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길다.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소중한 날들이다”

아마데우는 생각한다. 그의 생각은 긴 시간을 뛰어넘어 그레고리우스에게 활자로 전해진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는 라틴어 교사 그레고리우스. 어느 날 우연히 한 책을 만난 후 그의 삶은 180도 바뀐다. 그 책은 저명한 의사이자 레지스탕스이기도 했던 아마데우가 쓴 일기장이다. 사랑을 생의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실제로 삶에서 그 가치를 구현한 아마데우. 그의 삶을 엿보며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이 찾고 있던 삶이 바로 그것이라는 사실을 운명적으로 알아차린다. 그 후 무작정 그의 삶을 따라 책의 제목인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여행을 감행한다.

자신이 열망하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대표적인 작품으로 영화 <굿 윌 헌팅>이 있다. <굿 윌 헌팅>의 주인공 윌은 앞서 살펴본 두 인물 특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과감하게 행동하는 아마데우와 다르게 자신이 바라는 것을 ‘바라기’를 거부한다. MIT 교수 수준의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지 청소부로서 살아가기만을 택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자신에게 다가와도 그저 밀어내며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정 지어 버린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였지만 그의 상태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윌은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면 버려질 것이라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강박은 두려움으로 자라 그가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때도 그것을 애써 부정하게 만들었다.

과거는 오늘의 나의 모태이자 씨앗이지만 우리는 종종 그 과거에 발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영웅적 면모로 진정한 자신을 쟁취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윌처럼 말이다.

연인과의 이별 이후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해 그저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윌에게 상담사 숀 선생님은 딱 한마디를 전한다. “네 잘못이 아니야.” 이 한 마디가 윌에게 과거의 속박을 끊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이후 윌은 사랑하는 이를 찾아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낸다. 자신이 그토록 열망하던 대로.

 

마지막 고객이 탑승을 마친 야간열차는 이제 막 리스본으로 출발한다. 이제 그레고리우스는 그가 살아온 규칙들에서 벗어나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 속을 걷게 될 것이다. 그 걸음이 닿는 곳들에 행운이 있을지 불운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걸음을 걷는 모든 순간 동안 그는 더이상 과거의 자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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