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부터 2월 21일까지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강건 작가의 타아상실이라는 전시가 진행됐다. 경기 문화 재단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로 선정된 강 작가는‘나’와 ‘타자’ 그리고 그사이의 관계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표현했다. 강 작가는 프랑스에 처음 정착했을 당시 그의 뒤죽박죽 얽힌 자신의 과거를 작품에 투영했다. 총 13점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캔버스에 양모와 겔미디엄으로 그려진 4개의 작품과 9개의 조형물이 전시됐다. 설치미술 가인 강 작가는 보통의 전시형태에서 벗어난 개성적인 전시 방법을 활용했다. 통로 한가운데에 있는 작품, 벽에 붙어있는 조형물 등 공간을 급습하는 듯한 형태로 전시실이 구성되었다.

[극복하지 못한 자신의 답답함]

가장 먼저 <새 인간>이라는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손발이 묶인 듯한 형상을 한 작품은 곤경에 직면해 난감한 듯했다. <비완성인>이라는 작품은 ‘이게 과연 사람의 형상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머리가 없이 무릎을 꿇고 엎드린 모양으로 괴로워 보이는 사람의 형상이었다. 분홍색 카펫 위의 작품에는 보라색으로 마치 사색이 된 얼굴 모양의 패턴이 반복되었다. 머리가 없는 작품에 무표정한 얼굴의 무늬는 고통에 감정이 다 사라진 듯해 보였다. <덩어리>는 타조처럼 생긴 몸통이 벽에 박힌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벽으로 도망치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곤경에 빠진 상황을 묘사한 것 같았다. 세 작품 모두 인간인지 알 수 없는 반인반수의 형상에서 답답함과 절박함에 몸부림치는 듯한 감상을 받을 수 있었다.

[타인이 보는 나 vs 내면의 나]

이어 3개의 <제3자> 라는 작품을 보았다. 한 개의 몸에서 나온 3개의 머리가 베베 꼬인 채 누워있던 <제3자#1> 작품에선 내면의 모습과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 등 자신의 여러 모습 속에서 강한 몸부림이 느껴졌다. <제3자#3>은 이미 몸이 뒤틀린 형태였다. 온몸이 마치 스크루 바처럼 꼬였는데 그 사이사이로 삐져나오는 머리들에서 혼란스러움이 느껴졌다. 자신의 여러 모습 속에서 치열하게 다투다가 몸이 꼬여버린 듯했다. 이러한 3개의 <제3자> 작품은 내면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본모습과 달리 사회적으로 비치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 발현되곤 한다.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자신의 본 모습을 잃은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 강 작가의 <제 3자>라는 작품은 자아를 확립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 과정의 표현이라고 느껴졌다. 그가 겪었던 괴로운 상황과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문제를 작품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남겨지는 나의 부분]

우리는 저마다의 인간관계 속에서 여러 타자에게 기억되고, 그들 안에 남게 되는데 그것은 분명히 전부가 아니라 일부분일 뿐이다. 하지만 그 부분들은 타자 안에서 또 다른 형태로 변질, 변형되고 마치 실제 우리의 완성된 모습처럼 존재된다. 처음의 나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자아의 미세한 부분들은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이되고, 각자의 판단으로 나머지 부분들이 채워져 새롭게 완성된 ‘나’의 모습이 만들어진다. 과연 나의 조각을 가지고 당신이 만들어낸 또 다른 사람은 처음의 나와 같은 인물인가? - 강건

<아메바>라는 작품에선 세 조각으로 잘린 신체의 형태를 볼 수 있다. 무얼 표현하는 것일까 고민하던 차에 강 작가가 올린 작가 노트를 볼 수 있었다. 타인에게 우리는 완전한 형태로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부분만 기억에 남게 된다. 강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완성됐던 하나의 작품을 조각내는 것으로 표현했다. 벽에 붙어있는 반쪽의 상체, 바닥에 놓인 두 개의 다리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적으로 기억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 우리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과정]

독립기획자 고윤정은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글로 이번 전시에 대해 논했다. 그는 글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외형적인 뒤틀림보다 자아를 잃어버렸다가 되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마음속으로 비추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이 말의 뜻은 전시를 보면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작품 하나하나를 주인공으로 생각한다면, 각 주인공의 뒤틀린 듯한 모습, 조금은 고통스러워 보이는 모습이 단순히 외형적 고통과 괴로움이 아닌 내면의 치열한 싸움인 것이다.

그의 작품은 관람자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한 번 돌아볼 기회를 줬다. 비록 이번 전시는 21일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지만, 우리도 작가의 치열한 고민 끝에 만들어진 작품들을 보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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