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빈센트.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함. 근시이며 30년 밖에 살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됨.

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에선 사람들의 정해진 유전자로 모든 삶이 결정된다. 태아는 태어난 즉시 유전자 검사를 받으며 검사 결과 나온 예상 수명과 질병 그리고 성격 등으로 운명이 정해진다. 과학적으로 결정되는 적격판정 시스템에 의해 부적격자로 판정된 이는 평생 단순하고 임금이 낮은 직업에만 머물러야 한다. 높은 직위. 복잡하고 임금이 높은 직업은 모두 적격자가 소유한다. 유전자로 자신의 모든 미래를 알고 예방할 수 있는 시대.

영화가 개봉한 지 24년이 흐른 지금 유전자를 통해 자신의 유전정보를 알아내는 건 이미 보편화 됐다. 2019년 기준 세계 유전자 검사 시장은 64억2천4백만 달러에 달하며 매년 10%씩 상승해 2024년이면 1백17억9천80만 달러에 달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생명공학의 발전과 함께 유전자 검사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병을 미리 알아내고 예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증가하며 유전자 검사 시장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라 하니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복잡한 절차를 걸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갑사정이 얇은 학우들 입장에선 유전자 검사가 다소 부담스럽게 생각될 수밖에 없다. 유전자 검사가 보편화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간편하고 저렴한 가격에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 검사기관이 직접 유전자를 수집해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는 DTC 유전자 검사가 허용되면서 시중에서도 활발하게 유전자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중에서 진행되는 유전자 검사에선 ▲영양소 상태 ▲운동 적합성 ▲피부 및 모발 상태 ▲식습관 ▲개인특성 ▲건강관리 ▲혈통 총 7개 분야 70항목의 검사항목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에선 유전자검사기관의 검사허용 항목을 56항목에서 70항목으로 확대한 결과다. 이러한 유전자 검사에 호기심을 가질 학우들을 위해 필자는 실제 유전자 검사에 참여해 봤다. SKT와 마크로젠이 운영하는 Care 8 DNA의 유전자 검사를 활용했고 8만 9천원의 가격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검사를 신청하고 며칠 후 집에 유전자 검사 진행 키트가 도착했다. 키트는 이용 안내법을 설명한 책자와 타액을 채취하는 키트 그리고 반송용 상자로 구성돼 있었다. 이용 안내법에는 유전자를 채취하는 방법이 친절하게 설명돼 있었다. 유전자 채취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키트를 열어 자신의 타액을 키트 안에 집어넣고 (가래침이 아닌 순수한 침으로만) 함께 동봉된 특수 보존 용액을 넣어 수차례 흔들면 됐다. 단 타액을 추출하기 1시간 전에는 양치를 하거나 음식을 섭취하는 등 타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해선 안 되며 그러한 행동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

추출한 유전자를 함께 받은 반송용 상자에 넣고 지정된 주소로 보내 유전자 채취를 마쳤다. 검사 결과는 Care 8 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유전자를 보내고 2주가 지나자 검사 결과가 나왔다. 영양소부터 건강관리까지 위에서 설명했던 유전자 내용이 모두 결과지에 나왔다. 결과지에는 총 6개 항목 70개의 분석 분야가 주의 – 보통 – 안심 3단계로 나뉘어 등급이 매겨졌으며 항목별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한 유형을 지정해 건강관리를 위해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해줬다.

검사 결과 나온 유전자의 특성은 놀라우리만큼 실제 나와 비슷했다. MBTI 같은 비전문적 심리테스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건강관리 항목이었다. 유전자는 내가 멀미에 약하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멀미로 고생하며 수차례 토했던 경험이 있기에 놀라웠다. 그러나 다른 항목들을 보니 멀미는 우스울 정도로 실제와 유사한 항목들이 많았다. 운동에 의한 체중감량효과와 체중감량 후 체중회복가능성이 거의 1백에 가까울 정도로 높게 측정된 것이다. 두 수치는 높으면 높을수록 조금만 운동해도 살이 쉽게 빠지고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을 의미한다. 필자는 실제로 거의 저체중에 가까울 정도로 마른 체질이었다. 또한 최근 평균적으로 걷는 걸음이 6천보에서 9천보 정도로 늘었는데 최근 몇 주간 살이 5kg가량 빠지며 유전적으로 별다른 운동 없이 걷는 것만으로도 살이 빠지는 체질임이 드러났다.

건강관리 분야에서 나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공된 솔루션은 ‘멀미 관리형’이었다. 멀미를 관리하기 위해 포만감을 유발하는 식품 섭취를 삼가고 핸드폰을 보기보다 멀리 있는 산이나 지평선을 보는 것을 추천했다. 이러한 멀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귤 ▲라임 ▲레몬 ▲오렌지 ▲자몽 등 시트러스 과일을 섭취하는 것을 추천하며 멀미를 막기 위해 컨디션을 조율하고 흔들림이 적은 좌석을 선택하는 등의 팁도 제공됐다.

검사지에선 영양소 분야에선 내가 유전적으로 결핍된 영양소와 충분한 영양소를 설명하고 섭취해야 할 식품에 대해 설명해 주는 등 내 몸의 관리를 위해 필요한 알찬 정보들로 채워져 있었다. 또한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업체에서 지원하는 전문가와 1대1 상담도 가능하다. 이처럼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내 몸을 정확히 알고 필요한 점과 필요하지 않은 점을 정확히 알아 솔루션들을 파악하니 내가 마치 ‘가타카’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신기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유전자 검사는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지 못한다. 실제로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게 되자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등의 사례가 연구되는 등 인간의 삶은 유전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이는 영화 ‘가타카’에서도 제기됐던 문제다. 주인공 빈센트는 열등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끊임 없이 유전자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우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고 우주로 향할 기회를 얻는다. 또한 유전자 검사가 완벽하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유전자 검사는 끊임없는 발전에도 불구하고 유전자의 수는 많으며 변이도 계속된다. 특정 유전자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완벽하게 알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유전자 검사는 높은 정확성을 가지지만 완벽하진 않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다만 검사 결과는 대략적으로 정확하며 나의 영양소나 건강 상태 혹은 운동 방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검사 결과가 실제 나와 다른 것 같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버리고 취사선택해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활용할 수 있기에 유전자 검사는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줄 키가 될 수 있다.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간편한 방법으로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다들 한 번쯤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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