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작은 정치판’ 속의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초중고 12년 간 반장과 조장을 도맡아 했으니 ‘학교’라는 사회 속의 정치인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12년간 어떤 정치인이었는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필자는 ‘독재자’라고 불릴지도 모른다. 절대권력을 가졌다거나 만행을 저질렀다는 뜻은 아니다. 조직원들의 말을 경청하긴 했지만 모든 일을 도맡아 하며 버스 기사를 자처했다. 어리석지만 조직원들을 믿고 기다리기보다 혼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것이 ‘독재자’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조직원들은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서기는커녕 리더가 다 해주기만을 기다렸고 결국 ‘같이’의 ‘가치’가 실현되지 않은 채 ‘소통’이 아닌 ‘쇼통’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한 답은 맹자에게서 찾을 수 있다.

하루는 맹자가 그의 제자 악정자가 노나라 재상이 되었다는 소식에 기뻐 잠들지 못했다는 것을 다른 제자 공손추에게 말했다. 그러자 공손추가 물었다. “악정자는 정치가로서 중요한 통솔력, 대사를 처리할 수 있는 지려, 식견을 갖추지 못하였는데 어째서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그 사람됨이 선(善)을 좋아한다. 선을 좋아하면 사해 내 백성들이 천리를 멀다 않고 찾아와 선을 말해 줄 것이다. 만약 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저만 잘났다고 할 줄 알았어.’라고 말할 뿐이다. 오만에 가득 찬 목소리와 얼굴빛이 인재들을 천리 밖에서 막는다. 그리하여 인재들이 천 리 밖에서 발걸음을 멈춘다면 아첨하고 비위나 맞추려는 무리들이 몰려올 것이다.”

악정자가 ‘선’을 좋아한다는 말을 현대적으로 풀어보면 인간의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남의 의견을 잘 경청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즉, 악정자는 흔히들 말하는 ‘꼰대’가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부하나 백성의 말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맹자는 리더는 열린 마음으로 팔로워십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리더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팔로워십’이다. 팔로워십은 한 개인이 지도자를 능동적으로 따르는 능력을 말하기도 하며 보통 리더십에 대응하는 사회적 상호작용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맹자가 말한 좋은 리더는 자기 혼자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가치와 잠재력을 끌어내 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서게 하는 사람이다. 리더가 아무리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을 지녔다 해도 팀원을 믿지 않고 모든 업무를 혼자 처리하며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맹자의 말대로 결국 비위나 맞추려는 무리로 둘러싸이게 될 것이다. 오히려 당장의 업무처리 능력이 약간 떨어진다 하더라도 부하들을 믿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참된 리더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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