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의 수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만약 전투에 부적합한 인원이 발생한다면 그 사람을 돌보기 위해 또 다른 전투 병력이 소모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 된 군 생활이 힘들 정도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군에 적합하지 않다. 그렇기에 병역의 의무 수행이 힘든 사람은 보통 보충역이나 전시근로역 등의 판정을 받아 의무를 대체 혹은 면제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저출산으로 인해 입영 대상자가 감소하면서 복무 대상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1990년대까지는 단순하게 병역 수를 유지하기 위한 현역판정기준을 강화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징병 대상자의 현역 판정 비율은 1986년 51%에서 1993년 72%로 증가했고 2003년 86%를 넘어 2013년엔 91%까지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병역판정 기준이 더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국방부는 더 많은 사람을 입대시킬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현역 판정 비율을 더 늘리기 위해 비만·고혈압 기준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큰 문제는 국방부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솎아내는 데만 신경을 들이고 그 이후는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올해 기준 정신적 · 외부적 사유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도움 · 배려병사는 3만 명이 넘는다. 이마저도 자체적인 기준 완화를 통해 줄어든 숫자다. 제도 개선 전인 2014년만 해도 10만 명에 달했으며 이는 전체 군인 5명 중 1명에 달한다. 내부적으로 돌봐야 할 군사가 무수히 많은데 전쟁이 나면 군사들을 제대로 지휘할 수나 있을까?

이렇듯 병역 문제에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병역 기준만 강화한다면 목마르다고 바닷물 마시는 격과 다름이 없다. 저출산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해결책이 필요했는데도 국방부는 현역 판정 기준을 강화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이제 와서 ▲복무 기간 연장 ▲여성 징병제 ▲예비군 재입대 ▲모병제 등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행동하는 졸속 행정일 뿐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고려하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흔히 끓는 물속의 개구리란 표현으로 안일한 사람들을 비판하곤 한다. 물속의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져도 감지하지 못하고 결국 다리가 익어서 탈출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면 위험을 느끼고 물에서 뛰쳐나간다. 한마디로 국방부가 개구리보다 못하단 소리다. 국방부는 병력이 지속적으로 안일하게 행동하며 화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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