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운전을 해도 된다고?

  운전면허를 따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이다. 현재 운전면허는 만 18세 이상이 되는 자가 ▲교통안전교육 ▲신체검사 ▲학과시험 ▲기능시험 ▲연습면허 발급 ▲도로 주행시험의 과정을 거치면 취득할 수 있다. 세 가지 시험에 대한 각각의 의무교육 시간은 ▲학과교육 3시간(교통안전교육 1시간으로 대체 가능) ▲장내 기능교육 4시간 ▲도로 주행 교육 6시간이다. 총 13시간의 교육을 받고 각각의 시험에 통과하면 운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도로 위의 흉기라고 불리는 자동차의 주도권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교육과정도 부실했다.

운전면허 학원 등록

  지난 1월 28일 운전면허 학원에서 비용과 조건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1종 보통 면허로 등록했다. 교육 유효기간은 교육개시일로부터 3개월이고 교육종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하지만 보통 운전면허 취득까지 2주일이 걸리고 일주일 만에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예도 있다고 했다. 운전대를 잡아본 적도 없는 사람으로서 일주일 만에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학과 교육과 시험 예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10명 중에서 9명은 합격한다는 학과시험

  1월 29일. 학과교육을 3시간 받았다. 학과교육을 위한 교재와 영상이 준비되어있었지만 책은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고, 영상은 구석 한쪽에 틀어놓은 채 수업을 마쳤다. 담당 선생님은 총 2시간 30분 동안(한 교시에 50분)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거나 범칙금과 제한속도 그리고 음주운전 기준 등 학과시험에 나오는 것을 요점정리 해주셨다. 실제 운전을 위한 도로 위 규칙이나 안전하게 운전하는 방법은 집에서 혼자 공부해야 했다. 3시간 수업을 듣고 난 후에도 교육 전에 알고 있던 상식 수준의 안전의식밖에 갖추어진 게 없었다. 다들 필기시험은 떨어지는 게 더 신기하다고 하지만 사흘 후면 시험인데 이런 상태로 통과는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학과시험은 문제은행에 있는 1천 문제 중 40문항이 출제되며 시험 시간은 40분이다. 1종 면허의 합격 기준은 70점 이상이고 2종 면허는 60점 이상이다. 시험 당일 신체검사를 받은 서류와 함께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 전날 휴대전화 앱으로 500문제 정도 풀었더니 걱정했던 것과 달리 91점으로 거뜬히 합격했다. 학원으로 돌아와 바로 다음 날인 2일과 3일에 기능교육과 시험 일정을 예약했다. 이틀 만에 기능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보통은 하루 만에 기능교육을 받고 시험까지 합격한다고 한다.

일사천리로 합격해버린 장내 기능시험

  기능시험은 기본적인 조작에 관해 테스트한 후 300m 주행 코스를 올바르게 주행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코스 내에서는 여러 항목을 기계가 평가한다.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2일에 3시간의 기능교육을 받았다. 한 교시마다 다른 선생님이 옆자리에 탑승해 알려주셨다. 운전석에 처음 앉아본 나는 시동 거는 방법을 먼저 배웠다. 시동을 걸고 의자를 나에게 맞춘 후 주차브레이크를 해제하고 기어를 바꾼 후 출발한다. 1종 보통 차량은 기어를 바꿀 때 클러치를 밟아줘야 했다. 클러치의 존재를 처음 알았기 때문에 많이 미숙했다. 선생님이 출발하라고 하실 때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되물었다. “진짜 출발해요?” 선생님 대답은 “네. 출발하세요.” 그렇게 출발했다. 그 후로 옆에 앉으신 선생님이 운전하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위험한 순간이 오기 전에는 직접 운전대를 통제하셨다. 10km/h도 나에게는 너무 빠르게 느껴졌다. 클러치와 엔진브레이크가 무슨 기능을 하는지 기어를 바꾸면 어떻게 되는지 잘 몰랐지만 3교시 동안 코스를 여러 번 도니 끝날 때가 되니 감으로 알게 됐다. 선생님도 T자형 주차와 주행 중 기어변경을 할 때도 원리나 이유보다는 학원 장내에 있는 물건들의 위치로 운전 방법을 알려주셨다. 예를 들면 마감처리가 잘 안 된 아스팔트 부분을 넘으면 기어를 3단으로 바꾸는 것이나 도로 옆 몇 번째 간판을 넘을 때 다시 1단으로 바꾸는 것 등이다. 이런 방법은 학원 기능 시험장 내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도로에 나가게 된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교육 4시간 만에 합격하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선생님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시고 안타까워하셨다. 3일에 1시간 기능교육을 받고 시험을 봤다. 배운 대로 하니 합격했다. 학과시험에 합격한 지 이틀 만에 기능시험 합격이라니 너무 빠르게 진행돼서 얼떨떨했다. 기능시험 합격 후 연습 운전면허가 나오는 데 3일이 걸리고 그 후 도로 주행을 할 수 있다. 한 번도 운전해본 적 없는 사람이 3일 후면 도로에 나가 운전을 할 수도 있다니 놀라웠다.

어쩌다 보니 도로 위, 도로 주행시험

  도로주행시험은 5km의 4가지 코스 중 무작위로 고른 한 코스를 안전하게 주행하는 것으로 사람이 옆 좌석에 앉아 평가한다.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도로 위는 기능 코스와는 다른 세상이었다. 변수가 많았다. 사람과 오토바이 그리고 자전거까지 있는 도로 위는 혼돈이었다. 학원 장내에서 중앙선을 넘으면 점수가 깎이고 말지만 도로 위에선 교통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모든 순간 긴장해야 했다. 굽은 길을 갈 때나 차가 차선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는 옆자리 탑승하신 선생님이 운전을 도와주셨다. 도로 주행 교육도 기능교육과 마찬가지로 원리와 이유보다는 지형지물을 기준으로 할 일들에 대해 배웠다. 머리는 알아도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불안한 상태로 도로 주행시험에 응했다. 결과는 중앙선 침범 실격이었다. 뭘 잘못했는지 몰랐던 나는 오히려 실격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태로 합격했다면 운전하자마자 교통사고를 냈을 것이다.

  설 연휴가 지나고 16일에 추가 교육 한 시간을 더 받고 시험에 응했다. 한 코스를 도는 데 20분이 걸리니 2바퀴를 더 돌아본 후 시험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많이 내려 평소 연습했던 것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해야 했다. 눈이 내린 도로를 처음 주행해 본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눈에 가려진 차선을 보지 못하고 교차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사고가 날 뻔했다. 다시 불합격이다. 두 번이나 떨어지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도로 위에서 운전은 고작 7시간밖에 해보지 않은 사람이 최종시험을 보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다. 도로 주행 교육의 코스와 상황이 다양하지 않아 실제 운전할 때 생기는 변수에 안전한 대응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22일 추가 교육 2시간을 받고 시험에 3번째로 응했다. 2교시 동안 코스들을 한 번씩 모두 돌고 나니 시험에서 어떤 코스가 나와도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다. 도로에 얼마 없던 차량과 좋은 날씨도 한몫을 했지만 같은 코스를 반복적으로 연습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합격할 수 있었다. 합격이라는 소식에 설렜지만 동시에 걱정이 되었다. 나는 후사경도 볼 줄 모르는 초보운전자이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학  과교육 개시일로부터 24일 만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하지만 설 연휴와 학원에 나가지 않은 날을 제외하면 8일이고 도로 위에서 운전을 해본 시간은 9시간이다. 과연 이런 내가 실제 자동차를 몰아도 될지 의문이 든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심경을 토로하면 운전은 하면서 늘고 많이 할수록 익숙해진다는 당연한 대답을 해준다. 운전에 익숙해지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다음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게 아닌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운전에 익숙해지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듯하다. 주변 운전면허 취득자도 필자와 같은 생각이었다. 안주은(응화생·1) 학우는 “교육받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론도 딱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유○○(전자·2) 학우는 “면허 취득 후 바로 능숙하게 차를 몰 수 있는 친구들을 많이 못 봤고 주차 같은 경우 연습이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라 따로 연습을 해야 했다.”고 실제 운전에 부족한 운전면허 교육의 현실을 밝혔다.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운전면허 교육자도 “현재 하는 교육 시간으로는 도로를 주행하기에 많이 부족하지만 교육하는 입장으로 시험에 통과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만 알려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교육자도 학습자도 불안해하는 운전면허교육은 많이 부실해 보인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운전면허 시험은 2010년 6월 정부가 국민 부담 절감 차원에서 간소화한 후 초보운전자의 교통사고 증가와 다른 운전자에게 주는 위협감으로 2016년 12월에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운전면허 교육은 실제 도로 주행에 활용도가 낮다. 간소화되기 전 운전면허 시험은 ▲굴절코스 ▲T자 코스 ▲S자 코스 ▲곡선코스 ▲평행주차 ▲급제동 ▲시동 꺼짐 ▲경사로 등 11개 항목이 있었다. 이는 운전을 위해서 필수적인 항목들이다. 하지만 현재 코스는 ▲경사로 ▲직각 주차 ▲좌우회전 ▲교차로로만 이루어져 운전에 필수적인 항목들을 배울 수 없다.

  다른 나라의 운전면허 시험을 살펴보자. 운전면허를 따기 매우 어려운 나라라는 독일은 과정이나 총 소요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복잡하고 길다. 운전면허를 따는데 대략 3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필기시험은 9백여 개의 문항 중 임의로 출제되고 90점 미달이면 실격이다. 이 외에 응급 처치 교육 및 차량 구조 및 원리 시험을 이수해야 하고 도로 주행 연수 충족 시간도 10시간이 넘는다. 도로 주행은 고속도로, 밤길, 시골길 등으로 구성된다.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해도 정식면허가 아닌 2년 동안의 임시면허증을 발급받고 임시면허 중 법규를 위반하면 임시면허 기간이 늘어나고 일정 이상을 넘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필기시험 점수 기준을 비교해도 도로 주행 코스의 다양성을 비교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어렵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7년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한국이 8.1명이고 독일은 3.9명이다. 두 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는 실제 운전면허 교육의 차이가 사망자 수 차이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민의 장기적인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편리함만을 강조하는 운전면허 교육의 강화가 시급하다.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