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요리평론가 황교익은 방송계를 뜨겁게 달궜다. 황교익이 출연한 건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치 뉴스 최상단 코너였다. 논란은 지난달 12일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경기관광공사 신임 사장으로 황교익을 내정하며 시작됐다. 경기관광공사 측은 황교익이 경영자로서 자질과 품성을 갖췄으며 관광 분야에 풍부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내정 이유를 밝혔다. 이에 사람들은 해당 인사에 불만을 표했다. 방송에서 잘못된 정보를 퍼트렸고 관광과는 연관 없는 직업을 가진 황교익이 어떻게 관광공사 사장이 될 수 있냐는 것이었다. 황교익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옹호하는 글을 자주 썼고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점에서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지사가 과거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발언이 재조명되며 이 지사에 대한 비난 여론도 높아졌다. 황교익은 전문성조차 갖지 못한 낙하산 인사로 취급받으며 수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황교익은 직접 논란에 대응하며 공모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낙점됐다고 주장했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낙연 캠프가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싸움의 규모가 커졌고 20일 황교익이 직접 사퇴 의사를 전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황교익은 사퇴할 때까지도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황교익의 자승자박이다. 황 씨는 맛 평론가라는 직책에 무색하게 요리에 관한 왜곡된 발언을 일삼았다. 또한 자신의 말과 맞지 않는 언행을 수차례 보이며 전문가라는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대중들에게 황교익이라는 이름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남겨졌으니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바로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가 황교익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황교익이야 유명인이기에 바로 알려졌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엔 수많은 낙하산이 내려오고 있다.

임기 1년차. 이명박 정부에선 169명의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이, 박근혜 정부에선 107명의 서수남(서울대ㆍ교수ㆍ영남)이, 문재인 정부에선 65명의 캠코더(대선캠프ㆍ코드ㆍ더민주)가 공공기관 공수부대로 안착했다. 여당과 야당 모두 상대 당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지만 정작 본인이 정권을 잡자 언제 그랬냐는 듯 공수부대를 투입했다. 현재 양당의 주요 대선주자들이 문 대통령의 공정 문제를 비판한 가운데 자신들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이번 황교익 논란은 차기 정부의 체험판이 아닐까. 누구보다 공정을 중요시하며 문 정부를 비판하던 대선주자들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우리가 집중할 대상은 황교익 한 명이 아니다.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명대사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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