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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사라지지 않는 골목
  • 박채현 수습기자
  • 승인 2019.09.2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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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의 박원순(64) 서울시장은 지난 1월 23일에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및 을지로에 위치한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을 연말까지 중단하고 주변 대대로 내려오는 점포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진행 중인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재차 검토하고 이번 해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1979년부터 세운상가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남북 녹지 축 조성과 주변 지역 개발을 위해 세운상가 군을 철거하고자 했으며 주변 구역 대규모 통합개발을 추진하고자 재정비촉진계획을 기획했다. 하지만 통합개발에 잇따른 옛 도시조직 훼손과 생활 터전 붕괴와 같은 사회적 갈등 문제가 발생함으로 2014년 재정비 촉진 계획이 변경됐다.

재개발 논란에서 알 수 있듯 도심 속에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골목은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는 실정은 아니다. 세월의 풍파에도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골목을 걸었다.

좁은 골목 사이의 세월

오랜 기간 동안 철거와 재개발 논의에 오르는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을지면옥’이 있는 거리를 갔다. 지하철 3호선의 5번 출구를 나오면 여러 상가 사이로 을지면옥을 찾을 수 있다. 을지면옥의 간판은 밤에도 빛나는 다른 상가의 간판과는 달리 그렇게 크지 않았으며 못 본 채 지나갈 정도이다. 을지면옥은 작은 간판 아래의 입구를 지나면 좁은 통로 끝에 있다. 좁은 통로의 모습과 식당 앞에 시골 지역의 버스 정류장과 같은 모습은 만화 ‘검정 고무신’을 연상하게 했다. 건물 내부에는 숫자가 크게 적힌 달력이 벽에 걸려 있고 큰 거울이 벽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음식을 주문하면 면수와 함께 번호가 적힌 작은 판을 받을 수 있다. 건물 내부와 외부의 모습을 보고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을지면옥은 의정부파 평양냉면의 계보를 잇는 식당 중 하나이다. 시초는 1951년 1·4 후퇴 때 평양 출신의 김경필 할머니는 월남 이후 경기도에서 식당을 개업이었다. 이후 할머니의 세 딸이 전수받아 각자 개업을 했으며 할머니의 둘째 딸이 운영하는 식당이 을지면옥이다. 을지면옥은 현재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상태이다. 생활유산은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이어져 내려오는 기술과 시설 그리고 업소 등이나 생활모습과 이야기 등 유·무형 자산을 말하는 것이다. 더불어 TV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에 출연과 을지로가 핫 플레이스로 인식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을지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순탄치만은 않은 실정이다. 서울시에서 세운상가 일대 지역을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을 해서 재개발 계획을 세웠다. 지난 2009년에는 세운상가 일대 건물을 철거하고 재개발을 위한 재정비 촉진 계획을 선포했다. 이에 을지로에 포함된 을지면옥과 다양한 노포도 철거 대상으로 오르게 됐다. 재개발로 인해 오랜 역사를 지닌 노포들이 철거돼야 하는지에 많은 사람이 불만을 토했다. 이후에 소상공인의 문제 제기와 지역 주민의 반발로 2014년 계획을 변경하게 됐다.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검토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을지면옥과 더불어 여러 식당은 철거 대상에서 벗어났다.

을지로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뿐만 아니라 골목을 걷다 보면 세운상가 거리가 있다. 식당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세운상가 거리 골목에 들어서면 청계천 상가 임차인 연합회에서 재개발 결사반대 의사를 표현한 현수막이 눈에 띈다. 길을 따라 여러 상가가 빼곡하게 있었다. 세운상가 거리 골목 역시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검토하기 위해서 강제 철거를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 또 재개발과 철거의 대상으로 논의가 될지는 모른다. 현재 강제 철거를 하지 않겠다는 결론이 나오기까지도 수차례 논의가 이루어졌다. 불과 이번 해 1월 초에도 강제 철거를 당한다는 뉴스를 볼 수 있었다. 강제 철거가 이루어진 후 재개발이 진행되면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게 될 것이다. 높은 벽으로 가득한 도심 속에서 또 하나의 벽이 생기면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 것 같다.

골목 사이에서 보물찾기

공구 거리 골목을 벗어나 또 다른 골목을 찾아갔다. 골목 깊숙한 곳에는 카페 ‘혜민당’과 ‘커피 한약방’이 있었다. 휴대전화의 지도를 따라 찾아갔지만 좁은 골목에 있어서 길을 헤매기도 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작은 골목에서 ‘설마 이런 곳에 카페가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고 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혜민당과 커피 한약방이 마주보고 있었다. 혜민당의 위치는 허준이 병자를 치료하던 혜민서의 자리였다. 카페 내부의 벽지와 인테리어는 근대 개화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혜민당과 커피 한약방은 외진 골목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로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하는 곳이다. 이 좁은 골목에 위치한 카페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레트로 및 복고의 감성에 취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카페가 있던 골목에서 나와 거리를 걸으며 골목 곳곳에 간판이 없는 카페와 식당을 볼 수 있었다. 도심에서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간판과 화려한 입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카페와 식당을 지나서 조금은 한적한 골목에 들어섰다. 인쇄 건물이 줄지어 있는 골목이었다. 인쇄소 골목은 입구 문에 커다란 글씨가 쓰여 있거나 붙여져 있었다. 이는 만화 ‘검정 고무신’에서 나올 법한 거리 같았다. 도심 속에서 볼 수 있는 크고 휘황찬란한 간판이 아니었으며 건물 외부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알 수 있다.

을지로 인쇄소 골목은 수 백 년의 역사를 함께한 골목이다. 골목을 가득 메운 인쇄소는 신문부터 시작해서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종이가 오랜 기간 우리와 함께 했다는 생각을 상기하게끔 해줬다. 수십 년간 인쇄소 골목에서 시간을 보내신 금박 인쇄 장인은 전국에 뿌려진 많은 인쇄물이 을지로의 인쇄소를 거쳐 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요즘 그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나 공부하는 사람이 감소한 것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협약을 해 ‘다시 세운 인쇄기술 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신문을 만들어내고 책을 제작하는 등 까만 잉크가 묻은 종이는 우리 곁에서 오랫동안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인쇄소 골목이 사라지지 않는 살아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살아있는, 사라지지 않는 골목

골목은 큰길에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을 말한다. 우리는 골목을 옛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화에서 봤거나 시골에서 보거나 걸은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도심 속에서도 오래된 거리나 외진 곳을 걷다 보면 골목을 한 번 쯤 봤을 것이다. 골목은 사람 한 명이 지나가기에도 벅찰 만큼 좁은 골목이 있고 여러 상가가 늘어져 사람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골목도 있다.

최근에는 TV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골목에 있는 식당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기도 하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골목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직접 골목식당을 찾아가서 블로그나 카페에 후기를 남기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사회에 감성과 레트로 그리고 복고 열풍이 불면서 사람들은 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이나 카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을지로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 골목이 존재하고 있다. 골목들이 살아있어야 하며 사라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된 역사를 함께 하고 있는 골목과 그 골목에 위치한 건물들을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존하는 것이 도심을 재개발하고 높은 빌딩을 신축하고 여러 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비해 훨씬 가치 있다고 본다. 박물관을 가서 유물을 보고 역사책을 사서 역사 공부를 하는 것보다 현장이 주는 감동과 생생함이 몇 배 더 크다고 생각한다. 눈 앞에 놓여있는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혹은 당장의 생산성을 추구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담겨 있는 거리와 골목을 재개발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골목은 사라지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닌 골목을 한 번 걸어보는 것은 어떤가. 재개발 지역의 골목이 아니라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골목이라도 걸으면서 골목의 존재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박채현 수습기자  bcheyon99@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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