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데이터 없이 5일동안 살아보기

데이터 없이 5일 동안 살아보기라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동안 내가 무심코 사용하고 있던 카카오톡을 하지 못하고 심심할 때마다 들어갔던 네이버도 5일 동안 잠시 안녕을 고해야 한다. 주위에 있는 친구들이, 아니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의 연락을 카카오톡으로 하는데 이제부터는 오는 카카오톡에 답장을 할 수 없으니 이러다 인간관계가 나빠지는 것이 아닌지 약간의 우려도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에 얽매여있던 내 삶을 돌아보고 이런 색다른 기회가 주어졌으니 잠시 동안의 자유를 만끽하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도전을 시작했다.

                       

1일차 : 5월 2일 금요일 - 걱정반 기대반
휴대폰이 조용해진지 12시간이 지났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지만 나름 버틸만 하다. 카카오톡 상태메시지에도 연락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표기해놓지 않아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에 의지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위기는 밤에 찾아왔다. 학보사 회의가 끝나고 버스가 끊겨서 주변에 자취 하는 친구에게 재워줄 수 있냐고 문자를 보냈다. 친구는 자취하는 집 주소를 알려주며 네이버지도에 검색하면 잘 찾을 수 있을 거라 했다. 하지만 나는 지도를 이용하는 대신 전화를 통해 친구의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평소에 카톡으로 얘기하다가 왜 갑자기 문자를 하냐고 묻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이색적인 경험에 흥미를 보이며 자신도 해보고 싶다고 놀리는 듯한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친구와 얘기를 하던 중 나의 굳은 의지를 흔들어버린 한마디, “몰래 데이터 한번 켜봐, 궁금하잖아”

2일차 : 5월 3일 토요일 - 주위를 둘러보게 되다
체험을 하기 전에 난 버스에서 대부분 졸거나 카카오톡, 페이스북을 하거나 네이버로 뉴스를 본다. 하지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좀 더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바깥풍경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원래 있던 점포가 없어지고 새로운 점포가 생겼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길 곳곳에 핀 꽃과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또한 경기버스에는 지버스 티비라는 작은 모니터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는 줄도 지금에야 알게 됐다. 그렇게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고 있을 때쯤 옆자리에 10대 여학생으로 보이는 승객이 앉았다. 앉자마자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카카오톡을 하기 시작했다. 신경 쓰지 않으려, 보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단지 익숙한 것의 끌림이라 생각하며 체험의 의미에 대해 되뇌었다.

3일차: 5월 4일 일요일 -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대화를
오늘은 외할머니 생신 겸 가족모임으로 서울에 있는 모임장소에 가야한다. 목적지까지 가는 지하철안은 남녀노소로 북적거렸다. 심심한 나머지 주위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는데 스마트폰으로 디엠비를 시청하시는 중년아저씨, 이어폰을 꽂은 채 열심히 카카오톡을 하고 있는 20대 청년들, 돋보기 안경을 쓰시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시고 계시는 할아버지, 이렇게 10명중 8명은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드문드문 책을 읽고 계시는 분을 보며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을 보고 있기 보다는 책을 읽는 것이 유용한 짜투리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친척들과 같이 모여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이야기하고 있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같이 모여도 친구들과 만나도 각자 스마트폰을 하느라 대화가 단절됐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는데, 늘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잠시 멀리하고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4일차: 5월 5일 월요일 - 황금시간 사용법
오늘은 어린이날이나 애석하게도 나는 어린이가 아니니 아무데도 놀러가지 않고 하루 동안 집에서 뒹굴거리며 쉬기로 했다. 평소 같았으면 일어나자마자 카카오톡에 뭐 온 거 없나 확인먼저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시간에도 늘 만지고 있어서 부모님께 꾸중을 듣고는 했겠지만 오늘은 나름 엄마를 도와 창문도 닦고 아빠가 좋아하시는 주말농장에 가서 농작물 심는 것도 도와드렸다.
보통 자기 전에 내가 하는 일은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잠드는 일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기 전에 보거나 암기한 것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고 하는데, 그동안 나는 황금시간대에 시간을 죽이는 실수를 한 것이었다. 앞으로 스마트폰과 조금 멀리 거리를 두면서 책을 읽는다던지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려는 순간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죽었니? 왜 카톡을 확인 안해?” 알고 보니 이틀 전에 카카오톡을 보냈는데 답이 없어서 계속 카카오톡을 보내다 드디어 전화를 한 모양이다.

5일차 : 5월 6일 화요일 -허투루 보내지 않는 시간
연휴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고 나의 체험도 오늘부로 끝이 난다. 스마트폰이 맞지만 스마트폰이 아닌 휴대폰을 사용한지 110시간째, 5일동안 단 하나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으며 페이스북이라는 메신저를 잠시 잊었다는 것은 놀라운 변화이다.
이렇게 전자기기와 멀어지면서 물론 불편한 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늘 당연시 여기며 써오던 것을 하루아침에 못쓰게 되니 허전하고 불편한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일 동안 체험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흘러가는 시간을 값진 생각과 행동을 하며 보낼 수 있었고 소중한 사람과 문자와 전화를 하며 옛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다수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연락 수단이 카카오톡이 된다고 해서 꼭 시대의 흐름을 따를 필요는 없다.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간다면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듯싶다. 그러면서 소중한 무언가를 깨닫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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