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 기사를 읽기가 껄끄럽다. 정치인의 본분은 뒷전인 채 일부 정치인들이 막말을 내뱉기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 정파는 기본이고 5·18 유공자, 한센병 환자, 세월호, 헝가리 유람선 참사 피해자 등 다양한 대상들을 동원해 상대 정파를 깎아내리기에 급급하다. 이 말이 어떤 후폭풍을 불러일으키든 상관없이 발언이 언론에 주목받고 상대를 깎아내린다는 목적만 달성하면 그만인 듯하다. 막말이 논란이 되면 발언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말의 뜻을 모르고 발언했다”고 잡아떼기만 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막말하면 내년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라는 경고만 한 채 슬그머니 논란을 피해가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망언의 목적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정치생명 연장이다. 그들은 망언을 통해 그저 언론과 당의 주목을 받고, 이런 발언에 호응해주는 소위 ‘집토끼’, ‘콘크리트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말할 뿐이다.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며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 등의 말을 한 국회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3위를 하며 소속 정당의 최고위원이 되었고, 6선의 중진 의원은 청와대 앞 집회에서 “4대 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 청와대를 폭파하자”고 했다. 국민은 언짢아했으나 지지층은 결집했다. 그들이 노렸던 막말의 효과가 적중한 것이다.
일부 정치인들이 지지자들 듣기 좋은 막말만 하면서 국민을 언짢게 할 동안, 그들이 해야 할 본분인 입법은 저 멀리 사라진 지 오래다. 그들은 지금 오로지 어떻게 하면 말을 ‘더 세게’ 할 수 있을지만 골몰하고 있다. 본분은 내버려 둔 채 총선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한 그들의 편향된 시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막말 정치인들은 “우리에게 막말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며 억울해하지만 절대 억울해할 일이 아니다. 자업자득이다.
말을 ‘세게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말을 ‘잘’ 해야 한다. 상대를 비판하려거든 근거를 갖추고 정제된 언어와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며 그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비판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았고 여론은 등을 돌렸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고 국민의 뜻을 대변하겠답시고 선거 때마다 소중한 한 표를 호소했던 정치인들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상대를 헐뜯기 바쁘고 세금만 축낸다면 그들을 뽑은 국민 그리고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것이 정치인들이 부르짖던 국격 저해요 망국의 지름길이다. 정치에서 ‘말’은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정치인들은 말을 왜 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막말로 문제를 일으킨 자들을 엄히 징계하여 행동으로써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대화와 입법으로 보여줌으로써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와 국회의원은 여전히 국가기관 신뢰도 꼴찌를 면치 못할 것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은 오직 정치인의 말의 품격을 높이고 입법이라는 본분을 다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