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지난해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전국의 대학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2.4%가 2020년 올해의 단어로 ‘아시타비’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아시타비`(我是他非)’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이중잣대를 한자어로 옮긴 것으로 예전부터 존재하던 사자성어가 아닌 새로이 만들어진 한자어로써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와 뜻이 비슷하다.

2001년부터 시작된 교수신문의 올해 단어선정은 그해의 사회상을 반영해 날카롭게 정리하여 나타낸 단어들이었다.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국민을 시원하게 해 준 사이다와 같은 역할도 했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의 올해 사자성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 ▲20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 ▲2009년 방기곡경(旁岐曲徑)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 ▲2018년 임중도원(任重道遠) ▲20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 ▲2020년 아시타비(我是他非)

최근 5년간 일어난 사건과 사자성어를 정리해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2015년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가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라는 뜻이다. 2016년에는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라는 뜻을 가진 ‘군주민수’가 선정됐다. 물은 배를 띄우는 역할도 하지만 언제든지 엎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현실이 반영한 것이다. 2017년에는 ‘파사현정(破邪顯正)’으로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새로운 정부에게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하라’는 뜻을 담았다. 이듬해인 2018년은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이었다. 개혁에 대한 사명은 막중하니 잘하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2019년에는 ‘목숨을 함께하는 새’라는 뜻인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제시했다. 상대를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의미로 분열된 사회상을 반영했다. 그리고 2020년 현재 ‘아시타비’가 선정되었다. ‘아시타비’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렇듯 ‘아시타비’는 2020년 대한민국 사회와 정치권이 갈등만 무성하고 해결책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아가 2020년의 단어가 ‘아시타비’라는 점뿐만 아니라 2019년의 단어가 ‘공명지조’였다는 점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공명지조(共命之鳥)’는 풀이하면 연기적 공생관계를 망각하고 상대를 공격하다 보면 함께 다 죽는 어리석음을 지적한 말로써 이 단어가 선정되었다는 것은 2019년 또한 같이 화합해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정치권과 세대, 성별 갈등이 심하였음을 나타낸다. 이를 조합해보면 연기적 공생관계인 사람들이 공생관계임을 망각하고 서로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며 죽도록 싸우고 있다는 게 현재 상태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2020년이 끝나고 벌써 절반이 지난 2021년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정치세력 내 갈등 세대 갈등 성별 갈등이 꾸준히 올해의 단어에도 연속 선정될 정도로 깊게 자리 잡아 왔지만 이에 대한 지적 및 해결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깊게 생각해볼 필요를 나타낸다고 생각된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2021년의 단어는 비슷하게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2021년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 한국국학진흥원은 기대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직면한 현실을 ‘멈춤’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자는 의미에서 `개신창래(開新創來)’를 선정하였지만 지금까지는 코로나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사회의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결국 이 2021년의 나머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2021년의 단어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지금까지 갈등이 심하고 코로나가 해결되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고진감래’와 같은 사자성어가 2021년의 단어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갈등과 코로나가 지속된다면 ‘공명지조’와 ‘아시타비’와 같은 단어가 반복될 것이다.

 

결국 올해의 사회상을 결정짓는 것은 우리이다. ‘공명지조’의 유래가 되는 한 새의 몸에서 나온 두 머리가 서로 싸운다는 이야기의 결말은 싸우다가 결국 한 머리가 다른 머리를 죽이겠다고 독약을 먹어 자살하여 결국 죽는 것이었다. 우리가 ‘공명지조’와 ‘아시타비’라는 결국 서로를 죽이려다 자신까지도 죽는 결말을 벗어 날려면 우리는 귀찮고 보기 싫다고 갈등을 악화되는 것을 방관만 할 게 아니라 이에 대한 문제점을 자각하고 이 사태에 대해 ‘멈춰’라 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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