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66년 만에 낙태죄가 폐지된다. 헌법재판소에서 “형법 269조와 270조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임신 초기 상태에 태아의 낙태까지 일괄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만 존중하는 것이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침해하는 것이다”고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어긋난다는 견해를 밝혔다. 낙태법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인해 이 문제는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국회는 다음 해까지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판단을 바탕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낙태의 허용범위를 재정립해야 한다. 낙태죄는 끊임없이 존치와 폐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단 이전의 문제와 앞으로 변화될 부분은 무엇인가.

 

 

‘낙태죄 헌법 불합치’…판결의 의미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이 이루어진 사건 개요는 한 산부인과 의사의 청구로 시작됐다. 산부인과 의사는 2013년 11월 1일부터 2015년 7월 3일까지 총 63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과 승낙을 받아 낙태에 임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이에 제1심 재판 중 산부인과 의사는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이 헌법이 위반된다는 주장과 함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하지만 신청이 기각됐고 이에 2017년 2월 8일 앞서 말한 조항의 위헌 확인을 위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오동석(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신기간의 낙태에 대한 모든 부분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완전히 박탈한 것이다”며 “실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한 여성을 처벌한 것은 헌법 규범에 맞지 않은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 법률은 형법 제269조 제1항인 자기 낙태죄 조항과 제270조 제1항의 의사에 관련된 부분인 의사 낙태죄 조항이다. 이에 재판관 7인은 4(헌법불합치):3(단순위헌):2(합헌)의 의견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자기 낙태죄 조항과 의사 낙태죄조항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났다. 따라서 앞서 말한 조항들은 다음 해 12월 31일을 기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는 적용된다. 이에 오 교수는 “낙태죄의 경우 다음 해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개정할 때까지 처벌 조항의 효력이 있다”며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실제 낙태죄 처벌조항을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낙태죄는 지난달 11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7인 중 4인이 헌법불합치로 주장했으며 3인이 단순위헌 그리고 2인이 합헌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오 교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실제 낙태죄 처벌 건수가 연간 10건 이하인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이후에도 계속되는 논란

낙태죄는 태아를 자연 분만기 이전에 인위적인 방법으로 임산부의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과 약물을 사용해 임산부 몸 안에서 제거하는 것으로 야기되는 범죄를 말한다. 이 경우 형법 제269조에 따라서 낙태한 여성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더불어 제270조에 의거하여 의사와 조산사 그리고 한의사 등 의료인이 낙태에 관여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허용하고 있다. 강간 등에 의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할 경우와 모체의 건강을 심하게 해치는 경우 및 태아에 유전이나 전염으로 질환을 옮길 경우 그리고 법률상 혼인 불가능한 혈족 간 임신일 경우로 나와 있다. 한국여성단체 박은주 운동가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의 배려도 잘 이뤄진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성폭력이라는 기준에 맞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과 그에 걸리는 시간은 상당히 여성을 괴롭게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헌법불합치는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시 무효화에 따르면 사회적 분위기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지속하는 결정이다. 단순위헌은 법률이 헌법규정을 위반하는 것을 말하며 합헌은 헌법의 목적에 적합한 것을 말한다. 현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론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이하 인의협 여성위)는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최선의 법안을 입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다음으로 의료인 교육이 이뤄져 새로운 법안이 입법되면 그에 따라 의료인이 시행할 것 같다”고 전했다.

낙태죄폐지전국민연합의 회원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헌법재판소의 철문에 배냇저고리를 매다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윤정원 산부인과 의사는 “임산부는 낙태를 쉽게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렇기에 낙태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여성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여성단체는 “여성단체나 여성운동가 사이에서는 낙태죄에 관한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에 있었던 집회 때 어떤 처벌을 하지 않고 온전히 이해해달라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낙태죄,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헌법재판소 측은 낙태죄 처벌이 여성 스스로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정 기간 이후의 낙태는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결정을 했다. 이에 국회에서는 새롭게 법을 제정해야 하는 실정이며 그 기간의 규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인의협 여성위측은 “태아가 생존할 수 있는 시기가 일반적으로 임신 22~24주 내외로 알려졌다”며 “이 기간은 낙태에 관해서 매우 중요시 다뤄지고 많은 국가가 이 기간을 하나의 지표로 삼고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위의 인의협 여성위 측의 말에 따르면 국가별 낙태죄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낙태죄 기준은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간에 차이가 있다. 노르웨이는 여성의 요구만으로 모든 낙태를 12주 이내 기간에서 할 수 있다. 그리고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경우와 임신이 육체적 및 정신적으로 위협이 되거나 태아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발생할 경우는 18주 이내에 가능하다. 영국은 임신한 여성의 육체적 및 정신적으로 위협이 발생할 경우 24주 기간 내에 낙태할 수 있다. 더불어 태아의 심각한 장애의 위험성이나 임신한 여성의 건강에 큰 영향을 줄 경우는 기간 제한 없이 낙태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는 90일 이내는 어떤 사유로든 가능하나 기간이 지나면 24주 기한까지 여성의 생명과 태아의 생명의 조건하에서 가능하다.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 및‘결정가능기간’ 설정 이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먼저 인간 존엄성이 중요할 수 있다. 이에 오 교수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선택한 것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책무다”며 “이후에 할 일이 낙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힘쓰는 것이다”고 전했다.

 

 

낙태죄를 새롭게 규정한다고 해서 낙태죄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과거에도 낙태죄가 존재했지만 불법 낙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낙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낙태죄 헌법 불합치를 통한 개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지원해줄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이에 우리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이 불러일으킨 결과와 함께 더 바람직한 결과를 낳기 위해  ‘낙태’와 ‘낙태죄’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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