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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 ‘멀티 페르소나 보유자’
  • 손종욱 수습기자
  • 승인 2020.11.0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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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페르소나.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선정한 2020년 주요 트렌드 중 하나다. 현대 사람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각기 다른 인격을 갖고 살아간다. SNS만 해도 페이스북과 인스타 그리고 트위터까지 서로 다른 목적과 의도를 갖고 자신의 계정을 운영한다. 멀티 페르소나는 우리의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번 무비 싹쓰리는 멀티 페르소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영화 속에서 다양한 내면을 가지고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등장인물들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1. 음란서생

난잡소설 작가를 꿈꾼 천재 문장가

감독 : 김대우

출연 : 한석규 이범수 김민정 오달수 김기현

김윤서 (한석규 분)는 조선시대 최고 명문가의 자제다. 그는 뛰어난 문장가로 명망 높지만 그 뒤엔 사대부의 자제답지 않은 유약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붕당 정치를 하면서 싸우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 싸움에서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런 그에게 왕의 명령이 내려진다. 왕의 후궁인 정빈 (김민정 분)을 함부로 모사한 그림이 있으니 추적해서 잡아들이라는 명이다. 그는 강경하고 폭력적인 의금부대사 광헌 (이범수 분)과 공조하여 그림을 베끼는 사람들을 추적한다.

그는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과정에서 난잡한 책을 보게 되고 이내 부끄러움을 느끼며 보지 않으려 하지만 난생처음 본 문구와 삽화에 매료되어 금세 난잡한 책에 빠지게 된다. 급기야 그는 직접 흑곡비사라는 이름의 난잡한 책을 써내기까지 한다. 뛰어난 문장가가 쓴 책인 만큼 흑곡비사는 순식간에 큰 인기를 얻었고 없어서 못 파는 책이 되며 대여부수 2위에 오른다. 흑곡비사가 최고의 책이 되길 바라던 윤서는 책에 삽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고 삽화를 부탁할 사람을 찾게 된다. 그러던 중 광헌이 뛰어난 그림 능력을 갖췄다는 걸 보고 광헌에게 흑곡비서 2탄의 삽화를 부탁한다. 광헌은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지만 본 것만을 그릴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광헌은 어떻게 난잡한 책의 그림이나 그리냐면서 노발대발하지만 윤서가 보여준 난잡한 책의 유혹에 빠지고 곧바로 삽화를 그려내기 시작한다.

광헌의 삽화가 들어간 흑곡비서는 더 큰 인기를 끌게 되고 윤서와 광헌은 흑곡비서를 만들며 우정을 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의 정빈이 윤서를 찾아와 유혹하고 둘은 관계를 맺는다. 광헌은 흑곡비서 2탄의 삽화를 그리기 위해 두 사람의 관계를 몰래 보게 된다. 정빈의 얼굴이 들어간 흑곡비서 2탄은 인기를 끌었지만 정빈은 자신의 얼굴이 삽화에 들어갔다는 것을 보면서 노발대발한다. 정빈은 윤서가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고 생각하며 거세시키려 했지만 끝내 윤서의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이마에 음란이라는 낙인을 찍고 귀양을 보내는 것으로 끝낸다.

윤서는 명문가의 자제로 문장가로 성장했고 사대부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연히 본 난잡한 책으로 인해 난잡하고 음탕한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다. 윤서는 사대부의 가치관과 난잡한 책의 작가로써 정체성을 모두 가진 채 극중에서 방황한다. 난잡한 책을 쓰고 싶은 욕망은 왕의 후궁인 정빈에 대한 사모로 이어졌다. 난잡한 책을 쓰다가 정빈을 만나게 되면 대담해진다. 반대로 난잡한 책을 쓰지 않을 땐 정빈을 대함에 있어 소심해진다. 이처럼 윤서는 다른 사람들을 멀티 페르소나를 가지고 대했다.

2, 아수라

비굴하고 처절하고 찌질하고 사려깊다.

감독 : 김성수

출연 :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오연아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도시 안남시. 안남시장 박성배 (황정민 분)는 안남시의 이권을 쥐기 위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다니는 악덕 시장이다. 악행의 중심엔 비리경찰 한도경 (정우성 분)이 있다. 도경은 병든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박 시장 대신 손에 피를 묻히며 악행을 저지른다. 도경은 후배 형사인 문선모 (주지훈 분)와 함께 잠복근무를 하던 중 황인기 반장 (윤제문 분)에게 시비가 걸리고 몸싸움을 하던 중 실수로 황 반장을 죽이고 만다. 도경은 자신이 수행원으로 부리는 마약중독자 작대기 (김원해 분)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손을 털지만 검찰수사관인 도창학 (정만식 분)에게 꼬리를 잡혀 감시당하게 된다.

도경은 원래 경찰을 그만두고 박 시장의 수하로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검찰의 감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후배인 선모를 대신 박 시장 밑으로 보낸다. 그러면서 병든 아내 정윤희 (오연아 분)을 극진히 보살핀다.

도경은 박 시장을 잡으려 하는 검사 김차인 (곽도원 분)과 창학에게 붙잡힌다. 차인과 창학을 비롯한 검찰팀은 도경의 불륜 영상으로 도경을 협박하며 박 시장의 비리를 자백할 것을 강요한다. 도경은 충성을 요구하며 자신을 의심하는 박 시장과 박 시장의 비리를 자백하라고 강요하는 검찰로부터 계속 줄타기한다.

박 시장은 개발 반대 세력을 사주해 칼을 맞는 자작극을 벌이며 개발 여론의 지지율을 높인다. 도경은 다시 박 시장을 지지하고 검찰에게 뻗대면서 대립각을 세운다. 선모는 박 시장의 수하로 들어가 박 시장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등 타락한다. 검찰 수사팀은 도경이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고 뻐대자 도경의 얼굴을 구타하는 등 점점 잔악해진다. 선모는 박 시장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은 비서 (김종수 분)를 죽이고 살인 누명을 쓴 작대기를 죽이는 등 사건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은 비서의 장례식 날 모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광기에 물든 사람들은 서로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결말 부분은 생략한다.

영화 속 도경이 모습은 멀티 페르소나 자체다. 자신을 돌봐주는 시장에게 비굴하게 대하다가도 병든 아내를 간호하며 사려 깊은 모습을 보이고 자신을 잡으러 온 검찰 수사단에겐 화를 내며 대한다. 도경의 감정은 한곳에만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박 시장에게 소리치기도 하며 불륜 영상이 들통나자 검찰에게 무릎을 꿇으며 봐달라고 간청하는 등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간다.

3.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감독의 심정이 투영된 김민희 로맨스

감독 : 홍상수

배우 : 정재영 김민희 고아성 유준상 윤여정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라는 타이틀과 함께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감독 함춘수 (정재영 분)는 수원에 하루 일찍 내려간다. 일정이 남은 그는 수원 화성을 관광하던 중 화가인 희정 (김민희 분)과 만난다. 둘은 어느새 대화를 하며 친해지게 된다. 희정은 춘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자신의 그림을 소개한다. 춘수는 희정의 그림을 보며 온갖 미사여구를 곁들이며 칭찬한다. 둘은 어느새 술자리를 갖고 희정은 유명 영화감독인 춘수를 자신의 친구들에게 소개하며 함께 술을 마신다. 그러던 중 춘수는 다른 사람에 의해 유부남이란 걸 들키게 된다. 희정은 춘수에게 실망하며 떠나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난다.

정확히 말하면 1부가 끝난다. 영화는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라는 타이틀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로 바꿔 2부를 시작한다. 2부의 구도는 똑같다. 영화감독 함춘수 (정재영 분)는 수원에 하루 일찍 내려간다. 일정이 남은 그는 수원 화성을 관광하던 중 화가인 희정 (김민희 분)과 만난다. 둘은 어느새 대화를 하며 친해지게 된다. 희정은 춘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자신의 그림을 소개한다. 춘수는 희정의 그림을 보며 솔직하게 비판한다. 희정은 다소 화가 났지만 어쨌든 춘수와 술자리를 갖는다. 그러던 중 춘수는 자신이 유부남이란 것을 직접 말하고 희정은 실망한다. 하지만 2부에서의 둘은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희정은 춘수가 유부남이란 것을 알고도 뺨에 키스한다. 영화는 둘의 사이가 좋게 연결될 것처럼 암시하며 끝마친다.

사람들에겐 홍상수 김민희 불륜작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홍상수 감독의 내면 속 멀티 페르소나를 영화화한 영화다. 1부와 2부 속 함 감독은 다른 사람이다. 1부의 함 감독은 말이 적다. 다르게 말하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단하지도 않은 희정의 그림을 보며 칭찬한다. 술자리에서도 최대한 말을 아끼던 중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의 진실을 폭로당한다.

2부의 춘수는 솔직하다. 희정에게 가볍게 독설을 날리고 싫은 말도 가볍게 한다. 그러다보니 희정으로부터 “감독님은 솔직해서 참 좋으시겠어요”라는 독설도 받는다. 자신이 유부남이란 사실까지 스스로 밝힌다. 하지만 희정은 그를 택한다. 1부에서 거절당했던 것과는 다르다. 이는 홍 감독이 영화를 통해 위선적인 자신과 솔직한 자신, 본인의 두 멀티 페르소나를 보여주고 자신은 후자를 선택하겠다는 결심처럼 보인다. 영화 초반 뜨는 타이틀도 마찬가지다. 지금과 그때를 혼용하며 결국 2부 속 솔직함이 옳다고 전한다. 아마 유부남이지만 김민희 배우를 꼬신 자신의 경험이 그대로 담긴 것 아닐까.

손종욱 수습기자  tou0325@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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