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올해 저희 학생회는 메니페스토를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로 시작되는 장문의 문자. 답변이라도 오면 양반이다. ‘읽씹’하는 학생회가 부지기수다. 올해 우리 학교 학생회는 개교 이래 최초로 모두 매니페스토를 거부했다.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이행하긴커녕 진행 과정조차 숨겼다. 1년 전 뽑히기 위해 내건 공약들을 부정한 셈이다. 학생회는 매니페스토를 거부하며 각기 다른 이유를 내걸었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코로나를 탓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만큼 혼란스러울 순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평가를 거부할 핑계가 되진 못한다. 학생회 임원들은 모두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장학금을 받았다. 다른 사람의 돈을 받았다면 마땅히 자신의 가치를 해내야 한다. 지난해 학생회의 작태는 태업이다.

실망스러웠던 건 나태했던 학생회뿐만이 아니다. 올해 선거를 통해 당선된 몇몇 학생회도 선거 과정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선거에선 7곳의 단과대학 중 6곳이 단독 후보로 출마한 상황에서 선거는 사실상 투표율 50%만 넘으면 당선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단과대학들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자를 대상으로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투표율로 당선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벌인 일이다. 사실상 학생회 후보들이 투표를 경품으로 구매한 셈이다. 코로나로 인해 학우들과의 교류가 어려워졌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어떻게든 자신들의 공약을 알리며 홍보해야 했다. 하지만 학생회는 이벤트로 표를 얻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우리나라 공직선거법 제230조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실제 투표였다면 후보자들이 법정에 세워질 행동이었다.

학생들도 학생기구를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사태들이 벌어질 때까지 학생들은 침묵했다. 이젠 학생회를 무관심을 넘어 무존재로 여기는 듯하다. 정신 차리자. 학생회는 우리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기구다. 경품 이벤트를 진행할 때만 관심을 가져선 안된다. 취업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리를 챙기고 학생회의 행동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자신들의 권리를 챙기지 못한다면 취업 이후에도 챙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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