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만물을 끊임없이 의심했던 데카르트조차 자신이 ‘생각한다는 사실’은 의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한 말이다. 그런데 과연 생각은 우리의 의지 하에서 일어나는 것인가.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무의식중에 의지보다도 이미 형성된 프레임에 우선해 사고하기 때문이다. 프레임은 우리 두뇌의 시냅스에 신경 회로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으며 물리적으로 실존한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들으면 뇌 안에서는 그와 관련된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만약 이때 들어온 정보가 이미 구성된 프레임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것은 쉽게 무시된다. 마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수십 번을 말해도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코끼리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레이코프가 주장하는 프레임 이론이다. 

레이코프 교수가 프레임의 존재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프레임은 기억의 한계를 가진 인간에게 필연적이며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해 효율성을 증대시키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타인의 생각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사고 결정 체계에 주입되기도 한다. 

책에서는 프레임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사례를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책에서만 일어나는 가상도, 정치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최근 발생한 버닝썬 사건에서도 핵심보다 곁가지에 집중하는 우리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사기업과 공권력의 유착보다 연예인 관련 스캔들에 더욱 관심 갖고 있다. 대중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연예인을 이용해 언론 매체가 구성한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프레임으로 우리의 두뇌는 자연스럽게 ‘버닝썬’을 ‘승리’로 또 ‘승리’에서 ‘승리 단톡방 멤버들’로 단순화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슈의 본질인 사기업과 경찰의 유착 관계에 대한 문제제기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실제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 중 일명 ‘정준영 단톡방’ 사건 관련 조사는 재판 단계까지 도달했지만 경찰 유착에 관해서는 핵심 인사들이 입건됐을 뿐 아직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개인의 이익들이 뒤얽혀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프레임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자주 직면한다. 이에 자신에게 올바른 프레임이 무엇인지 구분해야 하는 개인의 판단은 고도화됐고 본질을 통찰해야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만든 프레임을 제거하고 사안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의 시작은 의식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먼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자신이 어떤 가치관을 가질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후에는 자신의 가치관 차원에서 사안의 내면을 보려는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 

내가 주체가 되어 만든 나만의 프레임이 우선 됐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진짜 ‘생각’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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