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이상 노인요양원으로 봉사를 다녔다. 봉사를 시작한 후 3개월 동안은 주어진 일만 빠르게 하고 소파에 앉아서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요양원에 계시는 10명의 어르신은 기본적으로 치매를 앓고 계셨고 치매와 더불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계셨다. 치매 때문인지 이야기를 나눌 때면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씀하시거나 엉뚱한 질문을 하셨다. 그런 상황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봉사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날 때까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상황을 넘겼다. 봉사는 시간이 나는 주말과 평일마다 찾아갔고 노인요양원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르신들과 직원분들께서 반겨주셨다. 봉사를 지속적으로 다니면서 노인요양원의 주말 일과를 꿰뚫게 됐고 요양보호사분들께서 설명하지 않아도 청소하고 식사를 도와드리며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렇게 노인요양원 봉사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 삶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봉사하면서 자연스레 노인 문제에 관심이 생겼고 현직 요양보호사가 쓴 책인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를 읽게 됐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4시간 동안 봉사를 하면서 요양보호사분들이 하시는 일과 업무 강도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이 책은 작가가 요양보호사를 하면서 겪었던 일화들과 더불어 대한민국 노인요양원의 현실을 보여준다.

봉사하면서 요양보호사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사무실에서 업무를 도와드릴 때면 요양원 입소 대기자가 몇 년 후까지 줄지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도 이런 점을 꼬집고 있다. 미국의 한 요양원은 입소자 100여 명이 있으면 노인들을 보살피는 직원 수는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작가는 우리나라와 상반된 미국의 요양원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2020년에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치매 현황에 따르면 813만4674명의 65세 이상 인구수 가운데 약 9.7%인 78만6259명이 치매 환자이지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복지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8만2544개소의 노인복지시설이 있고 입소할 수 있는 정원은 29만7167명에 그친다. 78만여 명의 치매 환자가 있지만 노인복지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정원은 29만여 명이라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는 길목에 놓여있다. 노인복지시설에 입소하기를 원하는 노년층의 수는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노인복지시설의 확대와 요양보호사의 확충 또한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요양보호사의 확충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봉사했던 곳의 경우 2명의 요양보호사가 10명이 넘는 노인 분들을 보살피고 계셨는데 노인 분들의 인원수에 비해 요양보호사의 수가 확연히 적다 보니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노인 분들이 발생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한 바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의 노인 일자리 정책과 노인 복지 등 역시 효율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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