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좀 당황스럽다. 지난호와 지지난호 연이어 한 기사씩 제목을 잘못 썼다. 복붙을 잘못해서 내용과 제목이 하나도 맞지 않게 달렸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항의하지 않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항의가 없었다. 문제가 있으면 항의하라고 여기저기 이메일을 박제했는데도 그 누구 하나 항의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기사를 쓴 기자 본인도 제목이 잘못 달렸다는 걸 모르는 거 같다. 현우야 미안하다. 근데 왜 너도 못 알아챘냐. 기사 내내 화학공학과를 다뤘다. 첫문단에서 친절하게 화학공학과를 다룬다고 직접 말했다. 근데 제목은 일자리센터다. 이걸 모르는 이유? 학보를 안 봐서 그런 거다. 최근 들어 가판대에 학보가 줄어든 걸 보고 기뻤다. 드디어 노력이 결심을 발한다고 생각했다. 몇 분 후 피크닉을 나온 어떤 커플이 학보를 깔개로 쓰는 걸 볼 수 있었다. 학보에 깔개 면을 만들어줄 걸 그랬나. 다다음 호는 장마철인 만큼 시기에 맞춰 우산 면을 만들어야겠다.

개소리는 그만하고 왜 학보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을까? 단언하기 힘들다. 개그콘서트가 망한 이유에도 여러 사유가 붙어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만큼 학보가 망한 이유도 하나의 이유로 단정하긴 힘들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시대가 변하는데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학보뿐만 아니라 교내 언론사인 AEBS와 영자신문사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솔직히 학보 내용이 궁금한가? 교내일자리센터가 30억을 투자받았다는 내용. 지구가 위험하니까 지키자는 내용. 아주대 유튜브가 잘나간다는 내용. 이게 궁금한가? 자극적이고 매운맛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통할 콘텐츠인가? 삼시세끼 마라탕만 먹는 사람에게 곤약을 먹어보라고 권유하는 셈이다. 전 국민이 365일 삼시세끼 엽떡과 마라탕만 먹는 광기의 시대 속 정통 묵집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마라묵으론 안된다. 엽기묵볶이로도 안된다. 기성 콘텐츠를 따라 해봤자 카피캣으로 남을 뿐이다. 묵집만이 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돌파해야 한다. 무슨 묵을 만들지 답을 내리긴 힘들다. 초코 묵도 만들고 민트 묵도 만들어보자. 언젠간 취향을 저격할 기상천외한 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정통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 남 기자처럼. 근황올림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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