로나 음성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며 의무격리도 필요 없다.

캄보디아는 개발도상국 중 단계적 일상회복이 가장 진전된 국가다. 캄보디아의 18세 이상 성인 중 대다수가 백신접종을 마쳤으며 6~11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도 진행 중이다. 현재 캄보디아를 입국하는 내외국인의 격리기간은 7일로 단축됐다. 9월 8백여명에 달하던 일일 확진자 수는 현재 1백명 내외로 크게 감소했다.

- 어중간한 70%의 방역벽 무너지는 독일, 네덜란드, 영국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손흥민 선수가 뛰는 경기 속 관중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걸 보게 된다. 현 영국에서 진행되는 단계적 일상회복 단계다. 안타깝게도 영국은 확진자 수가 증가하며 무너지고 있다. 영국은 7월 일찍 마스크 규제를 완화하고 인원제한을 없앴다. 5월 2천명대. 6월 1만명대를 기록하며 조금씩 증가하던 영국의 일일 확진자 수는 7월 4만명대를 돌파했다. 8~9월 일일 확진자 수는 3만명대로 감소했지만 10월 다시 4만 명대로 증가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겨울 일일 확진자 수가 10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내놓았다. 현재 일일 사망자 수는 1백 50명 내외로 1월 1천명대를 오간 것과 비교하면 개선됐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68%. 우리나라가 단계적 일상회복 기준으로 삼은 70%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계속 되는 환자 수 증가에 영국은 부스터샷 접종도 논의하고 있다.

독일도 9월 거리두기 완화 이후 3개월 째 단계적 일상회복에 나선 독일도 상황이 좋지 않다.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10~14세를 비롯한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확진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모두 사망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중증 치료를 받는 입원 환자 수가 상당해 의료 기관이 고난을 겪고 있다. 독일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중증 치료를 받는 입원환자가 200명 증가했다. 특히 움직임이 적은 겨울철 확진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며 의료 기관 붕괴가 예상된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돈다. 독일도 백신 접종 완료율이 66.6%에 불과하다.

네덜란드는 결국 40일 만에 일상적 단계회복을 중단했다. 9월말 네덜란드는 방역 조치를 해제하고 코로나 패스를 도입해 일상적 단계회복에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신규 확진자가 7천 명대까지 증가했고 입원 환자수는 1천 2백명에 달했다. 사망자 수는 10명 내외로 적었지만 의료 기관에 부담을 겪으며 결국 꼬리를 내렸다.

- 총체적 난국, 다른 접종률 속 위기 겪는 미국,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백신 접종 완료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백신 접종 완료율은 82.7%에 달하며 올해 1월 세계적인 코로나 19 대유행 당시 일일 확진자를 50명 이내로 찍어 누르며 코로나 19 모범 방역국의 명예를 얻었다. 지난 8월엔 4단계 로드맵을 발표하고 방역지침을 완화했다. 모임 가능 인원을 백신 접종자 기준 2인에서 5인으로 늘리고 직장 직원 50%가 출근할 수 있도록 방역을 완화했다. 그러나 방역정책 완화 후 사상 최초로 확진자 수 1천5백명대를 돌파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부랴부랴 9월말 일상적 단계회복을 중단했지만 확진자 수는 감소할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모임 가능 인원이 5인에서 2인으로 줄였고 재택근무를 의무화됐지만 지난달 27일 신규 확진자 수 5천명을 넘겼다. 그 동안 0명~1명을 유지했던 사망자 수도 지난달 들어 급증해 15명 내외로 증가했다.

싱가포르는 일상적 단계회복을 진행했다곤 하지만 그 기준이 매우 엄격했다. 백신 접종자 기준 5인 모임이라는 기준은 우리나라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진행하기 전보다 더 엄격한 규정이다. 백신 접종률도 우리나라보다 높다. 현재 싱가포르는 예방접종이 완료된 12~69세의 경증 무증상자에 한해 일일 확진자의 최대 40%가 재택 치료를 받는다. 확진 후 7일 내지 10일 내에 일상 복귀가 가능한 체계다. 싱가포르와 제법 상황이 비슷한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만한 시스템이다.

미국은 선진국 중 백신 접종률이 가장 낮은 국가다. 백신 접종률은 고작 58%에 불과하다. 바이든 정부는 연방공무원을 대상으로 백신을 의무 접종하도록 정책을 지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량으로 반발해 시위가 발생하는 등 백신 거부에 대한 움직임이 가볍지 않다. 보수 지지층이 많은 텍사스 주는 바이든 정부 정책에 반대해 주지사가 직접 백신 의무화를 금지하는 등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택했다. 현재 일일 확진자만 7만 5천명. 사망자 수 1천 3백여명에 달하지만 마스크를 벗고 모임과 집회는 계속된다.

- 결론 : 마스크는 계속 쓰고, 중증환자수를 지켜봐야

코로나 19가 장기화되고 중증환자수를 줄일 수 있는 백신이 도입됐다. 대다수 국가에서 사망자 수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영국과 독일 등 섣부르게 마스크를 벗은 국가들은 중증 환자수의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격치료를 도입하는 국가들도 증가하며 코로나 19는 중증환자수가 얼마나 발생하느냐의 싸움이 됐다. 정부에서도 단계적 일상회복 중단 시점을 확진자 수가 아닌 환자실ㆍ입원병동 가동률이 75% 이상이 넘는 시기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백신 접종률 70%를 넘겨 80%에 도달하고 있다. 필자가 신이 아닌만큼 단계적 일상회복 성공을 장담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일상회복 단계에 돌입한 것만은 확실하다. 하루빨리 2019년의 삶이 돌아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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