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발생한 살인·방화사건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40대 입주민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주민 5명이 숨진 사건이다. 심지어 그중에는 12세 어린아이까지 포함돼 있어 대중은 분노했고 동시에 피의자에 대한 신상 공개 여론이 들끓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 등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명확한 신상공개 기준 확립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 지난 2010년 신설됐다. 당시 강호순의 신상이 여론에 의해 먼저 공개되자 범죄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고 이에 대한 법률 제정으로 논란을 종식했다. 

이에 따라 신상정보 공개는 일차적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을 중심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공개 여부를 판단하고 이차적으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 따라 타당성을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이는 1차 여과로 여론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고 2차 여과로 타당성을 검토함으로써 범죄자의 인권도 존중해줄 수 있는 절충안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제정 후 10여년이 흐른 지금 해당 법률이 해답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주관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관할 경찰서가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신상 공개 대상이 모호해진다는 문제 때문이다. 물론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그들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잔혹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관할 경찰서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신상 공개 대상에 제외되는 범죄자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잠재적 피해자에게 범죄의 가능성을 경고해 범죄율을 줄이는 실질적인 효과가 미비해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신상 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같은 시기 ‘수락산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신상을 공개해 이것의 주관성이 드러난 사례도 있다. 

다음으로는 위원회를 통해 공개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 피의자 인권에 대한 충분한 검증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해당 법률은 아직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피의자’를 대상으로 신상공개가 진행되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피의자는 수사기관과 검찰 그리고 법원을 통해 최소 3번 이상의 진상 파악과 검증의 과정을 거친 후에서야 형이 확정된다. 그런데 해당 법률에 따르면 피의자는 경찰 내·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단 한 번의 위원회 개최를 통해 확실한 범죄자로 규정된 뒤 신상이 공개된다. 일반적 피의자의 형 확정보다 법률적 자문이 적은 것도 문제다. 실제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포함한 대부분의 심의공개위원회에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는 단 한 명밖에 참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재범방지에 대한 효과도 미미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재범방지를 위해서는 범죄자를 교화시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는 방법과 피해 예상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여 피해를 방지하는 방법이 해결책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이 법률은 범죄자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배제하고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다는 면에서 교화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둘 모두에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 또한 특정 기준에 의해 범죄의 가능성이 있는 모두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고도 볼 수 없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당대에 논쟁이 되는 쟁점만을 담아 시간이 지날수록 허점이 부각되는 ‘땜빵식 법률’에서 다차원의 검토를 통한 허점을 최소화하는 법률로의 수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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