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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린 네샤트 전(展)
  • 이재하 기자
  • 승인 2014.05.2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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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은 지하 3층 정도의 깊이로 천장이 매우 높아서 지하에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쉬린 네샤트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는 5 전시실 입구 안쪽엔 눈 모양의 사진이 있었다. 그 눈이 뭔가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듯 사람들은 도슨트 시간을 기다릴 것 없이 어두컴컴한 전시실로 빨려들어 갔다.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어두운 방에 먼저 들어간 사람들은 좌우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서로 반대편 벽에 자리한 두 개의 영상이 동시에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

▲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격 동>
어떤 남자와 여자가 마주보고 있다. 둘 다 극무대의 마이크 앞에 서서 한 차례 노래를 주고받는다. 남자가 있는 극장엔 남자 관객들이 모든 좌석에 앉아있었으며 남자는 그들을 등지고 표정 없이 사랑노래를 부른다.
남자의 노래소리가 사라진 후 여자의 목소리가 방 안을 채운다. 여자는 가사 없는 아름다운 선율을 목으로 연주하기도하고, 기괴한 소리로 울부짖는 짐승이 되기도 한다. 관중은 없다.

남자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표정은 돌처럼 딱딱했다. 그러나 굳었던 얼굴은 여자의 목에서 흘러나온 소리에 자유를 되찾은 듯 보였다. 여자의 선율이 끝나고 스크린의 불이 꺼졌지만 사람들은 쉬이 발을 떼지 못했다. 무언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을 뒤로한 채 다음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처럼 조용했다. 마주보고 있는 두 영상을 조용히 번갈아 볼 뿐이었다. 영상과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기괴한 웅얼거림 때문인지 음산함마저 감돌았다. 사람들은 불편해 보였고, 두려움에 몸을 움츠린 듯 했다.

<패시지>
바다 너머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하얀 무언가를 짊어지고 걸어온다. 황야에서는 여성 무리들이 둥글게 모여 무릎 꿇고 앉아 손으로 땅을 판다. ‘나와이 나와이’라고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황야에 쪼그려 앉은 한 여자아이는 조그만 돌들로 둥그런 모양을 만든다.
남자들이 들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죽은 몸이다. 여자들이 땅을 깊숙이 팠을 때 남자들이 해안을 지나 여자들이 있는 황야에 도착한다. 그 때 여자아이가 그 장소에 있다는 것이 보이고 여자 아이가 등진 돌무더기 뒤편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그 불길은 여자아이를 제외한 모두를 둘러싸기 시작한다.

<이수정 학예연구사 인터뷰>

Q뭔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겁다고 해야 하나.

A그 불편함. 세월호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소수이지만 지금 국민들 전체가 피곤하고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가. 이런 거랑 비슷한 것 같다. 자신의 일이 아니지만 피곤하고 불편하고 아픈 것. 그게 바로 공감인 것 같다. 레비나스라는 철학자가 있다. 고통 받는 타인의 얼굴을 외면하지 못할 때 그게 자신의 문제로 다가온다는 말이 있다. 나도 한 아이의 엄마로서 세월호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 아이들이 내 아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쉬린 네샤트 같은 경우에도 저 먼나라의 사람이 억압받고 고통받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게 돼서 불편함을 느끼고 공감하는 것 같다. 영상 <뮤니스>같은 경우에는 뮤니스가 라디오로 폭동에 대한 뉴스를 듣고 있는데 오빠가 와서 라디오를 부숴 버린다. 여자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서 뭐하냐는 건데.. 이런 일이 우리 사회에서 없는 것도 아니지 않나

Q맞다. 대학 내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 같다. 사회문제에 대한 얘기를 하면 이상하게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A이렇게 억압은 우리 사회에서도 존재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쉬린 네샤트의 작품에 공감하고 많이 관람하러 오는 것 같다.

Q작품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두운 것 같다. 주인공들이 무표정인 것도 그렇고.
A맞다. 작중엔 생기 있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억압 받는 상황에 있다고 생각되는 여자보다 남자의 표정이 더 굳어있고 무리 속에서 획일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여자들은 약간 흩어져서 걷기도 하고 그러지만 남자 같은 경우엔 무리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것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대학생 땐 여자는 철학과 같이 가고 싶은 아무 과나 가도 됐는데 남자의 경우엔 학과도 부모님이 정해준 과로 가야했다. 반면 여자에겐 별다른 기대도 없는 대신 제약도 없어서 자유로움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거랑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당시 사회가 남자에게 많은 권력과 기회를 주는 것 같지만 동시에 박탈이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기계적인 표정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Q.신기하게도 대사 없이도 그 상황을 알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A.맞다. 극중에서 말하는 인물이 거의 없다. 언어가 없으면 감정을 더 담을 수 있거나 사람들도 하여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쉬린 네샤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몇 안 되는 예술가다. 학우들이 예술가처럼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Q.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인터뷰에서 쉬린 네샤트는 예술가는 자기가 체험한 것에 대해서만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은 이란의 문화를 다뤘다고 얘기했다. 체험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지금 대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이나 아르바이트 같이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같다. 자신의 경험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이번 전시에서처럼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서로 공감하는 세상이라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 같다.

* 전시 정보
일정 : 2014-04-01~2014-07-13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5 전시실
시간 : 10:00-18:00(주말18:30까지)
접수기간 : 2014-03-19 ~ 2014-07-06
관람료 : 4000원 (18세 이하 또는 65세 이상 또는 기초수급대상자 무료관람)

이재하 기자  a6729211@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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