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우리 학교는 파격적인 신입생 모집 광고를 공개했다. ‘석규야, 아주대로 와라’라고 적혀있는 글씨에 앳된 얼굴을 한 소년만 있는 광고였다. 소년의 이름은 김석규, 광고를 찍을 당시 중학교 2학년 밖에 되지 않는 어린아이였다. 석규 군이 광고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 인물이라 판단됐기 때문이다. 2016년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석규 군은 강연을 통해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는 교육 체계에 매서운 비판을 날렸다. 또한 우리나라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강연 후 이듬해 우리 학교는 석규 군의 소신이 학점에만 치중하지 않고 도전을 장려하는 우리 학교의 인재상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석규 군을 모델로 한 광고를 찍었다. 광고는 재치있는 문구와 기억에 남는 메시지로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

광고를 찍고 3년이 된 지금 석규 군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현재 고등학교 2학년으로 신일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석규 군을 만나 근황을 물었다. 다음은 석규 군과의 일문일답이다.

1. 명견만리 출연 당시 학원에 다니지 않으며 다른 분야에 대해 공부하겠다고 했는데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학습하고 있나?

중학교 땐 항공기에 관심이 있어서 해외 웹에서 검색하거나 논문을 찾아보며 학교 대회나 과제에 내곤 했다. 지금은 관심사가 바뀌어 사회와 역사 그리고 정치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2. 2016년 명견만리에 출연한 뒤 그동안 출연한 다른 방송이 또 있나

명견만리 출연 후 다큐멘터리 PD분들이 방송에 불러주셔서 몇 번 출연했었다. 명견만리를 포함해 많은 영상에 출연했는데 내가 나온 영상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 목소리가 나오는 걸 직접 듣는 게 부끄러워서 보지 못했다.

3. 중학교 때 영어문제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고등학교를 다니며 충격받았던 점이 있나

자사고를 다니고 있는데 학교 수업이 사교육이 당연하다는 전제로 시작된다. 중학교 때 받았던 충격이 순한 맛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등교 시간을 보면 학교 교문 앞을 지나가는 차가 준중형 이하가 없다. BMW가 지나가서 내려놓고 에쿠스와 벤츠가 휙휙 지나간다. 그런 애들만 모여서 갈라파고스처럼 다른 것을 접해보지 못하다 보니 자신이 경험하는 것을 일반적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 일반고 학비의 3배를 내고 들어오는 아이들만 모이니 다양한 경험을 겪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식으로 부유한 세계에만 있으면서 사회에서 엘리트가 되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교수처럼 돈 없어서 알바하는 사람에게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게 되는 거다. 자사고 교육이 다양화되기보단 심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

4. 지금 생각하고 있는 진로가 있나?

언론이나 미디어 쪽에 관심이 많다. 언론을 보면 소수 기득권에만 맞춰져 있고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은 대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5일제를 시행할 때도 언론은 기업이 망한다고 외쳤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느냐. 마이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언론은 시민들의 의견을 대변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언론ㆍ뉴스ㆍ신문을 보면 지저분한 경우가 많다. 대형 언론사들이 기업의 광고를 받는 걸 생각하면 이해는 되지만 미디어 환경 자체가 많이 안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향후 성인이 되면 참여하고 싶은 활동에 대한 계획이 있나?

세세한 계획을 세워놓진 않았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시민 단체나 모니터링 같은 언론 관련 활동을 해보고 싶다.

6.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있나?

중학교 교육까진 지식을 쌓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관심있는 세부적인 지식들을 쌓고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야 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5지선다로 점수를 매겨서 세우는 것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선지가 맞는지 아닌지만 판단하면 되는 건 너무 쉽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사회로 내던져지는데 사회로 나갔을 때 제대로 된 사람 구실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주어진 답을 풀게 하는 것만으론 사람 구실을 하게 만들 수 없다. 학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N번방 같은 사건이 터지는 거다. 학교가 사람다움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바뀌기 위해선 줄세우기를 포기하고 대학 서열화를 없애야 한다. 프랑스처럼 대학을 찢어놓고 서울 1대학ㆍ부산 3대학 이런 식으로 만들고 대학을 국유화했으면 좋겠다. 사립대학을 보면 문제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까진 국가가 관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서열이 높고 서울에 가깝다는 이유로 대학이 선호받는 경우가 없어져야 한다.

7. 3년 전 아주대학교 광고는 어떤 계기로 찍게 됐나?

아주대 측에서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나를 보고 우리 학교에 연락했다. 교감 선생님이 학교 측 연락처를 주시며 연락하라고 얘기하셨다. 아주대학교에서 교수님 한 분과 학교 홍보 부서에서 나오신 분과 자리를 가졌다. 아주대학교에서 파란학기제를 운영 중인데 내가 한 말이 파란학기의 운영원칙과 잘 맞는 것 같다고 하시며 홍보에 활용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아주 인사이트라고 글을 기고하는 곳에 글을 올리자고 말하셔서 글도 기고했었다.

8. 광고처럼 아주대학교에 입학할 생각 있나?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지만 가능하면 집 근처에 있는 학교로 가고자 한다. 물론 수시를 쓸 때 아주대학교도 후보군에 넣긴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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