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없는 시간, 한 학생이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반 쯤 들어오면서,
“상담 때문에 왔는데요...” 라고 말하며 쭈뼛거린다.
며칠 전 인터넷을 통해 공학인증 상담을 신청한 학생이 찾아온 것이다.
몇 년 동안의 경험을 말 해 보자면,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정말 상담을 목적으로 찾아온다기보다는 상담을 해야 수강신청이 자유롭기(?) 때문에 온다.
학생에게 앉을 것을 권한다. 십중팔구 나는 내 책상에서 좀 더 가까이 있는 의자에 앉길 권하지만, 학생은 머뭇거릴 뿐이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 춥지 않은지, 밖에 비는 오지 않는지 등 한참을 날씨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마침내 학생에게 묻는다.
“무엇을 상담해 주면 좋을까요?”
“...”
몇 번을 다시 물어 본다. 무엇이 궁금한지, 무엇을 상담해 주면 좋을지.
마지못해 학생이 물어온다.
“졸업하면 어디 취업할 수 있어요?”
“...”
이런 경우 즉답을 하지 않도록 나만의 방침을 정했다.
다만, 잠시 창 밖을 바라보다 앞에 앉은 학생을 바라보는 것이다.
학생도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떨궈 바닥을 응시한다.
20여 년 전 같은 건물에서 강의를 듣던 내가, 상담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더라면,
나 역시 어떤 답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녹음이 더 짙어지는 지금 5월, 청춘(靑春).
산천이 푸르른 여름에 추운 겨울을 미리 대비해야 하듯, 우리 또한 대학생활 4년 동안 가슴속에서 바라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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