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반환, 융통성 없었다

”그런데 진수야, 어렸을 적부터 짜장면이라고 부른 걸 요즘 와서 왜 자장면이라고 하냐? 자장면이 뭐냐 자장면이….“

만화 식객에 나온 자장면에 관한 논담이다. 지금이야 짜장면 ∘ 자장면 사용이 모두 허용되지만 10년 전만 해도 불허됐다. 국립국어원이 2011년 8월 31일 ’짜장면 ‘을 공식 표준어로 인정하기까지 ‘짜장면’은 비표준어였다. 면에 볶은 춘장을 올려 만든 그 음식엔 오직 ’자장면 ‘이란 단어만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짜장면을 지지했다. 짜장면 되찾기 국민운동본부가 생겨날 정도였다. 자장면은 아무래도 입에 붙지 않는다. 그런 어색한 단어를 사용하는 건 아나운서들뿐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는 소용 없었다. 국립국어원은 ‘기존 원칙을 바꾸는 것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며 미온한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시간이 흘러 2011년이 돼서야 짜장면은 인정받았다. 동시에 ▲택견 ▲개발새발 ▲복숭아뼈 ▲손주 ▲남사스럽다 등 39개의 단어도 표준어가 되었다. 해당 단어들은 모두 표준어 규칙을 어겼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사용한다는 이유로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국가 기관이 융통성을 발휘한 셈이다. 덕분에 우리는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할 필요 없이 친숙한 단어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들은 대쪽 같아야 한다. 정책을 만들든 재판을 내리든 법을 만들든 사심이 반영된다면 그릇될 수밖에 없다. 대중들의 생각도 같다. ▲평창 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조국 사태 ▲인국공 사태 등 평등의 가치를 잃은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했다. 야권에서도 국회의원 자제들의 입시부정 ∘ 채용부정 문제가 터질 때마다 큰 비난을 받았다. 평등은 오늘날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평등과는 정반대의 단어인 융통성도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자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를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을 짜인 매뉴얼대로 행동한다면 A.I와 뭐가 다를까. 시야를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심의받지 않은 게임을 공유해선 안 된다는 법령을 내렸다. 그 결과 국내 인디게임 개발자는 타격을 입었고 플래시게임 사이트는 문을 닫았다. 인디게임에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은 결과다. 매번 이론을 따지면서 회의해봐야 현장을 보지 않으면 탁상공론이 될 뿐이다. 우리 사회에도 융통성이 없어 무너진 사례가 허다하다.

올해 진행됐던 등록금 반환 문제도 그렇다. 등록금 반환이라는 중요 논제를 두고 학교 측은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4월 총학생회는 처음으로 등록금 반환 논제를 제시했다. 이에 예산팀은 코로나 19의 종료 시점도 알 수 없고 방역 지출도 많은 상황에서 등록금 반환은 검토하기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물론 이에 대해선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논의 자체를 막아버릴 필요가 있었을까.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부분적인 논의는 필요했다. 상황이 힘들다곤 했지만 최소한의 융통성은 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예산팀은 6월이 돼서야 등록금 반환을 논의했다. 같은 시기 건국대학교는 이미 등록금 반환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금액까지 확정했다. 3월부터 등록금 반환 사항을 결정하고 학교와 논의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악화하는 상황에 맞춰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등록금 반환이 결정되긴 했지만 결과에 이르기까지 학교의 대응은 아쉬웠다. 융통성이 부재했던 탓이다. 우리는 융통성이란 윤활유를 뿌리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의 삶에도 짜장면을 허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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