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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갇혀있는 삶을 위해 준비한 로드무비
  • 손종욱 수습기자
  • 승인 2020.09.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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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우리들의 일상을 붕괴시켰다. 대학에 가려던 계획. 여행을 가려던 계획. 소소하게 지내던 일상은 모두 파괴되었다. 모두가 감옥 같은 집에 갇혀있다. 이번 여름에 계획했던 휴가조차 못 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아쉬운 마음을 풀기 위해 로드 무비를 보는 건 어떨까? 로드무비란 여정을 떠나면서 교훈을 얻는 영화를 의미한다. 우리는 외출이 통제됨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로드 무비는 그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 무비 싹쓰리는 로드무비 3편을 준비했다. 오늘 다룰 영화 3가지는 모두 화려하고 유쾌한 여행이 아니다.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일상과 가까운 여행 영화들이다. 누군가에겐 여행이 될 수도 있는 영화들. 길가를 노닐며 사람들과 교감하는 로드 무비를 통해 우리들의 일상을 되돌아보자.

1. 넌 어떻게 살고 있어? 멋진 하루 <2008>

출연 : 전도연, 하정우

돈 갚아. 꿔간 돈 3백5십만 원.

어느 날 갑자기 김희수(전도연)는 전 남자친구 조병운(하정우)을 찾아온다. 첫 마디부터 직설적이다. 자신이 빌려줬던 돈 3백5십만 원을 갚으란다 그녀의 행동은 어처구니 없다. 돈이 필요하면 연락해서 달라고 하면 될 것이지 여태껏 연락 한 번 없다가 나타났다. 오늘 당장 돈을 달란다. 차용증도 있고 줄 때까지 따라다닐 거란다. 결국 둘은 떼인 돈 3백5십만 원을 위해 하루 동안 동행하게 된다. 영화 ‘멋진 하루’는 돈을 갚기 위해 돌아다니는 둘의 이야기를 담았다.

병운은 돈이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돌려막기로 한다. 병운은 지인들에게 돈을 꾸기 위해 돌아다닌다. 물론 희수도 함께한다. 병운은 돈을 꾸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돈 많은 여사장과 대학 후배 그리고 텐프로 여자까지, 병운은 만나는 사람마다 희수를 3백5십만 원 받으러 찾아온 전 여자친구라고 소개하고 희수는 그때마다 민망해진다. 둘은 사람들을 돌아다니며 돈을 얻어온 결과 2십만 원을 제외하고 모든 돈을 갚아낸다.

1년 사이에 결혼도 하고 이혼까지 했다고?

그 과정에서 둘의 이야기가 대화를 통해 나타난다. 병운은 희수와 헤어지기 전 사업이 어려워졌다. 희수는 그런 병운에게 3백5십만 원을 빌려줬다. 희수는 그런 무능한 병운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 했다. 그러나 그 남자도 해고당하면서 헤어졌고 병운의 사업은 망했다. 병운은 헤어진 후 다른 사람과 결혼했지만 사업이 망한 후 다시 이혼했다. 둘은 서로에게 말하지 않은 사연들을 이야기하며 다시 가까워진다. 희수는 정말 3백5십만 원이 필요하고 경제적으로 절박해서 병운을 찾아온 게 아니다. 은근히 병운이 그리웠고 그가 궁금했기 때문에 끌려서 찾아갔다. 돈을 갚고 다른 사람을 만나며 둘의 오묘한 관계가 눈에 띈다. 능청스러운 병운과 스모키 화장을 하고 강렬한 인상으로 나타났지만 병운과 함께 다니며 표정이 밝아지는 희수. 명배우 두 명이 연기했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을 나타낼 수 있던 것 아닐까. 밉지만 미워할 수만 없는 하정우와 전도연. 두 배우를 작품 내내 보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

멋진 하루. 표면적으로는 두 사람의 돈을 찾기 위한 로드무비지만 실제로는 인간관계를 다룬 영화다. 우리도 코로나로 인해 연락이 끊기거나 만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1년 동안 만나지 못한 병운과 희수는 그 뒤에 많은 사연을 품고 있었다. 우리도 이처럼 코로나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사이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 일 중엔 슬픈 일도 있고 기쁜 일도 있다. 이러한 일들을 겪으며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의 성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교류가 희박해진 만큼 코로나가 끝난 후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오해를 줄 수도 있다. 서로에게 사정을 말하며 교감한 병운과 희수처럼 우리도 코로나 이후 연락이 끊긴 사람과 한번 연락해보는 건 어떨까.

2. 취직, 대학, 시험 모두 엿 먹어라. 미스 리틀 션샤인 <2006>

출연 : 스티브 카렐, 토니 콜렛 ,그렛 키니어, 폴 다노, 아비게일 브레스린, 알란 아킨

어느 날 7살 어린이 올리브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어린이 미인대회 ‘리틀 미스 선샤인’ 참가 자격을 얻게 된다. 올리브는 통통하지만 미인대회 우승을 꿈꾸고 있다. 그런 올리브를 대회에 참여시키기 위해 온 가족이 나선다. 실패한 대학강사 리차드와 마약사범 할아버지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차인 후 자살시도를 한 삼촌 프랭크. 저녁 식사로 치킨만 내놓는 엄마 쉐릴과 파일럿이 될 때까지 묵언 수행을 선언한 오빠 드웨인까지 바람 잘 날 없는 콩가루 가족이 출동한다.

영화는 미인대회에 나가기까지 1천km를 넘게 달리는 가족들의 수난 로드무비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것처럼 가족들은 하나같이 패배자다. 사회에선 실패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실패라는 걸 주관할 수 있을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절대 무패 9단계라는 성공학을 가르치는 자신의 신조처럼 성공이 모든 일의 최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올리브에게 우승하지 못한다면 미인대회에 갈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운이란 승리하고 싶어하는 패배자들을 의미하는 거니까.

승리의 의지는 누구보다 더 간절히 원해야 생기는 거야.

무조건 우승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마지못해 맞다고 답한 올리브. 뚱뚱해서 자신이 없던 올리브는 떠나기 직전 자신을 응원해주는 할아버지에게 패배자가 되기 싫다고 말한다. 그런 할아버지는 올리브에게 패배는 중요하지 않으며 노력한다는 것만으로 패배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진짜 패배자는 지는 것이 두려워서 도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야.

할아버지의 위로에 마음을 돌린 올리브는 용기를 낸다. 그러나 미인대회를 향한 가족들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자동차의 클러치가 고장 나는가 하면 브레이크는 말을 듣지 않아 가족들이 봅슬레이처럼 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경찰에게 들켜 체포될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올리브를 휴게소에 두고 올 뻔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리틀 미스 션사인 무대. 하지만 온갖 화장 도구와 화려한 의상을 사용하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 올리브는 초라하기만 하다. 올리브의 가족은 올리브를 이런 곳에 올려선 비교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대회에 나서고 싶어하는 올리브를 위해 무대에 나서라고 응원해준다.

삶이란 그냥 엿 같은 미인콘테스트 같은 거에요. 학교에서 대학에서 그리고 회사에서. 모두 엿 먹으라 그래요.

꿋꿋하게 무대에 올라선 올리브는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스트립 댄스를 춘다. 장내 심사위원을 비롯해 대다수의 사람은 인상을 찡그리고 심지어는 밖으로 퇴장하기까지 한다. 주최 측은 올리브를 무대에서 내리라고 하지만 가족들은 오히려 올리브에게 동조된다. 가족들은 사회자의 만류에도 무대에 올라서서 올리브와 함께 춤을 춘다. 결국 무대는 난장판이 되고 올리브의 가족은 경찰서로 끌려간다. 그들은 영원히 미인대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건과 함께 쫓겨난다. 그들은 영원히 승자가 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가족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감돈다. 승리보다 중요한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미인대회를 향해가며 하나씩 악재를 겪는다. 그러나 그들은 좌절하다가도 끝내 행복해한다. 사회에서 정해진 성공의 기준선을 넘지 못했지만 말이다. 가족들은 미인대회 속 하나같이 똑같은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치장한 아이들을 원하지 않는다. 통통하고 메이크업 없이 스트립 댄스를 추는 올리브를 응원할 뿐이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미인대회를 향해 엿을 날리는 드웨인처럼 대학교와 시험 그리고 취직까지 엿 같은 것들에게 모두 엿 먹으라고 전해주자.

3. 나의 일상을 돌아보면서. 콩나물 <2013>

감독 윤가은

출연 김수안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콩나물’은 단편이다. 2시간에 가까운 앞선 두 영화와 다르게 20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영화다. 자동차로 1천여km를 달리고 도심 한복판을 누비는 앞선 영화들과 다르다. 배우가 걷는 거리를 다 합쳐도 1km가 안 된다.

하지만 영화 속 임무를 맡은 보리(김수안)에게는 막중한 임무다. 보리는 엄마로부터 할아버지의 제삿날에 오를 콩나물을 사 오라는 임무를 받는다. 생애 처음으로 홀로 집밖에 나선 보리. 보리는 과연 무사히 콩나물을 사 올 수 있을까?

사람들은 콩나물을 살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난생처음 집 밖으로 나선 보리에게 ‘콩나물 구매’는 어려운 시험이다. 우리가 토익이나 토플을 보는 것과 같다. 오토바이와 치일 뻔 하는가 하면 공사장 길을 삥 돌아서 가기도 한다. 오락기의 유혹에 빠져 돈을 뜯기기도 한다. 남들은 쉽게 하는 콩나물 구매를 위해 온갖 고난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무서운 개를 피하려고 스릴러를 찍는가 하면 어르신들과 춤추며 코미디를 찍기도 한다. 콩나물을 사기까지의 과정은 험하다. 결국 이곳저곳을 거쳐 콩나물을 사러 온 보리. 하지만 야채가게 앞에서 무엇을 사야 할지 잊어버리고 만다. 콩나물 구매라는 시험은 실패로 끝나버렸다. 제사상엔 콩나물이 없다. 하지만 어떤 어른도 콩나물에 대해 지적하지 않는다. 실패했다고 해서 꾸중하지 않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시험에 떨어지고 취직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기죽을 이유는 없다. 어른들은 그렇게까지 문제 삼지 않는다.

보리가 체계적인 아이였다면 가까운 슈퍼의 위치를 찾아 곧장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보리는 호기심이 많다. 주변의 일에 집중해 빠지고 자신의 과제를 잊었다. 결국 콩나물을 사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행동했을 때와 다르게 많은 교훈을 얻었다. 지나가는 오토바이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고 무서운 언니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동네의 친절한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친분을 맺었다. 그냥 콩나물만 사 왔다면 얻을 수 없었던 것들이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꼬였고 취소됐다. 시험은 미뤄지고 취업은 취소됐다. 하지만 모든 길을 바로 통과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너무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루는데 치중해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잃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손종욱 수습기자  tou0325@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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