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영화 ’미나리’ 열풍이 뜨겁다. 지난해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LA비평가 협회상과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등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 가족의 정착기를 다룬 영화이다. 실제로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미국 남부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은 넓은 땅에서 농장을 만들기 시작한다. 가족들에게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제이콥(스티븐 연)은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모니카(한예리)도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력한다. 맞벌이로 집에 혼자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서 외할머니 순자(윤여정)가 온다. 앤(노엘 케이트 조)과 데이빗(앨런 김)은 쿠키도 만들 줄 모르는 할머니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병아리를 감별하고 농장을 운영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는 가족은 힘들수록 더욱 끈끈히 뭉치며 미국땅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미나리의 의미

영화 속 가족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 땅을 밟았다. 아칸소의 이동식 주택이 있는 넓은 땅에서 제이콥은 한국 농작물을 가꿔 대박을 꿈꿨다. 하지만 농장을 가꾸는 건 맘처럼 쉽진 않았고 넓은 땅을 관리하기 위해선 모니카도 일을 해야만 했다. 결국 한국에 있는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청해 순자가 미국으로 향한다. 순자가 미국에서 가져온 짐보따리 속엔 미나리 씨가 있었다.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했고 순자는 아이들을 보살피며 물가에 미나리 씨를 심었다. 순자는 “미나리는 어디에 던져 놔도 잘 자라”라고 말하며 미나리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녀의 말대로 미나리는 별 노력 없이 잘 자랐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미나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가장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 던져 놔도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끈질기고 강인한 이민자들의 질긴 생명력이란 뜻일 것이다. 실제로 영화 중간중간 여러 고난을 겪을 때 어떻게든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막바지 농장 창고가 불에 타 지금껏 애써 키웠던 농작물이 타버렸을 때 가족들은 상심했지만 미나리 밭에 나가 미나리를 캐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 감독의 부모님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했던 노력의 모습을 생명력이 강한 식물인 미나리에 비유해 ‘미나리’라는 영화가 탄생했다.

데이빗과 순자의 관계

데이빗은 한국에서 온 순자에게 한국 냄새가 난다며 밀어낸다. 데이빗은 영어를 쓰고 미국 아이들과 어울리며 미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 데이빗에게 한국 냄새나는 할머니는 납득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할머니의 등장으로 데이빗은 한국인과 미국인 그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민 2세의 삶을 보여준다. 지금껏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데이빗은 할머니가 가져온 한국의 물건들을 극도로 피한다. 미국인이고 싶은 데이빗의 삶에 한국문화가 들어오는 게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순자는 나름의 방식으로 데이빗에게 다가간다. 순자의 노력으로 데이빗은 한국의 문화들을 점차 받아들인다. 영화 후반부에 데이빗은 평소 지니고 있던 심장의 구멍이 작아졌다는 검사 결과를 받게 된다. 심장의 구멍이 메워지는 이야기는 데이빗 마음 한자리 자리잡았던 정체성의 혼란이 점차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데이빗은 심장에 구멍이 있어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런 데이빗은 불탄 창고를 보고 하염없이 집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순자를 뛰어가 막는다. 데이빗 마음속 혼란의 구멍이 할머니 덕분에 채워지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미나리 수많은 상을 받을  있었던 이유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거의 모든 미국인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이민자의 후손들이다. 미나리 역시 한국에서 큰 꿈을 갖고 미국으로 이민간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대부분 사람의 ‘이민’ 경험을 공유한다. 사람들은 모두가 공유하는 이민자로서의 과거를 상기할 수 있는 미나리에 공감했다. ‘대부’ 등도 이민자들의 삶을 조명한 영화로 미국의 영혼을 그린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미나리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한적한 시골의 디아스포라 가정을 중심으로 색다르지만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울렸다.

윤여정의 연기도 한몫 했다. 영화 속 순자의 모습은 전형적인 할머니와는 많이 달랐다. 손주들을 어떻게든 보듬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할머니가 아니었다. 같이 화투나 치고 잠자다 소변을 본 손주를 “페니스 고장, 딩동 브로큰”이라고 놀리는 친구 같은 할머니였다.  미나리에서 전형성을 탈피한 한국 할머니의 모습을 강렬하게 남긴 그녀는 미나리를 더욱 빛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은 많은 전문가로부터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 분류 논란

미나리는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대사의 50%이상인 영화만 작품상에 오를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미나리는 외국어 영화상으로 출품된 것이다. 미나리는 미국인 감독 정이삭과 미국의 영화사인 PlanB에서 제작됐고 촬영도 미국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진행됐다. 출연진도 대부분이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런데도 대사의 대부분이 한국어라는 이유만으로 외국어 영화로 분류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국내외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제6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당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영어가 대사의 30%밖에 안 되지만 작품상 후보로 올랐고 제64회에선 영어가 대사의 50%에 현격히 못 미쳤던 ‘바벨’이 작품상을 최종 수상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가 대부분 영어 대사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우린 이 영화가 미국 영화라고 하진 않는다. 미나리는 한국어로 진행될 뿐이지 전형적인 미국적 정서라고 할 수 있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들이 미국인으로서 정착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백인 감독이 만든 영화는 영어 비율을 채우지 못해도 작품상을 받고 백인이 아닌 정이삭 감독이 만든 영화는 외국어 영화상을 받아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민 가족이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뜻하고 끈끈한 가족 이야기는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영화 막바지 농장 창고가 불탄 다음 날 온 가족은 거실에 모여 잠을 청했다. 모든 걸 잃은 힘든 순간이지만 서로를 믿고 내일을 위해 힘을 비축하는 모습은 이민자로서 살아남기 위한 근성이 엿보였다. 혼자서도 깊게 뿌리 내려 자란 미나리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위한 이민자들의 끈질긴 노력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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