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만든 AI 역량검사 열풍, 분석 내용은?

최근 채용 시장에서 AI 역량검사 열풍이 불고 있다. 지원자가 화면 앞에 서면 AI는 지원자의 표정과 답변을 분석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19(이하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면접을 진행하기 힘들어져 더욱 인기를 끌었다. 올해 SK와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한 2백여 곳이 넘는 기업에서 AI 역량검사를 활용했다. 사기업과 공기업을 막론하지 않고 AI 역량검사 기용에 나섰다. 기업들은 물론 입시에도 AI 역량검사가 활용됐다. 올해 경복대학교는 대학교 중 처음으로 수시 입시에 AI 역량검사를 활용했다. 최근 입시 및 채용 과정 속 불공정이 이슈가 된 만큼 모든 이가 동일한 조건으로 진행하는 AI 역량검사는 더 많은 기업에서 확대될 전망이다.

AI 면접은 지원자의 외적 요소와 내적 요소를 나누어 분석한다. 두 요소는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외적 요소는 ▲시각 ▲음성 ▲언어 ▲활력이 분석된다. 내적 요소는 전전두엽의 6가지 영역 기능이 분석된다. 외적 요소인 지원자의 안색과 음높이 그리고 호흡을 통해 사고와 언어 구사력 등 내적 요소를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가 직무에 적합한 인성과 인지능력을 맞췄는지의 평가가 결정된다.

쉽고 저렴한 AI 역량검사, 완벽하진 않다.

AI 역량검사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비용의 절감이다. 기업들은 AI 역량검사를 통해 채용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했다. AI 역량검사 도입 전 기업들의 채용 기간은 평균 57일이 소요됐지만 AI 역량검사를 통해 29일로 단축됐다. 채용 비용도 평균 2.2억이 소모됐지만 1.9억으로 감축됐다.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면접과 달리 AI 역량검사는 여러 지원자들을 빠르게 검토할 수 있다. 더불어 AI 역량검사는 지원자 개개인이 AI에 의해 평가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다.

그리고 지원자가 면접 일정을 선택할 수 있다. 지원자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면접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컨디션을 반영할 수 있는 동일한 조건이 확보된다면 채용 과정에서 공정한 면접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AI 역량검사에도 부족한 면이 많다. 아직 인공지능이 사람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AI 역량검사의 점수로 인재를 선발하기보단 구직자의 성향이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AI로 진행되는 면접의 이름이 ‘AI 면접’이 아니라 ‘AI 역량검사’인 이유다.

우선 AI는 사람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인공지능은 구직자의 답변을 분석하고 분위기를 분석하는 데 그친다. 답변의 정확한 내용을 알고 분석할 순 없다. 이렇다 보니 면접 준비 과정에서도 좋은 답변을 준비하는데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표정과 목소리를 준비하게 된다.

AI 역량검사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생긴다. 결국 AI를 조종하고 움직이는 건 사람이다. 아무리 AI여도 사람의 통제 하에 있기에 특정한 능력 하나에 편중되어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별로 사용하는 알고리즘도 다를 뿐 아니라 내용도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AI를 무작정 공정하다고 믿기 힘든 상황이다. 기업들도 AI 역량검사의 내용을 실제 채용에 크게 반영하진 않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2년간 면접 과정에서 AI 역량검사를 활용했다. 이중 A등급을 받은 사람의 최종 합격률은 51%였다. 하지만 D등급을 받은 사람의 최종 합격률은 35%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아직 AI를 신뢰하지 않는 기업들의 단면적인 모습이다.

우리 학교 AI 역량검사, 도입한 이유는?

 

- 테스트를 마치면 정보가 정리되어 나온다

AI 역량검사가 채용 과정에서 보편화 됨에 따라 AI 역량검사 합격 기술을 다루는 서적도 등장하고 있다. AI 역량검사 대처법을 다루는 학원이 있는가 하면 각 대학 일자리센터들도 모의 AI 역량검사를 도입했다. 우리 학교 일자리센터에서도 AI 역량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AI 역량검사는 에듀스에서 개발한 AI솔루션 ‘inFACE’를 도입한 것으로 2020년 2월부터 모든 아주대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풀려있다. 또한 일자리센터 측은 면접 시즌마다 AI 역량 검사 특강과 1대1 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AI 역량검사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우리 학교 일자리센터는 온라인으로 AI 면접 특강을 진행하며 AI 역량검사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우리 학교 일자리센터에서 진행 중인 AI 역량검사는 실제 기업에서 사용하는 AI 역량검사와 큰 차이가 없다. 현재까지 우리 학교 AI 역량검사를 응시한 사람은 9백27명으로 취업을 앞둔 4학년 학생 대비 42%가 사용한 상황이다. 서류 전형이나 면접 전형에서 AI 역량검사가 확대되는 가운데 일자리센터에서 진행 중인 AI 역량검사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일자리센터 권희아 직원은 “AI 역량검사라는 취업 관문을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성을 느껴 AI 역량검사 프로그램 제공을 결정하게 됐다”며 도입 이유를 밝혔다.

우리 학교에서 진행하는 AI 역량검사, 직접 해봤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준비된 AI 역량검사를 직접 체험했다. 집에서 잠옷을 입은 편한 상태로 시작했다. 다소 긴장했지만 실제 면접보단 덜했다. 마이크와 웹캠 그리고 키보드까지 모든 장비를 점검하고 본격적인 역량검사가 시작됐다. 자신의 직무를 선택하고 이에 맞는 직업에 따른 면접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직업이 매우 다양했다. 자신의 얼굴와 목소리를 등록시킨 후 기본 면접이 시작됐다. 면접은 3가지 질문이 주어지며 30초 동안 생각한 후 90초 동안 답변하는 식이었다. 기본 면접은 사람들이 면접 과정에서 생각하는 보편적인 질문들이었다. 이를테면 지원동기나 자신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이었다.

기본 면접이 끝난 후 성향 분석 단계가 시작됐다. 성향 분석은 MBTI 검사 같은 질문 1백10개를 10분 안에 답하는 식이었다. 중간중간 무성의하게 답변하는 걸 막기 위해 ‘대한민국의 수도는 베이징이다’처럼 함정 질문이 있기도 했다. 그 다음은 상황 대처 면접이었다. 20초간 생각한 후 20초간 답변해야 했다. 그 다음은 보상선호 단계였다. 자신의 성향이 도전을 추구하는 성향인지 안정을 추구하는지 질문이 주어졌다.

다음 차례는 AI 게임이었다. 미니게임 7개를 선택하고 직접 했다. 미니게임들은 카드를 뒤집거나 탑을 쌓는 등 단순한 구조지만 단계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게임들이었다. 게임을 마치자 심층 면접이 시작됐다. 심층 면접은 기본 면접보다 조금 더 어려운 질문을 한 후 그 질문과 관련된 질문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면접을 마치자 역량검사 결과지가 도출됐다. 전체 면접 역량평가에서 7천7백82명 중 1천1백1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면접 과정에서 내용을 뒤죽박죽 말한 것도 있었기에 최우수라는 것이 조금 의아했다. 아무래도 내용은 중요치 않게 여긴 것 같았다.

또한 성향 분석 단계나 보상 선호 단계를 통해 분석된 면접 참여자의 특성을 알 수 있었다. 마치 MBTI 유형검사를 한 느낌이었다. 나는 계획 능력이 우수한 역량이라고 나왔지만 추론 능력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분석된 능력을 바탕으로 채용된다고 하니 나름 합당해 보였다. 다만 면접 과정에서 내용 측면의 분석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웠다. 목소리나 말투 등 외적 요소가 평가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AI 역량검사 속 취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AI 역량검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고득점을 얻기보단 직무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AI 역량검사에선 답변의 완성도나 참신함보단 태도가 중요하다. 이를 종합 평가해 기업의 인재상에 가까운 사람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AI 역량검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요소 밝고 자신감 있는 표정이다. 호흡과 목소리 그리고 말 속도도 평가받기 때문에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권 직원은 “AI 게임 중 정답이 없는 게임도 있고 능력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보단 직무에 적합한 태도와 자질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AI 역량검사를 체험했던 김수민(문콘·2) 학우는 “모의 AI 역량검사 질문에서 다소 당황한 부분이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시선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또박또박했더니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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